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자출일기 day 1

반년 만의 시즌 온

by 배경자

작년 10월 초에 휠 열변형이 와서 자전거를 접었으니까 거의 6개월 동안 자전거를 안 탔다. 작년 10월까지 워낙 열심히 탔고 폼도 올라온 상태에서 갑자기 자전거를 못 타게 되니까 공백도 길었던 것 같다. 한 번 식어버린 마음을 다시 내는 게 영 쉽지 않았다. 겨울이 되니까 눈도 많이 오고 장박 하느라 주말엔 바쁘고, 주중은 살찌느라 바쁘고, 아침엔 춥고, 동계 의류 껴입기도 귀찮고 등등 오만 핑계를 대면서 나의 게으름을 합리화했다. 돌아보면 6개월 간 자전거를 안 탔지만 생각보다 그 공백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아서 그랬던 것 같다. 워낙 작년에 열심히 탔었으니, 다시 조금만 타면 또 몸이 올라올 거야 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내심 불안하기는 해서 지난주부터 퇴근길에 따릉이를 타고 한 10km 정도 달렸다. 날이 조금씩 풀리면서 조만간 자출을 시작할 테니 미리 조금씩 몸을 올려보자는 생각이었다.

시즌 온을 앞두고 생각해보니 자전거 분해정비를 받을 타이밍이 됐다. 안전이랑 관련된 부분이기도 해서 몇 군데 Shop에 연락을 해보니 생각보다 분해정비를 하는 가게들이 많지 않다. 대부분 2월까지 동계 비시즌에 한해서 분해정비를 제공하고, 그나마 3월에 분해정비를 제공하는 곳들은 예약이 밀려서 최소 7일에서 10일 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겨울을 게으르게 보낸 벌을 여러모로 받는 셈이다. 슬슬 자출을 시작해야지 하면서도 아직은 아침이 조금 쌀쌀한 것 같아서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금 분해정비를 맡겨야 다다음주부터 자출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5월 중순에는 회사 근처로 이사를 하게 되어서 지금처럼 딱 한 시간 거리의 적당한 자출 코스를 달릴 기회도 많지 않다. 서둘러야 된다는 생각이 들자 그제야 마음이 조금 급해졌다. 어제 퇴근길에 자전거 거리에 들러 Shop 예약을 하고 퇴근하자마자 집에 가서 자출 준비를 했다.

약간 쌀쌀한 공기를 가르며 아침에 집을 나서는데 낯서면서 익숙한 기분이 든다. 가장 낯선 것은 바로 납득할 수 없는 낙차. 안장에 비해 한참 낮은 핸들 덕분에 거의 엎드려뻗쳐하는 자세로 자전거를 타야 한다. 과거의 내가 이 자세를 견뎠다는 것이 새삼 신기하다. 두 번 째는 감. 주변의 도로 상황을 파악하고, 무의식적으로 차나 오토바이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감이 확연히 떨어진 것이 느껴진다. 후방에 어떤 물체가 있는지 도무지 감이 없다. 수시로 고개를 돌려가며 전방과 좌우를 확인해야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파워. 예전 FTP 기준으로는 Zone 2를 밟고 있는데도 허벅지가 뻐근하다. 오르막이 나와서 조금이라도 파워가 올라가면 바로 허벅지가 털렸다. 예전에 뉴비 시절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생겨났다. 작년 최고치를 기준으로 거의 절반 가까이 FTP가 줄어든 것 같다. 내 생각과 달리 몸은 너무나 심하게 망가져 있었다.

반대로 익숙한 것은 아침의 한강 풍경. 그리고 아침부터 부지런히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 새삼 그들의 꾸준함과 부지런함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 익숙한 것은 성취감. 헬스장에서 샤워하고 나와서 출근하는데 뻐근한 허벅지에 왠지 모를 뿌듯함이 생긴다. 늘 게으르고 몸 쓰기 싫어했던 나에겐 열심히 운동하고 건강한 삶을 사는 것에 대한 일종의 로망 같은 게 있었다. 간단하게 표현하면 활력 있는 삶에 대한 열망 같은 것이다. 자전거는 그 자체로도 즐겁지만,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육체적인 부분을 채워주는 장점이 있다. 아침부터 힘들게 몸을 써도, 하루 종일 피곤하지 않고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것도 아까 말했던 그 활력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사하는 5월 중순까지는 부지런히 자출을 해야겠고, 이사하고 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도 고민을 해봐야겠다.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니 또 이 좋은 걸 잊고 살았던 나 자신이 후회된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모두 확보할 수 있는 이 좋은 운동을 포기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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