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살펴보았듯 우리가 지능이라고 부르는 것을 지극히 단순화하여 말하자면 결국 '패턴화에 기반한 예측 능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사람의 지능을 가늠하는 척도로 널리 쓰이는 지능지수(Intelligence Quotient, IQ) 역시 결국 짧은 시간 동안 더욱 정확하게 패턴을 파악하고 유추해 낼 수 있는 능력과 다르지 않습니다.
출처 : 퀴즈코리아
IQ 테스트를 치를 때 '그림 속 성냥개비 1개만 움직여서 식을 완성하세요' 라던지 '1,3,5... 다음에 들어올 숫자는?' 같은 과제를 짧은 시간 안에 풀어낼 수 있는 사람들을 가리켜 우리는 똑똑하다고 말합니다. IQ가 높은 멘사(Mensa) 회원들은 패턴화와 예측의 귀재들입니다. 그들의 뇌는 일견 무의미해 보이는 것들을 슬쩍 보고도 그 안에서 일정한 패턴과 규칙을 찾아내고 그를 바탕으로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요.
피질기둥(출처 : https://github.com/max-talanov)
지난 시간에 살펴보았듯이 이러한 지능은 신피질(neocortex)을 이루고 있는 피질기둥(cortical column)에서 탄생합니다. 인공지능(AI)과 인간 지능(Human Intelligence) 간의 유사점은 대부분 신피질과 관련이 있습니다. 신피질만 놓고 보자면 인간의 뇌와 인공지능 뇌의 작동원리는 매우 비슷해 보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가 진행하게 될 인공지능과 우리 뇌의 공통점에 관한 논의는 대부분 '신피질'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러나 인공지능과 인간 뇌의 작동 원리는 한편으로 매우 다릅니다. 그것은 단순히 인간의 뇌가 신이 주신 신비한 그 어떤 무언가가 깃들어 있어서는 아닙니다. 그렇다기보다는 생물학적 진화과정에서 생겨난, 인공지능의 입장에서는 다소 불필요(?)할 수 있는 뇌의 부분들과 관련이 있습니다.어떤 면에서 우리 뇌는 잘못 쌓아 올려 덕지덕지 붙여놓은 레고블록과 같습니다. 왜 그런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인간의 뇌와 인공지능의 차이점 : 파충류의 뇌와 변연계
물론 우리 뇌에는 신피질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신피질은 뇌의 겉 부분을 둘러싸고 있는 넓고 얇은 덮개에 불과합니다. 1952년 뇌 과학자 폴 맥린이 주장한 삼위일체뇌 이론에 따르면, 우리 뇌는 진화의 순서에 따라 세 개의 부분으로 나뉘어 진화했다고 합니다.
가장 먼저 진화한 것은 흔히 '파충류의 뇌'로 알려진 R복합체(Reptilion Brain)인데, 이는 인간의 생존을 위한 부분을 담당합니다. 생존의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인간의 공격성이나 무리를 이루고 협력하거나 배척하는 행위 등 지극히 원초적이고 인간스러운 부분을 관장하지요.
출처 : https://medium.com/@snecarhetoricia
그 밖에도 정서적 교감과 모성애 등 감정을 담당하는 변연계(Limbic System)이라는 부분이 있는데, '포유류의 뇌'라고도 불립니다. '파충류의 뇌'와 '포유류의 뇌' 모두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인간보다 지능이 낮은 여러 동물들에게서도 발견됩니다.
변연계와 R복합체는 인간이 인공지능과 다르게 모성애를 느끼고 생물학적 충동을 느끼게 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사람을 인공지능과 구분해 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모성애와 생물학적 충동은 지능이나 합리적인 판단과는 별로 상관이 없지만 인간이라는 종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 뇌의 신피질이 R복합체와 변연계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한 가지 예로 우리의 신피질은 밤늦게 야식을 먹으면 살이 찌고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구태여 밤늦게 야식을 시켜 먹는 이유는 바로 우리 뇌가 여전히 생존을 위해 에너지를 비축해 두어야 한다는 생존을 위한 뇌의 지배를 받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인간의 뇌는 오래된 뇌와 새로운 뇌의 싸움이 매 순간 반복되는 전쟁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비교적 최근(1950년대)에 만들어지기 시작한 인공지능에게는 유구한 진화를 통해 만들어진 '오래된 뇌'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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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인공지능에게 축복인 동시에 저주일 수도 있습니다. 현시점에서 구현된 기술들로는 인공지능이 스스로 어떠한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판단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현재의 기술로는 터미네이터나 아이로봇에 등장하는 로봇들이 인간을 이 지구에서 몰아내고 스스로가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식의 사고를 하는 것 역시 불가능합니다. 인공지능으로 인해 발생할 위협은 그보다는 인간 스스로에 의해 초래되거나, 통제불능 상태에 놓이게 되는 형태로 찾아오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잠재적 위협에 대한 접근 방식도 달라져야 합니다.
인간의 뇌는 진화의 산물이기 때문에 짧은 기간 인간에 의해 구현된 인공지능과는 매우 다르다는 것을 살펴보았습니다. 다음시간에는 인공지능과 신피질의 놀라운 공통점에 대해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