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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바트로스 Jun 22. 2021

파이어족(FIRE)이 재앙이라고?

파이어족을 꿈꾸는 모든 2030들에게

얼마 전 읽던 책에서 소년등과(小年登科)라는 사자성어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뜻을 찾아보니 젊은 나이에 성공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요즘으로 치면 2~30대에 경제적 자유를 얻고 빠르게 은퇴한 파이어족(FIRE)들을 지칭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재미있는 것은 누구나 한때 꿈꿔본 적이 있을법한 소년등과(小年登科)라는 사자성어가 흔히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옛날 사람들은 젊은 나이에 성공하는 것을 인생의 복이 아닌 큰 재앙중 하나로 여겼다고 한다.


한 살이라도 젊은 나이에 남들이 부러워 할만한 커리어를 쌓고 경제적 자유를 이루는 것에 잔뜩 혈안되어 있던 나로서는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말이었다. 젊었을 때 허송세월을 하고 이룬 것 없는 초라한 노인들의 구차한 변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나는 30대 초반의 나이가 되도록 꿈꿔왔던 파이어족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었다. 직장인의 삶에 회의감을 느낀 나는 5년간의 직장생활을 그만두었고 백수가 되어 지난 1년간은 모아둔 돈을 축내며 아르바이트와 주식투자로 간신히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회사생활 하며 모아놓은 돈은 빠른 속도로 삭제되어 갔고 주식과 비트코인으로 노리던 인생역전의 꿈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도무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인생을 통째로 복습해보자는 의미에서 20대를 찬찬히 되돌아보았다.


20대 때 나는 30대는 영원히 오지 않을 것처럼 생각하며 살았던 것 같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남들보다 높은 연봉을 받으려고 1~2년 단위로 이직을 반복하다 대책없이 회사를 그만두었고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창업을 했다. 결국 법인등록만 해놓은 상태로 사업을 접었다. 헛발질이 늘어갈수록 나의 커리어와 인간관계에는 흠집이 늘어만 갔고 나는 점점 더 낮은 곳으로 추락했다.


그렇다면 30대가 된 나에게는 이제 조금 여유가 생겼을까? 그렇지 않다. 30대 초반의 나이에도 나는 영원히 40대는 오지 않을 것처럼 허둥대며 살고 있었다. 나는 예나 지금이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듯이 소년등과의 신기루를 쫓고 있을 뿐이었다.


이제야 조금씩 실마리가 풀리는 것 같았다. 혈기왕성한 30대인 나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조급함이었다. 이제야 옛날 사람들이 왜 소년등과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는지 그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는 인생을 길게 보기로 했다. 조급함을 버리고 한발짝 물러나 느긋한 태도로 인생과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 맞이하게 될 풍요롭고 여유로운 40대 이후의 삶을 위해 지금 준비해야 할 것들은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어찌 되었든 시간은 흐르고 우리는 나이를 먹어갈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훨씬 많기에 우리가 앞으로 겪게될 인생의 희노애락도, 마주하게 될 기회들도 훨씬 더 농도가 진할 것이다. 소년등과의 신기루에서 벗어나 조급함을 버리고 즐거운 인생을 위한 준비를 시작해 나간다면 세상은 분명 지금과는 다르게 보일 것이다. 좌절과 절망을 딛고 나아갈 세상의 모든 2~30대에게 이 글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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