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 피우며 살 수 있는 자유

내가 일론 머스크와 손정의를 존경하지 않는 이유

by 알바트로스

나는 일론 머스크나 손정의 같은 스타일의 사업가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이 정말로 주 100시간을 일하며 자신의 모든 것을 일에 갈아 넣어 부와 성공을 이루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나는 굳이 왜 그렇게 숨 막히게 살아야 하는지도, 그들처럼 보는 사람을 숨 막히게 만드는 삶이 왜 좋은 삶인지도 잘 모르겠다.


사실 나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쭉 한량이 되고 싶었다. 중고등학교 때에는 부모님 몰래 밤새도록 게임을 하다가 두들겨 맞기 일쑤였고, 대학생 때는 틈만 나면 자전거를 타고 홀로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직장인 시절에는 출장지에까지 가서 기를 쓰고 여행지와 맛집을 찾아다녔다. 학교나 회사에는 미안한 말이지만 공부나 일이 나의 삶에서 일 순위였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내가 들어간 학교는 과도한 입시경쟁의 상징인 특목고였고, 나의 첫 직장은 긴 노동시간과 강한 업무강도로 악명이 높은 컨설팅펌이었다. 입사 면접에서 지망 이유를 묻는 면접관에게 나는 성장할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거짓말이었고, 3년만 노예처럼 일하면 남은 인생을 한량처럼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은 판타지에 불과했다.


당시의 나는 스스로 내린 결정이었다고 믿고 있었지만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나는 어떤 보이지 않는 힘에 이끌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고 있었다. 정신적으로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으니 나는 점점 위축되어갔다. 나는 뼛속까지 한량이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하는 사람인데 겉으로만 열심히 사는 척하는 삶이 이제는 나에게 너무나도 버거웠기 때문이다.


퇴사 후 여행과 사업을 하면서도 돈 문제와 일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나를 끊임없이 괴롭혀왔다. 그러나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이제는 맞지 않는 옷을 과감히 던져버리고 나답게 살고 싶다. 나는 엄청나게 게으르고 놀고먹기 좋아하는 한량이다. 무리해서 돈을 많이 벌지 않아도, 그 어떠한 분야에서도 충분히 인정받지 않아도 된다. 이 간단한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마음 편하게 인생을 놀이처럼 살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세상 사람들이 나만큼 게을러졌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각자의 리듬을 찾고 조금 더 여유 있고 느린 템포로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다. 일론 머스크나 손정의처럼 스스로도 숨 막히고 남들도 숨 막히게 하는 삶은 결코 좋은 삶도, 보이는 것만큼 의미 있는 삶도 아닐지 모른다. 게으름 피우며 살 수 있는 자유야말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인생의 축복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어느 회피형 남자의 변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