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로(Aero)한 삶
2021 자출일기 DAY 10
아침에 일어나서 열심히 페달을 밟는 자출러들에게 가장 싫은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아마 대부분 두 가지를 이야기할 것이다. 하나는 추위,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역풍이다. 추위야 옷을 껴입어서 대비를 할 수 있다지만 역풍은 자연현상이기 때문에 딱히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평소 열심히 단련된 허벅지로 헤쳐나가야 한다.
역풍은 일단 맞아보면 정신이 번쩍 든다. 특히 봄가을에 부는 강력한 바람을 역풍으로 맞는다면 어떨 때는 페달을 밟아도 밟아도 자전거가 제자리에 멈춰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자전거에서 공기저항이란 정말로 압도적이고 절대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기어를 최대한 낮추고, 자세도 최대한 낮추고, 머리도 땅으로 낮추고, 그저 한 없이 겸손한 태도로 묵묵히 페달을 밟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역풍이 아니더라도, 자전거를 타면 자연스럽게 공기의 저항을 겪게 된다. 어떤 물체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어떤 종류의 저항을 겪기 마련이다. 자전거의 경우에도 타이어의 구름 저항, 기계장치의 저항 등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공기저항이 단연 가장 큰 저항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역풍을 예로 들었지만 같은 힘으로 자전거를 타도 역풍이 분다면 시속이 5km/h 이상 감소하는 것은 약과다.
상황이 이러니 자전거 제조사들의 지상 과제는 가장 공기저항이 적은 자전거를 만드는 것이 된다. 윈드 터널 시험이나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서 공기저항을 최소화하는 자전거를 꾸준히 생산해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전거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인 무게가 증가하기도 하지만, 공기저항의 감소가 무게의 증가를 상쇄하고도 남는 수준이기 때문에, Aero 한 자전거들은 대부분 무게가 증가한다.
선수들 또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공기저항을 낮추는 노력을 한다. 각종 에어로 용품들이 그 예다. 아주 작은 효과들을 영혼까지 모아 모아서 공기저항을 줄이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가끔 애잔한 느낌도 든다. 물론 낮은 자세를 유지하게 해주는 티티바처럼 에어로 효과가 큰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에어로 용품들은 단독으로만 보면 저항 절감의 효과가 미미한 경우가 많다.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하나하나 모아 보면 물론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된다.
하지만 애잔의 끝판왕은 따로 있다. 바로 다리털을 미는 것. 우스갯소리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다리에 털을 미는 것만으로도 40km의 거리를 달릴 때 82초가 줄어든다. 1초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레이스에서 이건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수준. 물론 마사지나 상처 치료 등의 목적도 있지만, 다리털을 미는 것이 에어로 효과가 있다는 것에는 대부분 이견이 없다.
대외적인 관계에서도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한다.
보통의 레이스에서는 이른바 여럿이 무리를 지어 자전거를 타는 펠로톤이라는 것이 형성된다. 이는 서로가 바람을 막아주어 장거리를 효율적으로 경쟁하기 위한 일종의 일시적 협업관계로 볼 수 있다. 펠로톤을 통해서 선수들은 체력을 적당히 유지해가면서 경기 후반부를 노릴 수 있게 된다.
사실 자전거 레이스에서 혼자 달린다는 것은 매우 불리한 일이다. 공기저항을 혼자 온전히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두 명 이상이 같이 달린다면, 번갈아 선두를 서면서 공기저항을 잠시 피해 체력을 보충할 수 있다. 누군가의 뒤에서 달리는 효과를 간과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누군가의 뒤에서 달리게 되면, 앞사람이 내는 힘의 70%만 내도 앞사람과 같은 속력으로 달릴 수 있게 된다.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자전거를 타면서 겪는 공기저항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우선 공기저항은 내가 빨리 달릴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사실이다. 시속 20km/h로 달릴 때보다 40km/h로 달릴 때 공기저항은 6배 이상 증가한다. 그러니 내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그건 내가 열심히 달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반증이다. 어려움보다, 내가 달리고 있는 속도에 집중하면 쉽게 지치지 않을 수 있다.
또 하나는 저항을 이겨내는 자세다. 저항이 있다고 해서 금세 페달을 놓거나 방향을 바꾸기보다는 작은 노력들을 통해서 그 저항을 줄여나가는 것이다. 마치 자전거 라이더가 자세를 낮추거나 작은 효과의 용품들을 모아서 저항을 조금씩 줄여가는 것처럼 말이다. 마지막으로는 단체의 힘. 혼자서 헤쳐나가기보다는 여럿이 힘을 합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여러 걸림돌에 부딪친다. 그 말은 내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고, 작은 Detail과, 주위 사람들을 통해서 보다 효율적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뜻이다. 프로그램 하나 도입하는데 너무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갑자기 출근길 아침 역풍을 맞으며 그런저런 생각을 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