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주가 지났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도 빼먹지 않고 매일 왕복 60km를 달려서 출퇴근을 했다. 한창 자전거를 타던 작년에도 한 주를 쉬지 않고 자전거로 출퇴근한 것은 한 번 밖에 없었다. 아직 몸이 올라오지도 않은 시즌 초기에 시작을 강하게 한 것은 좋은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였다. 물론 모든 습관의 형성 과정에서는 소위 거부감이라고 하는 것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번에도 그랬다. 화요일 회식을 앞두고는 그냥 대중교통을 이용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목요일 아침에는 거실 소파에 앉아서 30분을 망설이다 겨우 자전거로 출퇴근했다. 금요일에는 저녁 모임이 있으니 그냥 차를 가지고 출퇴근할까 하는 생각을 정말 진지하게 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하루도 빼먹지 않고 자전거 출퇴근하는데에 성공했다.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았는데, 월요일과 화요일에 너무 무리를 해버려서 이미 허벅지가 잠겨버린 상태. 쉬지를 않으니 근육이 회복할 시간도 없었고, 수요일과 목요일은 정말 거의 기어서 출퇴근하다시피 했다. (게다가 역풍은 왜 그렇게 부는지...) 도저히 안될 것 같아서 목요일은 유산소로 탔는데 덕분에 금요일에 조금 힘을 쓸 수 있었다. 이런 와중에도 결국 해낼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성취감에 대한 학습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타기 전이나 타기 시작하면 힘들지만, 정작 타는 동안은 행복하고 다 타고나면 성취감이 나를 한 계단 더 성장시킬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런 긍정적인 선 순환은 한 번, 두 번 학습이 되면 어느새 습관이 되고, 나중에는 큰 일을 해내는 원동력이 된다.
일주일 중에서 가장 위기는 목요일 아침. 아침에 일어나 너무 피곤한 몸으로 소파에서 한참 고민을 했다. 전날 저녁에 찬 공기를 많이 마셔서 그런가 밤새 기침도 나고 허벅지가 너무 뜨거워서 밤에 잠을 잘 못 잤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회사 입구에서 고열로 입장이 거부당하는 꿈도 꿨다. 거실로 나와서 체온계로 체온을 재어 보았는데, 야속하게도 정상 체온이 나왔다. 아마 이때 영점 몇 도만 체온이 높았어도 자전거를 타지 않았을 것 같다. 아무튼 그때 힘이 되었던 한 문장. 의정부 시청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 사이클 선수의 말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죽을 듯한 힘듦은 누군가의 작은 습관일 수도 있습니다." 이 말이 나에게 오는 울림이 유독 컸던 것은, 최근 내가 하고 있는 본질적인 고민들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었다.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요즘은 그저 돈이 전부인 세상이 되어버린 듯하다. 주식과 부동산이 모든 대화의 주제가 되었고, 돈이 많은 것이 마치 모든 인생의 해결책이 되어버린 기분이다. 직장 생활에서의 직급도 이제는 자산의 규모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런 힘이 없는 세상인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투자를 하는 시대가 왔다. 젊은 사람들은 소액을 크게 불리기 위해서 코인 시장에 기웃거리고, 조금 나이가 든 사람들은 가지고 있는 자산을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한다. 그런데 과연 그런 경제적 행위가 우리의 삶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저 하루하루 더 많은 돈을 벌 궁리를 하는 삶 외에 내가 살고 싶은 삶은 과연 무엇일까. 이는 결국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가와 연결된다.
과거 짐 캐리가 했던 유명한 말이 떠오른다. "I think everybody should get rich and famous and do everything they ever dreamed of, so they can see that it's not the answer." "모든 사람들이 부자가 되고 유명해져서 꿈꾸던 것들을 다 해보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그게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테니." 돈은 우리가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이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 수단이 마치 목적인 듯 달려들고 있는 이 순간에 삶의 목적에 대해 고민해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많은 돈을 벌고 났을 때 과연 그 돈으로 어떤 삶을 살 것인가. 그리고 정말 그 삶을 살기 위해서 그 많은 돈이 필요한 것인가. 돈이 많은 사람이 정말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인가.
자전거 출퇴근을 하면 삶의 목적과 수단에 대해 좀 더 명쾌한 시각을 가질 수 있다. 우리는 가끔, 직장생활에 파묻혀 이것이 인생의 모든 것인 양 집착하고, 상처 받고, 덤으로 스트레스를 집으로 가져온다. 회사 생활이 전부가 되면, 출퇴근은 그저 지옥 같은 회사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이 되고, 집에서의 시간은 다시 출근하기 위한 회복시간이 된다. 사무실이 마치 내 삶의 목적인양 전도되는 것이다. 그런데 자전거 출퇴근은 삶의 목적과 수단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는 힘이 있다. 아무런 보상도 주어지지 않는 그저 지루하고 지루한 60km의 자전거 타기가 삶의 목적이 되고, 회사 생활은 그저 아침과 저녁의 자전거 타기 사이에 빈 시간을 적당한 보상으로 때울 수 있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 이것 만으로도 뭔가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된 것 같은 성취감이 든다.
그러고 나면 뜻밖의 깨달음이 온다. 우리의 삶의 목적이 꼭 생산적이거나 경제적 효용이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저 즐거운 순간 그 자체가 하나의 목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나에게 직업이란 그저 즐거운 순간을 영위하기 위해서 필요한 돈을 벌 정도면 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우리의 삶의 목적이 반드시 크고 거창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삶의 목적이란 대부분 수십 년의 인생을 투자해야 하는 큰 것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런 목적들은 나만의 의지나 노력만으로는 달성하기 힘든 것들이 대부분이다. 상당 부분을 운에 의지하고, 수십 년의 인생을 허비해야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우리네 삶의 목적이라면 그 얼마나 잔인한 것인가. 되려 이른 아침 한강을 따라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그 짧은 시간의 행복이 우리 삶의 목적이라면 삶은 항상 즐거울 것이다. 그리고 사실 그 즐거움이 다른 어떤 것들보다 크게 뒤쳐지는 것 같지도 않다.
그런 관점에서 삶의 목적은 되려 작은 습관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하루하루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꾸준히 해낼 수 있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의미 있는 삶을 산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내가 추구하던 삶의 목적은 지극히 물질적이고 상대적인 것들이었다. 남들보다 많은 돈, 큰 집, 빠른 차, 명성, 사회적 지위. 그런 것들에 과연 우리 삶의 목적이 있을까? 반대로 하루하루 나를 가꾸어 가는 일에는 지극히 소홀했다. 거창한 꿈을 꾸면서도 하루하루의 시간은 허투루 보내기 일수였다. 꿈과 현실의 괴리는 삶을 더욱 피폐하게 만드는 악순환의 원인이었다. 자전거 출퇴근은 그런 나에게 좋은 습관이다. 하루를 의미 있게 시작할 수 있게 도와주고, 활력을 더해주며, 단순하고 지루한 페달링에서 삶의 의미를 찾게 해 준다. 좋은 습관을 하나 가짐으로써 삶을 조금 멋지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또 다른 좋은 습관을 가질 용기를 준다.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좋은 습관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도 알려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