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IT 리서치 회사 가트너에서 매년 발표하는 하이프 사이클(hype cycle)은 클라우드(cloud)와 엣지(edge) 컴퓨팅 그리고 블록체인과 인공지능 등 다양한 IT 기술의 성숙도와 발전과정을 (1) 여명기(2)과도한 기대의 피크기 (3) 환멸기 (4) 계몽활동기 (5) 생산성 안정기의 다섯 단계로 나누어 발표합니다. 2023년 가트너에서 발표한 하이프 사이클을 보면 '생성형 AI'는 '과도한 기대의 피크기'에 와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출처 : Gartner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생성형 AI의 거품이 빠지면서 2024년에는 가트너의 하이프 사이클에서 말하는 '환멸 단계'가 올 것이라는 예측을 하기도 합니다. 생성형 AI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에 비해 실질적으로 생성형 AI의 뚜렷한 적용 사례가 적어 사람들이 실망하고 등을 돌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생성형 AI의 급성장을 보여주는 증거이지만 한편으로는 생성형 AI 기술이 과도한 관심에 비해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어찌 되었든 최근 들어 인공지능을 다루는 각종 영화와 미디어는 인공지능 기술과 서비스를 최대한 화려하게 조명합니다.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마케팅과 과대광고는 지금 당장 인공지능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아갈 것 같은 두려움과 함께 일종의 무력감마저 안겨줍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데이터와 확률에 기반한 예측의 귀재인 것은 맞지만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만능 요술지팡이는 아닙니다.
출처 : Freepiks
또한 인공지능 그 자체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닙니다. 불교 가르침의 핵심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인 것 같습니다. 세상에는 좋기만 한 것도 없고 나쁘기만 한 것도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인공지능도 잘 쓰면 인류의 삶을 풍족하게 해 줄 강력한 도구가 되겠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쓰이게 되면 환경오염의 주범이자 딥페이크와 데이터 편향 등 심각한 문제들을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1. 인공지능을 있는 그대로 보는 연습을 마치며
2024년 생성형 AI를 비롯한 인공지능 기술은 가트너의 예측처럼 '환멸의 골짜기'를 지나게 될까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예전처럼 인공지능을 몰라도 별다른 지장 없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는 것입니다. 환멸의 골짜기를 지나던 그렇지 않던 언젠가 인공지능은 결국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올 것입니다.
어떤 직업에 종사하고 있더라도 시기의 문제일 뿐 결국은 인공지능과 만나게 될 것이며 꽤나 오랜 시간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 나아갈 준비를 해야 합니다.중요한 사실은 이 때 우리가 인공지능을 대하고 공존하는 자세에도 불교에서 말하는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인공지능 열풍이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 독자분들이 인공지능 기술의 가능성과 한계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업무와 일상에서 자유롭게 활용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에 시작한 연재도 어느덧 끝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생각하는 기계의 원리-1편에서는 인공지능의 과거를 여행했습니다. 생각하는 기계의 메커니즘과 이를 구현해 내기 위한 각종 통계학 및 딥러닝 기반 자연어처리(NLP) 테크닉을 다루었습니다.
생각하는 기계의 원리-2편에서는 인공지능의 현재를 다루었습니다. 초거대언어모델(LLM)이 만들어지는 핵심 원리와 GPT 시리즈를 비롯한 생성형 AI의 최신 연구 트렌드를 소개했습니다. 또한 인간처럼 스스로 생각하고 말하는 일반인공지능(AGI)의 실체를 파헤치고 그 실현 가능성을 가늠해 보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인공지능의 과대광고에 속지 않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영화 그녀(her)의 현실판이라고 불리는 멀티모달 모델 GPT-4o는 텍스트, 이미지, 음성 데이터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아무런 생각을 하지도 감정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출처 : Pixabay
또한 우리는 이제 챗GPT가 내가 한 말을 기억해 두었다가 나를 나중에 공격한다는 말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말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이 난대 없이 등장해서 사람들이 지구에 해로운 존재라며 해치는 일은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전한다고 해도 아마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2. 인공지능의 미래
마지막 장에서는 아직 오지 않은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해 다룹니다. 인공지능은 우리 인류를 디스토피아(dystopia)로 이끄는 재앙일까요 아니면 고된 노동에서 해방시켜 주고 삶의 질을 높여줄 축복일까요? 인공지능은 빈부격차를 해결할 수 있는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소수 집단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도구로 전락하게 될까요?
출처 : renew europe
최근 유럽연합(EU)과 미국을 중심으로 활발해지고 있는 인공지능 개발 규제는 과연 우리 인류의 번영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일까요? 아니면 자유로운 개발 환경 조성이 중요할까요? 생성형 AI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에너지 문제를 우리는 어떻게 해결하고 한 발 나아가 인류가 마주한 환경오염 문제 해결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또한 진정한 의미의 AGI가 등장한다면 그들은 어떠한 법의 적용을 받아야 할까요?
아직 국내에서는 생성형 AI의 활용 방법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에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해외에서는 이미 인공지능의 미래를 둘러싼 담론에 대한 토론이 뜨겁습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한 발 앞서 생각해 보고 나름의 견해를 가지는 것은 인공지능 기술을 잘 활용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자, 그럼 우리의 마지막 종착지인 인공지능의 미래로 향하는 여행을 떠나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