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라에서 삶에대해 생각하다

진흙탕속 진주 타지마할

by 알바트로스


진흙탕속 진주를 찾아서


살다보면 삶의 본질은 화려하고 멋진 것 보다 허름하고 별볼일 없는 것에 숨겨져 있음을 발견하게 될 때가 있다. 영화 인디아나존스 시리즈 '최후의 성배' 편에서 악당들과 해리슨 포드는 어떤 성배를 찾아 나선다. 최후의 만찬 때 예수님이 열두 제자들과 포도주를 나누었다는 성배는 영생을 약속하는 잔이다. 영화에서는 온갖 보석과 황금으로 장식된 잔들과 함께 매우 허름하고 낡은 잔 하나가 초라한 모습으로 구석에 놓여져있다. 화려한 겉모습에 이끌려서 잔을 선택한 악당들은 탐욕의 댓가로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낡고 허름한 진짜 성배의 진가를 알아본 인디아나는 죽어가던 아버지의 목숨을 구한다. 이처럼 세상은 진짜 보물을 가질 자격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보물을 진흙탕 속에 숨겨놓는 경우가 많다.


인도 골든트라이앵글의 첫번째 행선지 핑크시티 자이푸르를 무작정 걷다가 다음 행선지로 정한 곳은 타지마할의 도시 아그라였다. 자이푸르에서 버스를 타고 동쪽으로 240km를 달리니 너무나도 허름한 전형적인 인도의 낙후된 마을이 모습을 드러냈다. 매캐한 매연과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거리는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TV에서 보았던 웅장한 순백의 궁전 타지마할을 연상시킬만한 그 어떤 것도 없는 초라한 그런 마을. 아그라에 대한 나의 첫 인상이다.


IMG_3862.JPG 아그라의 첫인상


아그라는 인도를 대표하는 무덤 타지마할로 유명한 곳이다. 어디서 봤는지 무슨 건물인지 심지어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 있는건지 잘 모르겠지만 죽기전에 꼭 두 눈으로 직접 봐야하는 그런 문화유적. 타지마할은 많은 사람들에게 어딘지 모르게 낯설고 멀지만 멋진 존재일 것이다. 이 곳을 찾기 전 나에게도 타지마할은 그저 어느 먼 나라의 그저 웅장하고 독특한 순백의 건축물일 뿐이었다. 이집트에 피라미드가 있고 중국에 만리장성이 있다면 인도에는 타지마할이 있다는 무미건조한 설명이 어울리는 건축물이라고 할까? 그정도로 나는 타지마할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IMG_3867.JPG 뿌연하늘 사이로 우아한 자태를 드러낸 타지마할


허름하기 짝이 없는 호스텔에 짐을 풀고 매연 가득한 흐린날의 아그라의 거리를 터벅터벅 걷고있을 때 저 멀리서 믿을 수 없는 존재가 엄청난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도저히 이 허름한 도시와는 어울리지 않는 보석 타지마할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런데 그 보석이 뽐내는 우아한 자태는 타지마할이 어떤 건물인지 백분의 일도 설명해주지 못한다. 저 아름답고 영롱한 건물이 간직한 사연을 들었을 때 나는 가슴 한쪽이 저려오는 것을 느꼈다.



어느 로맨티스트의 순정


타지마할은 무굴제국의 왕이었던 샤 자한이 끔찍히도 사랑했던 자신의 아내를 기리기 위해 지은 건물이다. 그는 자신의 아이를 낳다가 죽은 사랑하는 자신의 아내를 위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을 지어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리고 22년이라는 시간과 2만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인부를 동원하여 건물을 완성한다. 아내에 대한 사랑이 너무 컸던 탓일까? 타지마할 건설로 국가재정이 파탄직전에 이르고 왕은 실의에 빠져 하루하루를 보내며 왕으로써의 역할을 하지 못하게된다.


IMG_3850.JPG 타지마할 내부
IMG_3851.JPG 타지마할에는 샤 자한과 그의 아내가 안치되어 있다


아내를 잃은 슬픔과 아내에 대한 그리움에 통치력과 정치적 기반을 잃은 그는 결국 그의 아들이 일으킨 반란으로 폐위되고 만다. 폐위된 샤 자한은 강을 끼고 타지마할 건녀편에 있는 아그라 포트(Agra Fort)에 감금되어 평생을 아내를 그리워하다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고 한다. 타지마할 건너편의 아그라 포트를 찾았을 때 그가 감금되어 있었다는 첨탑에 올라 타지마할을 바라보며 그의 삶을 추억해 보았다. 인생이란 무엇일까? 부와 권력 그리고 명예까지 모든것을 가진 왕은 한명의 여자에 대한 순정으로 그 모든것을 잃게된다. 그는 세상 모든 부귀영화보다 자신의 여자를 택한 진정한 로맨티스트였던 것이다.


IMG_3831.JPG 샤 자한이 평생 갇혀서 타지마할을 바라보았다던 첨탑
IMG_3866.JPG 일부러 보정하지 않고 간직하고 있는 어느 흐린날의 타지마할


채 백년도 되지 않는 찰나의 삶을 살면서 정말 중요하고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우리는 모두가 쫓는 부와 권력 그리고 명예를 손에 넣기 위해 평생을 바친다. 그 과정이 쉬울리 없다. 사랑도 친구들도 가족도 그리고 여행하는 즐거움도 모두 희생하고 얻은 그 전리품은 피비린내로 진동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모든 것을 손에 넣었을 때 정말 소중한 '진흙속 진주'를 잃어버렸음을 깨닫고 후회하곤 한다. 인생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말없는 타지마할이 조용한 울림으로 나에게 깊은 가르침을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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