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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바트로스 May 30. 2021

안데르센에게 동질감과 연민을 느끼다

프롤로그 : 안데르센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나는 안데르센이라는 작가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너무나도 익숙해서 마치 있는 듯 없는 듯 공기처럼 내 안에 존재하며 나의 행동 패턴과 사고방식에 여전히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내 유년시절의 한 챕터를 함께해준 미운오리새끼와 디즈니 만화동산으로 더욱 익숙한 인어공주는 분명히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린 시절 목도한 성냥팔이 소녀의 비극적인 죽음은 내가 세상을 연민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게 해 주었다. 또래 아이들과 조금은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하는 독특한 아이였던 나는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내가 언젠가 높이 날아오를 백조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구두 수선공의 아들로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안데르센의 어린 시절은 그리 유복하지 못했다고 한다. 인형극과 독서로 안데르센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던 그의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별세하자 그는 어린 나이에 공장에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이끌어야 했다고 한다.


나는 불우했던 유년기 안데르센의 모습에서 어린 시절 결핍과 공허함을 받아들여야 했던 나의 모습을 보았다. 나 역시 어린 시절 아버지가 병으로 돌아가시고 어떤 말 못 할 공허함 그리고 결핍과 싸워야 했다. 가난하지는 않았지만 유복하지도 않았던 가정환경 속에서 나에게는 사고를 칠 자유가 더 이상 허락되지 않았다. 자유롭게 꿈을 꾸고 특별함을 추구했던 어린 시절의 나는 그렇게 억지로 말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는 재미없는 아이를 연기해야만 했다.


또한 양성애자였던 안데르센은 평생 연애나 결혼과는 담을 쌓고 살았다고 한다. 그가 연인을 만들지 않았던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소심했던 그가 젊은 시절 짝사랑했던 여인에게 용기 내어 고백했을 때 매몰차게 거절을 당한 것이 원인이지 않을까 하는 설이 있다.


이처럼 어린 시절부터 결핍과 거절에 익숙해져야만 했던 안데르센의 작품들은 단순히 밝고 희망차지만은 않다. 해피앤딩인 듯하면서 어딘가 씁쓸한 끝 맛이 있는 그의 작품들에는 어딘가 결핍이 있고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비록 직접 만나본 적도 없고 살고 있는 시간과 공간도 전혀 다르지만 비슷한 유년시절을 보냈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그의 생애에 깊은 동질감을 느낀다. 이제 나는 안데르센이 전 세계 어린이들의 마음속에 남겨놓은 깊은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의 결핍과 그림자 속에서 내 인생의 실마리를 찾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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