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쓰면서 느낀것들
출간이라는 멀고 험한 길을 걸어가면서
감사하게도 좋은 기회를 주신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출간을 향한 여정을 시작한지도 벌써 두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비록 그것이 익숙한 분야라도, 한가지 분야의 지식과 노하우가 담긴 책을 펴낸다는 것의 노력과 무게를 실감하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수도승이 수련하는 마음으로 지내온 지난 두달을 돌이켜보며 내가 책을 쓰면서 느낀 책 잘쓰기 위한 노하우들을 적어보았다. 나도 아직은 많이 부족하고 갈길이 멀지만, 출간을 준비하는 누군가에게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쓴 이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1. 많이 읽는다(다독)
나의 경험상 다양한 분야의 좋은 글을 무작정 많이 읽는 것이 좀 더 나은 글을 쓰는데에 도움이 되었다. 사람 뇌 속의 뉴런은 시냅스를 통해 서로 연결되어 전혀 새로운 형태의 기억을 만들어낸다고 하는데, 나는 실제로 무언가를 읽고 책을 쓰면서 이런 느낌을 많이 받는다. 신기하게도 전혀 관련없는 책을 읽다가 문득 쓰고자 했던 책 내용의 실마리를 얻은 적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읽다보면 쓰고싶어지고, 쓰다보면 읽고 싶어진다. 사람은 누구나 독서를 통해 들어온 입력값을 창의적으로 재창조 하여 출력값으로 바꾸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있다고 나는 믿는다. 단 중요한 것은 전혀 관련 없어보이는 것이라도 습관적으로 꾸준히 읽고 텍스트로 된 데이터를 꾸준히 인풋해야 한다는 것이다.
2. 꾸준히 쓴다(다작)
세계적인 소설가 무라카미하루키는 그의 자전적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35년째 작품활동을 하면서 한번도 슬럼프를 겪은적이 없다고 고백했다. 아무리 세계적인 소설가라고는 하지만 그도 인간인데 어떻게 그럴수 있는가?
그의 답은 다소 허무했다. 쓰고싶은 때에만 쓰기 때문에 슬럼프를 겪을일이 없다는 것이다. 글이 잘 안써지면 그냥 쉬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다시 쓰고싶어질 때가 온다고 한다. 단, 하루에 원고지 20매(약 2000자)는 무조건 쓰기로 정했다고 한다. 무슨일이 있어도 더도말고 덜도말고 2000자는 쓰는 것이다.
책쓰기는 장거리 달리기와 비슷한면이 많다. 마감 전날의 숨막히는 압박감도 분명 도움이 되지만, 매번 그런식으로 해서는 지속할 수 없다. 아침에 달리기를 하는 것이 습관이 된 이후에는 단 20분이라도 달리기를 하지 않으면 찝찝한 기분이 든다. 힘들어서 어떻게 해야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 아닌, 매일 조금씩이라도 하지 않으면 찝찝한 생활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경험상 매일 꾸준히 조금씩 쓰면서 한가지 주제에 대해 계속 생각하는 것은 몰입 효과를 높힌다. 2000자는 집중해서 한두시간만 투자하면 쓸 수 있는 양이다. 글이 안써질 때에는 딱 2000자만 써보자. 그리고 하루키가 말하는 것 처럼 머릿속을 비우고 쉬다보면 다시 글을 쓰고싶은 욕구가 마구 폭발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3. 끊임없이 다듬는다(탈고)
글을 쓰는 것 보다 내가 써놓은 글을 반복해서 읽는데에 더 많은 시간을 들일 때가 있다. 실제로 작가들은 글의 초안을 작성하는 것 보다 탈고하는 것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쓴다고 한다. 자꾸 읽다보면 다시 고치고 싶어지고, 고치다보면 글의 구성 자체를 바꾸고싶어지는 때가 온다.
마치 한 번 깎아놓은 돌을 계속 정교하게 깎고있다가 결국은 마음에 안들어서 다시 엎어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조각가의 마음이 이렇지 않을까 싶다. 이런 과정이 무의미해 보일 수 있다. 쉬운길을 놔두고 먼 길을 돌아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경험상 이러한 작업은 더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글을 쓰는데에 분명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