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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바트로스 Nov 24. 2020

편하고 빠른나라

하이테크의 나라 한국

“현금 말고 카드 없으세요?” 얼마전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하나 사려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가게에서 현금보다 카드가 편하니 카드로 돈을 내라는 것이었다. 일본에서 항상 “카드 말고 현금 없으세요?”라는 말을 듣고 투덜대며 atm에 가서 돈을 뽑아오던 것과는 정반대의 상황에 당황하며 나는 황급히 지갑속 카드를 찾았다.


한국에서 이제 돈은 주로 숫자와 결제기록이라는 데이터속에 존재하는 것 같다. 신용카드는 물론이고 휴대폰 간편결제, 카카오페이, Payco까지 돈쓰기가 정말 편하고 쉽다. 반면에 일본에서 돈이라는 개념은 ‘지폐와 주화’라는 경제학 교과서에 나올법한 케케묵은 것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일본에서는 뒤늦게 신용카드 사용가능한 점포수를 늘리고 라인그룹에서 라인페이 docomo나 softbank같은 통신사에서 휴대폰 결제 비스무리한 것을 도입하려 하는 노력들이 보이지만 여전히 너무 서비스가 불편하고 허접쓰레기같아서 도저히 쓰고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들은 여전히 일본의 자국 화폐에 대한 지나친 신뢰 즉 국뽕이 불러온 ‘현금주의’라는 환상속에 살고있다.


배달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는 어플 하나만 열면 언제 어디서든 먹고싶은 것을 시켜먹기가 어렵지 않다. 어플로 사전결제가 되어있는 경우가 많아서 돈을 직접 주고받을 필요가 없는 경우도 많다. 한국에서는 자동차, 오토바이, 자전거, 보행자 가릴 것 없이 밤낮으로 열심히 음식을 실어나른다. 반면 일본에는 비슷하게 Uber Eats라는 서비스가 있지만 배달이라는 문화자체가 생소한 탓인지 한국에 비해 메뉴가 한정적이며 늘 현금을 들고 대기해야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비록 지금은 규제속에 사라져 버렸지만 얼마전 한국에서는 타다라는 승차공유 서비스 플랫폼이 탄생했다. 소카(Socar) 같이 시간단위로 차를 빌려주는 서비스도 너무 편리하게 잘되어있다. 그리고 기업가정신 투철한 한국의 스타트업들은 앞으로도 낡은 법과 규제에 대항하며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드는 일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한국에 살다보면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그나마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다. 반면에 일본사람들은 여전히 비합리적인 요금을 내고 렌터카를 빌려야 하며 아직도 자전거를 타고다닌다. 울며 겨자먹기로 한국의 3배가 넘는 택시요금을 내고 택시를 이용해야하는 것은 말할것도 없다. 일본택시(Japan Taxi)라는 독점기업이 꿋꿋히 버티며 시민들의 피를 빨아먹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대 초반 한국을 찾았을 때만 해도 나는 한국과 일본의 별다른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다. 그 때 한국과 일본 두 나라는 기술도입과 시장경제라는 부분에서 서로 교차하는 어느 지점을 통과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일본은 여전히 세계3위의 경제대국이자 강대국이었으며 나름대로 살기 편한나라였고 기회의 땅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그러나 일본이 아날로그를 고집하고 느림의 미학이나 절제 따위를 주장하며 변화를 거부하고 있을 때 한국은 뭐든지 가능한 하이테크의 나라로 변모해 가고 있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 격차는 꽤나 많이 벌어졌다. 앞으로 두 나라의 행보를 매우 흥미롭게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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