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녀석과 함께 살아가는 법
문득 그런 이야길 들었다.
“세상에 얼마나 힘들고 아픈 사람들이 많은데, 왜 맨날 죽음 타령이에요?”
맞다.
우울증은 당장에 죽을병은 아니다.
얼마든지 견뎌 낼 수 있고, 좋아질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나는 삶에 감사하며 살아간다.
이 순간에 숨 쉬고 있음을 행복해할 줄도 안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 친구들의 모습에 반가워 웃으며 오래도록 수다를 떤다.
평범하게— 정말, 평범한 모습들이다.
그러나 어느 한순간,
예고도 없이 나는 순식간에 어둠에 잡아먹힌다.
그것은 너무도 순식간이라, 정신을 차리고 나면 스스로가 제일 경멸스러워 치를 떤다.
우울증은 그런 ‘병’이다.
기미도 없이, 흔적도 없이 갑작스레 찾아와
한순간에 내 곁에 머무르던 모든 빛들을 앗아간다.
그리고 빛을 삼킨 그림자가 나를 깊고 깊은 구렁텅이로 밀쳐버린다.
그곳에서 나는 숨도 잃고, 생각도 잃고, 말도 잃는다.
“그럼, 마음 단단히 먹고 좋은 생각만 하면 되잖아요.”
일부러 그런 나쁜 생각들을 하진 않는다.
오히려 보통의 ‘평범한 사람’보다 더 많이 좋은 생각을 하려 노력한다.
적어도 내 기준에선 그렇다.
별 일 아닌 일은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넘어가고,
이미 일어난 일은 ‘괜찮아’ 라며 스스로 다독인다.
가끔 불이익을 당할 때에도 ‘그래, 그럴 수도 있지.’ 라며 넘긴다.
그게 독이라면 독이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독은, 내가 살아가기 위해 선택한,
말하자면 ‘봉침’ 같은 독이다.
내게 독이 들어오면 나는 그것을 버텨내느라 아프지만
그것을 몇 번이고 반복하면 내 몸에 도움이 된다.
나는 그렇게 내 마음에 수 도없이 독을 넣고, 또 넣었다.
“그럼,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거예요?”
이해해 달라고 말할 수는 없다.
나조차도 모를 이 몹쓸 녀석을,
타인은 알고 싶지도, 알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저 이런 말 한마디 정도는 말해주고 싶다.
“이 녀석은 나와 평생 갈 녀석이라, 제멋대로 날뛰지 않게 하려면 이것저것 여러 개 준비해놔야 해.
예를 들면 좋아하는 노래를 하루 종일 틀어준다던가.
단 거 라면 사족을 못쓰는 너를 위해 준비한 핫초코 한잔 이라던가.
아니면 너 그거 요새 좋아하더라. 글쓰기 같은 거?”
“생을 쉽게 놓아버릴 수 없게끔, 내 주변을 하나 둘 그 녀석이 좋아하는 것들로 깔아 두는 거지.”
“미련으로 남은 생을 가득가득 채워서, 절대 쉽게 떠나가지 못하게.”
“어린애 같다니까. 이것도 해줘, 저것도 해줘. 왜 그렇게 떼만 늘어나는지.”
나에게 우울은 그런 것이다.
어르고 달래서, 조금이라도 평범한 사람인 척 살아가게 만드는 동반자.
잠이 오지 않고, 수면제도 들지 않는 밤이면
이 녀석은 또다시 고개를 불쑥 내민다.
나는 익숙한 듯 따뜻한 코코아 한 잔을 마시며 그 녀석을 달랜다.
“응, 그래? 그럼 이번엔 무슨 소설을 써볼까. 전에 썼던 그거—
네가 꽤 맘에 들어하는 것 같던데. 그건 어때?”
라며 의연하게 웃어넘기고 있는 게 요즘의 내 모습이다.
이건 나의 방법이지만,
다른 분들도 저마다의 방법으로 함께 힘 내주고 있을 거라 믿고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키보드 앞에 앉아 당신께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