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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바트로스 Jul 19. 2021

가까울수록 예의를지켜야 하는이유

세상에는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다



"형 참 바보 같아요. 그렇게 좋은 조건과 스펙을 가지고 왜 그렇게 살아요? 가능성이 얼마나 무궁무진한데! 부모님께 감사하고 열심히 살아야죠! 그래서 돈은 얼마나 모았어요?...”


며칠 전 루프탑 바비큐 파티에서 처음 만난 동생은 잔뜩 술에 취해서 나에게 다소 정제되지 않은 거친 조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제 친해졌고 나름대로 나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려니 하고 웃어넘겼다. 그러나 선을 넘을 듯 말 듯하다가 결국에 선을 넘기 시작해버린 그 친구의 얼굴을 보면서 나는 점점 표정이 굳어갔다. 이대로 있다가는 나도 나 자신을 컨트롤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너 많이 취했구나? 이쯤에서 그만하고 들어가 자자.”


오랜 해외생활로 잘 겪어보지 못했지만 이게 한국인들의 종족 특성이라는 오지랖인 건가 싶었다. 얼핏 들어서는 마치 그 사람을 진심으로 위해주는 것 같은 말들이지만 결국은 자신의 입장에 서서 남의 인생을 판단하고 비교하는 그런 의미 없는 말들. 마치 세상에는 단 하나의 답만 존재한다는 듯한 획일화된 사고방식으로 사람들의 속을 긁어놓는다는 전설속 한국 사람들의 화법 말이다.


내가 살던 곳에서는 돈이나 프라이빗한 이야기 등 민감한 부분에 관한 이야기는 되도록 하지 않고 친하다고 하더라도 선을 넘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그만큼 세상에는 다양한 방식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으며 그 어떤 삶의 방식도 단 하나의 정답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외국 생활을 하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처음 만나는 사람이든 알고 지낸 지 오래된 사람이든 최대한 예의를 갖추어 대하려고 노력해 왔고 그런 전략은 그곳에서 나름대로 잘 먹혀들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조금 달랐다.

남들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며 자세한 사정도 모르면서 섣불리 상대방을 판단하지 않으려는 나의 태도는 그들에게 거리감을 느끼게 할 뿐이었다보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욱 예의를 차려야 한다는 말은 한국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것 같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획일화된 가치관을 가진 사회 속에서 경제 성장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무한경쟁 사회에서 수십 년을 살아온 사람들이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인지 모른다. 나에게 그들의 사고방식이 잘 이해되지 않는 것처럼 그들도 나의 삶의 방식을 이해하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다고 내가 보고 들은 것들에 대해서 열심히 소리친다고 해도, 어쩌면 그것은 그들에게 영원히 닿을 수 없는 메아리에 불과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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