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뇌를 겉에서 둘러싸고 있는 신피질(Neocortex)은 많은 주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신피질을 자세히 살펴보면 겉 부분으로 융기된 이랑(Gyrus)과 움푹 파인 고랑(Sulcus)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인간의 신피질은 더욱 정교하고 다양한 예측을 하기 위해 더 많은 피질기둥(Cortical column)이 필요했고 이에 따라 진화 과정에서 신피질은 점점 더 커졌다고 합니다.
두개골이라는 좁은 공간 속에 최대한 커다란 신피질을 담기 위해 꾹꾹 눌러 담은 결과물이 바로 우리가 보는 주름진 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피질의 주름을 얇고 넓게 펴놓으면 고작 작은 메모지 한 장 정도의 크기가 된다고 합니다. 실제로 인간의 신피질은 고릴라나 침팬지의 그것보다 훨씬 더 주름이 많고 부피가 크다고 합니다. 또한 신피질이 큰 종일수록 지능이 높은 경향이 있습니다. 이 좁고 촘촘한 공간에 지능의 신비가 압축되어 있다니 정말 놀랍지 않나요?
출처 : SimplyPsychology
지난 시간에 우리는 인간의 두뇌와 딥러닝 모두 일종의 신경망(Neural Network)이라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또한 우리의 두뇌와 심층신경망(DNN, Deep Neural Network) 모두 여러 개의 층을 거쳐 '예측'을 통해 일종의 지능을 만들어내는 계층구조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신피질과 심층신경망 공통점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인간의 뇌는 컴퓨터와 매우 비슷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인간의 뇌가 일종의 컴퓨터라면, AGI(일반인공지능) 구현은 시간의 문제일 뿐 언젠가는 가능해질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이번시간에는 계속해서 인공지능과 인간 두뇌의 놀라운 공통점을 파헤쳐보도록 하겠습니다.
1. 인공지능과 인간 두뇌의 놀라운 공통점(2)
1) 되먹임(feedback)과 역전파(back propagation)
출처 : 제프 호킨스의 '천 개의 뇌'
인공지능과 인간 두뇌의 공통점에 대해 이야기할 때 딥러닝 엔지니어인 제가 가장 흥미를 느꼈던 점은 바로 되먹임(feedback) 메커니즘입니다. 오늘날 인공지능의 발전을 가능하게 해 준 딥러닝의 핵심인 역전파(back propagation) 프로세스와 매우 흡사한 되먹임 메커니즘은 수만 년의 진화과정을 거쳐 우리 인간의 뇌에 자리 잡아 있습니다.
우리 뇌는 시각, 촉각, 청각 등 각종 형태의 정보를 받아들일 때 피드백 메커니즘을 활용합니다. 각 감각 정보는 L1부터 L6까지 여섯 단계로 나뉘어 있는 피질기둥을 오르락내리락하며 패턴화를 거쳐 점차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천 개의 뇌(A Thousand Brains)'의 저자 제프 호킨스(jeff hawkins) 역시 그의 저서에서 우리 뇌의 신피질에는 되먹임(feedback) 프로세스가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신경 해부학자들 역시 오래전부터 뇌에 되먹임 연결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습니다.
딥러닝의 순전파와 역전파 (출처 : analyticsvidhya)
우리 뇌의 피드백 메커니즘을 닮은 딥러닝의 역전파(back propagation) 역시 현재의 인공지능 기술을 만든 매우 중요한 개념입니다. 역전 파는 딥러닝에서 사용되는 알고리즘으로, 신경망 각 계층의 가중치(weight)를 조정하는 데 사용됩니다. 역전파 알고리즘은 오차(loss)를 계산하고, 오차가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가중치부터 순서대로 조정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이를 통해 딥러닝 알고리즘은 훈련 데이터에 보다 가까운 예측을 해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2) 분산형 구조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딥러닝과 마찬가지로 우리 뇌의 지능 역시 한 가지 부분에 국한되어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흔히 사람들은 MBTI를 나누고 성격 유형을 파악할 때 냉철하고 객관적인 '좌뇌형 인간'과 감성적이고 직관적인 '우뇌형 인간'으로 나누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뇌과학자들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언어 능력을 담당하는 베르니케 영역(Wernicke's area) 기억과 학습을 관장하는 해마(Hippocampus) 등 특수한 기관들을 제외하고 뇌는 전체가 연동되어 작동하는 일종의 유기체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합니다.
우리 뇌는 수많은 우리 뇌의 작동 메커니즘은 신피질을 구성하고 있는 일부인 수만 개의 피질기둥이 서로 연결되어 전체의 하나로서 작동한다는 점에서 연결주의(connectionism) 혹은 병렬분산처리(PDP, parallel distributed processing)의 개념과도 비슷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우리의 뇌를 일종의 컴퓨터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PDP(출처 : Semantic Scholar)
병렬분산처리(PDP)는 지난 시간에 인공 신경망을 활용하여 인간의 마음 현상 또는 심리적 기제를 과학적 절차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인지 과학 분야의 접근법입니다. 병렬분산처리의 핵심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지식'이나 '지능'은 지능을 가진 존재의 '전체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며, 어느 특정 부위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예를 들어 1000개의 의사 뉴런으로 작동하고 있는 지능체가 있다 해서, 굳이 그것의 학습 상태를 설명하려 한다면 1000개분의 의사 뉴런의 매개 변수 (숫자)를 모두 열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만일 그런 많은 숫자의 나열을 눈앞에 제시받아도 인간에게는 어떤 상태인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출처 : 위키피디아)
우리의 뇌가 연결주의와 흡사하다는 증거는 우리 뇌의 장애에 대한 대처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뇌의 어떤 한 부분이 고장 나면 그에 따른 장애가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피질 전체에 퍼져있는 피질 기둥은 서로 비슷한 기능을 하기 때문에, 한 가지 기능을 잃었다고 해서 완전한 암흑세계에 빠져들지는 않습니다. 물체를 보고, 음성을 듣고, 언어를 처리하고, 추상적인 사고를 할 때 쓰는 피질기둥은 서로 거의 같다고 합니다.
딥러닝 알고리즘 역시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주로 이미지 처리에 많이 사용되는 CNN(Convolutional Neural Network) 그리고 텍스트, 시계열, 주가예측 등 연속 데이터에 많이 사용되는 RNN(Recurrent Neural Network) 등 각각 입력층과 히든 레이어 그리고 출력층의 개수와 구조는 조금씩 다르지만 큰 틀에서 보면 비슷한 알고리즘의 응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입력되는 데이터의 형태는 다르더라도 딥러닝은 결국 모든 데이터를 숫자로 변환하여 인식한다는 점에서 피질기둥과의 유사성을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