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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바트로스 Aug 07. 2022

우리는 '슈퍼맨'이 될 권리가 있다

돈에대한 불안과 '향상심(向上心)'

돈에 대한 불안


월급을 받았다. 분명 돈은 나를 행복하게 해 준다. 없으면 안 되는 공기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월급을 받고 오랜만에 여자 친구와 이자카야에 가서 먹고 마셨다. 이렇게 돈걱정 없이 먹고 마셔본 게 얼마만일까? 소소한 것에 기뻐하는 모습에 나도 덩달아 행복해졌다.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보증금을 걸고 장기 월세 계약을 했다.

매달 나가는 월세를 줄이면서 머물 곳이 생긴다는 사실이 뿌듯하다.

집세와 생활비 그리고 계약금을 제하고도 통장에는 돈이 남아있었다.


그런데 불안한 마음은 여전했다. 아니 오히려 수입이 끊겼던 지난날보다 더 불안하다.

왜 그럴까? 돈은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데, 왜 이상하게 마음은 더 불안한 걸까?


'넌 뭐가 그렇게 불안한 거니?' 나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빨리 돈을 모아서 종잣돈을 불려야 하잖아.

올해 결혼하는 친구들이 네 명이나 있는데.

여유가 있으면 2년 정도 유학하면서 연구도 하고 싶어.

뭐든 하려면 돈이 필요할 텐데...


2년 전 일을 무작정 그만두었을 때와 똑같다.

역시 사람의 욕망은 시작되면 끝이 없다.



향상심을 가질 권리


나는 어설프게 '무소유'같은 무책임한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돈은 적당히 벌고 만족하라면서 요즘 에세이 책들처럼 뭐든지 다 포기하라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겪어보니 그런 이야기들은 자기 합리화와 위선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돈에 대한 불안은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리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이다. 돈을 벌자마자 또다시 이렇게 불안한 것은 다름이 아니라 누구보다 더욱 나은 미래를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니체는 사는 동안 초인(Übermensch)을 추구했다. 자기만족이나 선민사상 같은 노예의 도덕을 추구하지 말고 비극적 상황 속에서도 자기가 창조한 가치에 극한의 가능성을 실현하기를 원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성공이나 실패가 아니라 그 태도와 과정 속에 있다.



일본어에는 향상심(向上心)이라는 단어가 있다. 단어 뜻을 그대로 풀어보면 위로 향하려는 마음이다.

제자리에 박혀있는 나무나 땅으로 파고드는 지렁이가 아닌 인간은 끊임없이 위로 향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세상에 태어난 모든 인간은 '향상심'을 가질 권리가 있다. 그것이 자기 분야의 일에 대한 것이든, 자유를 향한 갈망이든, 풍요로운 삶이든 살아있는 모든 존재는 무엇이 되었든 일단 계속해서 어제보다 나아져야 한다.

그리고 성장이 아닌 나를 제자리에 묶어두려는 모든 것들을 경계해야 한다.


진짜 문제는 돈을 떠올릴 때 느껴지는 막연한 불안감이었다. 더 나은 미래를 떠올릴 때 그려지는 모습과 현재의 모습 사이의 간극이었다. 결국 내가 불안한 것은 더 나은 미래를 향해 할 수 있는 것들을 충분히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불안에 대한 정체를 알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위버맨쉬의 삶은 이루기 힘든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초인이 되기 위해 노력했던 삶과 그렇지 않은 삶은 분명 다르다. 그리고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초인의 삶에 가까워지려 노력하는 사람은 적어도 돈걱정은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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