아기는 언제 어떻게 봐도 이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이쁜 순간들이 있다. 우선 천장을 보는 방향으로 똑바로 누웠을 때 귀여움이 극대화된다. 중력에 의해서 양쪽 볼이 좌우로 당겨지면서 얼굴이 동그랗게 되고, 이목구비가 또렷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추정된다. 이 자세에서 가끔 기분이 좋을 때 살짝 웃음을 띠는데 그러면 아빠의 심장은 녹아서 없어질 지경이다.
또 하나의 포인트는 바로 품에 안겨서 잠이 들었을 때다. 한쪽 볼은 거의 눌린 찐빵 같이 우글우글 주름이 지고, 반대편 얼굴은 천사가 내려온 것처럼 아름다운 것이 되려 대조가 되어 귀여움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얼굴이 된다. 이때 잠이 조금 깨어서 다시 팔과 몸을 아빠 쪽으로 밀착시켜서 잠들려고 하는 순간이 있는데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나도 모르게 눈물이 살짝 흘렀다.
그 장면이 너무 이뻐서 휴대폰으로 여러 번 촬영을 했는데 아무리 찍어도 그 이쁨의 반의 반의 반도 담아내지 못하는 거 같다. 너무 속상한 마음에 카메라를 하나 구입할까 싶은 생각도 했다. 와이프도 나중에 이 시기를 기억할 방법은 사진 밖에 없는데, 사진이 실물을 다 담아내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아쉽다고 했다. 나 역시 그런 생각이다. 사진이 전부는 아니지만, 지금 이 순간의 아름다움을 어떻게든 저장할 수 없을까 하는 고민이 든다. 그 정도로 아기는 아름답다.
요즘 아기는 분유량과의 전쟁 중이다. 또래에 비해서 뱃속에 조금 오래 있었던 덕분인지 성장발달이 남다르다. 그래서인지 분유량도 통상적으로 먹는 양보다 훨씬 많다. 저녁에는 먹는 데까지 충분하게 주어서 수면 시간을 늘리려고 하고, 낮에는 최대한 정량이나 정량 이하로 주려고 하는데 쉽지 않다. 하루 최대 900cc를 넘지 말라는 의사의 조언이 있었는데, 사실 요 며칠은 900을 현저하게 넘겼다. 조심하려고 해도, 이유 없이 자꾸 울면 배고픈 건 아닌가 싶어 또 분유를 찾게 된다.
어제는 본격적인 밤 잠을 자기 전에 분유량을 조금 적게 먹였는데, 2시간이 채 되지 않아서 갑자기 울고 불고 난리가 났다. 그래서 배고픈가 싶어 분유를 조금 더 먹였는데, 30cc 정도 먹더니 그 뒤로 바로 잠이 들었다. 배가 고팠구나 싶어서 안도를 했는데 곧이어 다시 일어나서 왕창 우는 걸 보고 아차 싶었다. 이유는 끝내 알 수는 없었지만 잠투정을 심하게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오늘아침에는 새벽부터 일어나서 계속 울었는데, 잠시 뒤에 대변을 봤다. 아직은 초보 엄마 아빠라 시행착오가 많다.
지금도 넘치게 귀여운데 당분간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귀엽고 이뻐진다고 주변에서 이야기를 하니 실감이 나질 않는다. 여기서 더 귀여워진다고? 근데 이해가 된다. 이 작고 사랑스러운 아기가 아빠를 알아보고, 아빠를 외치고, 아빠의 볼에 뽀뽀를 한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 거린다.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너무 빨리 커버리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천천히 아기의 속도에 맞춰서 무사히 잘 컸으면, 그리고 엄마 아빠는 그런 아기의 모든 순간을 사진이든, 가슴이든, 기억이든, 저장할 방법을 찾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