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갈 수 있을 만큼의 밤들
잠이라는 녀석과 싸운 지도 어느덧 1년이 다 되어 간다.
더 좋아지지도, 더 나빠지지도 않은 채.
딱 살아갈 수 있을 만큼만,
녀석은 그만큼만 양보해 주며 내 몸을 붙들고 있다.
창가에 서서 어두운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는 일도 어느새 익숙해졌다.
집 안에 내려앉은 고요와
정수기에서 간헐적으로 새어 나오는 미세한 물소리,
어느 집 갓난아기가 터뜨린 울음소리까지.
그날 밤도 어김없이 모든 소리들이 내 귓가를 스쳐 지나갔다.
1년 사이,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일을 그만둔 일.
공황을 겪어 본 일.
아파트를 떠나 시골의 작은 주택으로 이사하게 된 일.
그리고—
글을 쓰며 또 다른 나를 만나게 된 일.
특히 글쓰기는 내 삶의 많은 부분을 바꿔 놓았다.
머릿속을 맴돌기만 하던 말들을
어느새 자연스럽게 노트에 옮겨 적게 되었고,
언제 어디서든 생각이 떠오르면 메모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것도 연습이라면 연습이었는지,
조금은 읽는 눈도 생겼다.
예전에 썼던 글들은
차마 다시 꺼내 보지 못한 채 마음 한구석 깊은 곳에 넣어 두었다가,
이따금 몰래 꺼내 본다.
아, 이때는 내가 이런 감정이었구나.
아, 이건… 다시 봐도 못 보겠다. 하며.
그런 지금이, 아주 싫지는 않아 졌다.
일을 하지 못하는 나는 쓸모없는 존재라고 여기며
한동안 깊이 가라앉아 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지나갔다.
내려놓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잠을 못 자면 못 자는 대로 그럭저럭 버티며 살아가고,
글마저 써지지 않는 날에는 이어폰을 꽂고
밤새 노래를 들으며 이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린다.
조금 더 별이 가까운 자리에 몸을 눕히고
소파에 기대어 창밖을 바라보면,
천천히 새벽빛이 물러가고
아주 찰나의 순간에 해가 떠오른다.
그걸 가만히 바라보며 눈을 몇 번 깜빡인다.
시간은 붙잡을 새도 없이 흘러가고,
나는 여전히 이 자리에 머물러 있다.
노래는 흘러가고
나는 숨을 쉰다.
해는 이미 저만치 떠올라 있고,
나는 다시 노래의 반복 재생 버튼을 누른다.
지나가는 시간을 티 나지 않게 만들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붙잡을 수 없다면,
차라리 같은 노래 안에 머물고 싶었던 것처럼.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진다.
길고 긴 밤을 버텨낸 뒤에야
나는 그제야 지친 눈을 감고, 안도의 숨을 내쉰다.
그런 오늘이—
아주 싫지는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