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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경자 Apr 11. 2022

자전거로 코엑스 출퇴근하기

집에서 코엑스까지 편도로 약 16km의 거리. 멀어 보이지만 자전거로 달리기에 그리 길지 않은 거리다. 녹슨 체인의 미니벨로로 부지런히 달리면 약 50분 정도가 걸린다. 아침이라 적당히 선선한 덕분에 땀도 크게 나지 않아서 기분 좋게 적당히 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오랜만에 코엑스 외근 길을 자전거와 함께 시작했다.


따릉이를 이용할까 하다가 미니벨로를 타고 나선 이유가 있다. 따릉이는 여러모로 편하긴 하지만, 내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것에 비해서는 여러 제약이 많다. 대여소를 찾아서 꽤 걸어야 하고, 가고자 하는 장소 근처에 반납이 가능한 지 일일이 체크해야 한다. 게다가 나의 키에 비해서는 좀 작다. 그래서 결국 내 개인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편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처음 따릉이가 도입되었을 때 자전거 제조사들의 반대가 심했다고 들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따릉이 덕분에 자전거 이용인구가 늘어나면,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 있는 사회/제도적 인프라가 늘어나고, 따릉이를 통해 유입된 사람들이 개인 자전거를 구입하게 되는 선순환이 발생한다. 그러니 제조사들은 따릉이를 거부하기보다 인프라 확충에 일조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코엑스에 도착하니 제법 그럴듯한 보관소가 있다. 보아하니 예전에는 등록제로 운영하던 보관소인데, 최근에는 그냥 CCTV를 설치하고 개방형으로 바꾼 모양이다. 이렇게만 해줘도 사실 자전거를 훔쳐가기가 쉽지 않다. 어떤 강심장이 사방이 막힌 보관소 안에서 CCTV를 등 뒤에 두고 자물쇠를 끊겠는가. 실제로 내 자전거는 자물쇠도 걸지 않고 하루 종일 두어 보았는데 아무도 가져가지 않았다.


하루 종일 세미나도 듣고 전시장을 걸어 다녔더니 제법 피곤하다. 우연히 같은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시는 분을 만났는데 집에 어떻게 돌아가냐고 물으시길래 자전거를 타고 간다고 하니 화들짝 놀라신다. 얼마가 걸리냐고 해서 50분 정도가 걸린다고 하니 더 화들짝 놀라신다. 아침에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오는데 50분이 넘게 걸렸다고 한다. 자전거가 생각보다 빠르다는 것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자전거가 생각보다 빠른 이유가 있다. 바로 한강과 여러 하천의 자전거 전용도로 덕분이다. 서울 시내 출퇴근길에서 자동차의 속도를 생각해보면 평균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정체와 교통 신호가 원인이다. 그러나 자전거 전용도로는 신호도 없고 정체도 없다. 한강 자전거 길을 이용하면 꾸준하게 15~25km의 속도로 달릴 수 있다. 약 20km의 속도를 기준으로 한 시간이면 천호대교에서 마포대교까지 간다.

 

두 번째는 환승으로 인한 시간 낭비가 없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으로 한 번에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환승을 한다. 그리고 환승을 하는 경우에 반드시 시간 낭비가 생긴다. 아무리 작게 잡아도 환승에는 최소 5분 이상의 대기 시간이 있다. 5분이면 약 20km/h의 속도로 달리는 자전거가 무려 1.7km를 이동하는 시간이다.


마지막으로 집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이동이 시작되는 점이다. 집에서 출발역까지, 또 도착역에서 목적지까지 걷는 시간이 꽤 소요된다. 자전거는 집에서 시작해서 목적지까지 걷는 것보다 빨리 이동할 수 있어서 전체 시간을 크게 줄여준다. 그러니 코엑스까지 16km나 되는 거리를 대중교통보다 빨리 이동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자전거 타기의 단점도 있다.


여름에는 땀이 나서 샤워시설이 필요하고, 펑크와 같은 돌발상황에 대한 연습도 되어 있어야 한다, 또 목적지 부근이  경사가 심한 곳이면 체력적으로 힘이 들고, 자전거 전용도로와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곳은 일반 도로를 많이 달려야 하니 시간 소요가 많아진다. 그러니 어느 정도 물리적 조건을 고려해서 자전거 출퇴근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장단점을 모두 상쇄하는 신기술이 등장했다. 바로 전기자전거가 그것이다. 출근길에는 전기의 힘을 이용해서 땀을 흘리지 않고 이동하고, 퇴근길에는 전기를 끄고 운동을 하면서 돌아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경사가 심한 곳도 출퇴근이 가능하고, 거리가 멀어도 부담이 덜하다. 앞서 언급한 제약의 상당 부분을 줄여 준다.


사실 이렇게 까지 하면서 자전거 출퇴근을 하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내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건강해 지기 때문이다. 육체적으로 건강해지는 것은 당연하고, 정신적으로도 건강해진다. 사방이 탁 트인 한강, 혹은 하천 길을 매일 자전거로 달리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사계절의 변화를 통해 자연을 가까이 느끼면서 세상 여러 일들에 대한 집착을 놓게 된다. 이것이 주는 기쁨이 상당하다.


자전거 출퇴근만큼 체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예전에 살던 집에서 왕복 60km의 출퇴근을 하였는데, 아무리 먹어도 체중은 계속 줄고, 하루 종일 몸에 활력이 넘쳤다. 게다가 운동을 통한 적당한 공격성의 확보로 자신감도 생기고 일에 대한 집중도 올라갔던 경험이 있다. 지금은 회사 근처로 이사해서 출퇴근을 길게 못하는 것이 되려 조금 아쉬울 정도다.


어차피 대중교통의 인파 속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이라면, 같은 시간 동안 자전거 출퇴근을 시도해보자. 별도의 시간 투자 없이도 육체적인 건강과 정신적인 건강을 모두 잡을 수 있다. 설령 지금은 조금 멀게 느껴진다고 해도, 달리다 보면 실력도 늘어나게 된다. 머지않아 퇴근길에 일부러 한강을 크게 돌아서 거리를 늘려 자전거를 타게 되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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