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자출일기 day 2

첫날엔 무리를 해줘야...

by 배경자

자전거 분해정비가 끝이 났다. 구매한 지는 거의 4년이 되었지만 사실 마일리지가 그리 많은 자전거는 아니라서 크게 손 볼 곳이 없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비싼 자전거를 구입하고서는 작년 시즌 정도 열심히 탔으니 아직 본전도 못 찾은 셈이다. 반성하는 의미로 올 해는 마일리지를 좀 늘려야겠다. 그래도 나름 7,000km 정도는 탔으니까 체인 교체하고 바테잎 정도 교체하는 것으로 기분을 냈다.


일요일에 와이프랑 같이 천호까지 가서 자전거를 찾아오고, 월요일 본격적인 자출에 나섰다. 가민에 보이는 파워를 보니 초기화가 되었다는 게 정말이지 실감이 난다. 보통 시즌 초기에는 전 시즌 피크 상태 페이스의 절반 정도를 오래 유지하면서 타는 것이 좋다고 한다. 유산소 위주로 몸을 먼저 올리면서 무산소 영역을 중간중간 강화하는 전략인 셈이다. 그런데 막상 타보니 절반 정도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다. 허벅지에 부하가 안 갈 정도로 꾸준한 페이스로 탔다.


날이 꽤 풀렸던 지라 생각보다 자출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개중에는 정말 딱 봐도 겨울 내내 트레이닝을 많이 한 듯한 사람도 있었고, 나처럼 겨우내 놀고먹다가 이제야 자전거를 다시 타는 것 같은 사람들도 있었다. 재밌는 것은 정말 잘 타거나 몸이 올라온 사람들은 그냥 딱 보기만 해도 대충 보인다는 사실이다. 이런 것을 알고 있으면 추월을 하거나 할 때 불필요한 자괴감을 막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열심히 달리고 있는데 누군가 뒤에 붙었다고 생각을 해보자. 이 사람이 전투력이 높은 사람이라면 순순히 길을 내어주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 쫓아가는 편이 훨씬 이득이다. 반대로 이 사람이 전투력이 낮다면 인터벌을 통해 거리를 벌려서 떨치는 편이 좋을 수도 있다. 이때 전투력 판단을 잘못하면 인터벌을 쳤는데도 추월을 당하는 수모를 겪게 된다. 다소 장난스럽게 상황을 묘사하긴 했지만, 어쨌든 처음 보는 라이더라 하더라도 몇 가지 특징을 통해서 어느 정도 실력을 가늠할 수 있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체지방. 실력은 대체로 마일리지와 비례하는데, 마일리지가 높으면 어쩔 수 없이 체지방이 급격하게 줄어든다. 100km가 넘는 장거리 라이딩을 하면 보통 2,3천 칼로리는 그냥 소모하게 되는데, 끝나고 아무리 먹어도 소비한 칼로리를 다 보충하기는 쉽지 않다. 이걸 못해도 일주일에 한두 번 반복하는 라이더라면 체지방이 높을 수가 없다. 그리고 신체에서 가장 쉽게 체지방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얼굴. 턱선이 날렵하다면 일단 경계해야 한다. 또 체지방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신체의 라인. 면도날로 깎은 것처럼 예리한 선을 가진 라이더라면 고수일 확률이 높다.

두 번째는 코어 근육. 체지방의 경우처럼, 직접 물어보거나 인바디 측정표를 등에 붙이고 다닐 수도 없으니 이 역시 코어 근육의 정도를 유추할 수 있는 단서를 활용해야 한다. 이때 가장 유용한 것이 바로 어깨와 손목. 바른 라이딩 자세는 상체를 팔로 지탱하는 것이 아니라 코어 근육과 허벅지 페달링의 반력으로 지탱하는 자세. 따라서 어깨와 손에는 큰 하중이 가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전투력이 높은 사람들은 대체로 자세가 낮은데 비해 어깨가 약간 뒤쪽으로 떨어져 있고, 팔꿈치는 거의 ㄴ자 형태로 굽어져 있다. 또한 손은 핸들바를 조향 하는 역할만 하기 때문에 손목이 경직되어 있지 않고 굉장히 유연한 상태. 반대로 상체를 팔로 지탱하는 사람들은 어깨가 잔뜩 올라가고 팔이 일직선으로 뻗어 있으며 손목이 굳어 있다.


세 번째는 밸런스가 좋은 페달링. 앞의 두 가지 항목에 비해서 좋은 페달링은 바로 티가 난다. 뒤에서 봤을 때 자전거의 움직임이 좋은 단서. 자전거가 일직선으로 서서 안정적으로 직진한다면 페달링 하는 힘이 직진하는 힘으로 낭비 없이 전달되고 있다는 뜻. 반대로 페달링 할 때마다 자전거가 좌우로 출렁인 다는 것은 상체나 페달링의 밸런스가 좋지 않고 힘의 낭비가 심하다는 뜻이다. 물론 이것은 안장에 앉아서 직전 주행할 때의 경우이고, 서서 댄싱을 하는 경우에는 당연히 자전거가 좌우로 출렁이니 참고.


네 번째는 케이던스. 효율적인 라이딩을 위한 최적의 케이던스는 분당 90번 내외로 알려져 있다. 어떤 사람들은 분당 100번의 케이던스를 추천하기도 한다. 사람마다 주장하는 것이 조금씩 다르지만 어쨌든 확실한 것은 분당 85번 이상의 케이던스가 좋다는 것이다. 따라서 속도와 비례해 페달링이 경쾌하게 빠른 사람일수록 높은 전투력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다. 가끔 빅 기어로 5,60번대의 케이던스로 무겁게 타시는 분들도 있긴 하지만 이 경우 장시간 다양한 코스를 감당하기가 사실상 쉽지 않다.


마지막은 장비. 과거에는 고가의 장비 그 자체로 실력을 입증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장비 인플레이션이 심해져서 고가의 장비라 하더라도 실력과 무관한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장비 중에서도 일부 장비들은 여전히 유효한 경우가 있다. 그중 하나가 파워미터. 파워미터는 단순히 자전거를 취미로 타는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필요가 없고, 트레이닝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장비. 거금을 들여 파워미터를 달았다는 것은 적어도 어느 정도의 퍼포먼스를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하나의 장비는 티티바.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장 위에 바 형태의 손잡이를 추가하는 것이다. 티티바를 달면 자연히 앞으로 숙인 자세를 유지하게 되어 항속이 급격하게 올라간다. 티티바의 경우 멋으로 다는 경우도 종종 있으나, 어쨌든 이를 사용하면 속도가 올라가니 상대적으로 고수가 되는 아이템. 대신 티티바 무게가 늘어나고 조향이 불안해지기 때문에 초보자가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장비이기도 하다.


마지막 장비인 에어로템들. 에어로 헬멧이라던가, 에어로 슈트나 에어로 슈 커버 등을 착용한 라이더라면 일단 경계. 에어로 효과는 보통 30km 후반에서부터 급격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이런 장비를 착용했다는 것은 평지에서 주로 달리는 속도가 그 정도에 해당한다는 이야기니 되도록 추월하거나 인터벌을 벌이는 일이 없도록 한다. 우리 같은 포자들은 알아서 몸을 사리자.


반대로 터질 것 같은 근육, 딱 벌어진 어깨 등은 실제 실력과 무관한 경우가 많다. 유산소가 병행되는 자전거의 특성상 헬스나 실내 트레이닝을 통해 펌핑된 근육들은 크게 자전거 실력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오르막에서 체중을 증가시켜 금방 페이스가 떨어지는 원인이 되니, 벌크 업된 라이더를 보고 너무 쫄거나 할 필요는 없다. 마찬가지로 유명 브랜드의 의류나 기함급 바이크, 카본 휠도 최근에는 크게 실력과 관계가 없는 것 같다. 왜냐면 지금 이 글을 쓰는 나의 미천한 실력이 강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단서들을 무시하고서라도 주의해야 할 단서가 있다. 그것은 바로 불법 개조된 전기 자전거. 어디 고물상에서 주워온 듯한 비주얼의 자전거를 타고 있는데, (대체로 이런 사람들은 입은 옷도 자전거 상태랑 비슷) 말도 안 되는 속도로 달리는 경우가 있다. 페달링은 하는 건지 마는 건지 싶은데 시속 40에 가깝게 달리는 사람이 있다면 최대한 멀리하도록 하자. 이런 사람들이 이상하게 승부욕이 강해서 주변에 지나가는 로드 자전거가 있으면 죽자고 달려드는 경우가 많았다.


* 위에서 언급한 것들은 저의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것이고, 재미 삼아 작성한 것이니 참고 바랍니다. ^^;;


퇴근길은 옛날 옛적 그나마 좀 달릴 때 추억하면서 약간 페이스를 올렸다. 한 시간 정도 바짝 달리고 나니 온 몸이 아파서 죽을 것 같다. 허리도 아프고 골반도 아프고. 집에 도착하니 곡소리가 절로 난다. 땅콩 볼로 허리도 풀고, 와이프한테 종아리 마사지도 받고 했는데도 피로감이 쉬이 가시지를 않는다. 그래도 어쨌든 시즌 첫날의 베스트 기록은 확인했다. 이제 앞으로 얼마나 더 몸 상태가 올라올지를 확인할 차례. 4월은 어지간하면 매일 자출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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