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거두어가지 못한 것들
숨소리.
불현듯, 아주 작게 내쉬는 숨이 귓가를 스쳤다.
까만 밤이었다.
나는 무거운 눈꺼풀을 느릿하게 들어 그 고요한 숨결을 들었다.
들이쉬고— 내쉬는 리듬. 따뜻한 체온을 품은 작은 파동.
몸을 돌리자, 그 숨결이 이어지고 있는 곳이 보였다.
작고 사랑스러운 아이.
길고 짙은 속눈썹 아래로, 고요한 숨결을 품은 작은 가슴이 오르락내리락 움직이고 있었다.
말랑하고 작은 손가락이 이불 위에 얹혀 있었다.
나는 어느새 미소가 번져, 그 작은 손을 조심스레 이불 안으로 넣어주었다.
잠결에 움찔이며 뒤척이는 모습을, 나는 아주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문득 아이가 태어나던 첫날이 떠올랐다.
오랜 진통 끝에, 하루 하고도 반나절을 넘겨서야 겨우 나온 아이.
살도 다 채우지 못한 채, 무엇이 그리 궁금했는지 예정일보다 보름이나 앞서 세상에 도착했다.
참아온 긴 숨을 스스로의 힘으로 틔우던 그 첫 순간—
병실은 아이의 울음과 숨소리로 가득 찼다.
그것은 환희가 섞인 숨, 축복으로 들려오는 숨이었다.
그 작은 생명은 내 가슴 위에 엎드려
손을 꼭 말아쥔 채 연약한 숨을 이어갔다.
서로의 심장이 하나처럼 번갈아 뛰었다.
따스한 체온이 서로에게 녹아들던, 짧고도 영원하던 순간.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이 작은 아이에게 숨을 불어넣어 준 어딘가, 누군가의 신에게 간절히 빌었다.
이 아이가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누릴 수 있는 삶을 살게 해 달라고.
깊은 밤.
떠진 눈은 다시 감기지 않았다.
정신은 점점 또렷해지고, 어깨는 서서히 무거워졌다.
하지만 내 곁에서 자고 있는 작은 생명은
평온한 숨을 내쉬며 긴 단잠 속에 잠겨 있다.
그 사실이 나는 못내 기뻤다.
아이의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은 뒤,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문을 열기 전, 마지막으로 아이를 한 번 더 바라보고,
문을 조용히 닫아 거실로 걸어갔다.
창밖은 깊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차도 거의 없는 새벽.
가로등 불빛만이 간헐적으로 깜빡이며 희미하게 거리를 비추고,
저 멀리 교회의 붉은 십자가 불빛이 두어 개 떠 있었다.
산 꼭대기에서는 붉은 경고등이 묵묵히 자기 할 일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 시간이 되면, 나의 머릿속은 늘 잠들지 못한다.
시간의 순서는 엉켜 있고, 내용은 어리석다.
몸은 고단한데, 눈은 도리어 반짝인다.
나는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생각한다.
오늘은 무엇을 써볼까.
누군가에겐 의미 있고,
누군가에겐 의미 없을지도 모르는 글.
누군가에겐 쉼표가 되고,
누군가에겐 다시 달릴 힘이 되어줄 글.
힘없는 자의 숨을 이어주고,
작게나마 숨을 불어넣어 줄 무언가.
마치 글이 내게 그랬던 것처럼,
당신에게도 그러기를 바라며.
나는 조용히 웃으며 키보드를 누른다.
그저 이끌리는 대로,
오늘의 숨이 이어져 흘러가는 대로.
어두컴컴한 새벽이, 떠오르는 햇살에 집어삼켜 먹혀 버릴 때까지.
그 고요하고도 긴 적막을 견뎌낸,
내일의 또 다른 내가 내쉴 숨소리를 조용히 고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