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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바트로스 Feb 15. 2021

내가 회사생활을 그만둔 본질적인 이유

고난과 역경 그리고 실패는 축복의 변형된 형태이다.


고난과 역경 그리고 실패는 축복의 변형된 형태라고 한다. 미국에서 최초로 '성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일생을 바쳐 연구한 나폴레온 힐이 한 말이다. 거대한 성공을 이룬 사람들의 인생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실패가 있었다. 인생을 되돌아보고 리셋하며 경로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실패에는 확실히 성공의 씨앗이 숨겨져 있다. 


오르기만 하는 주식시장은 세상에 없듯이 승승장구만 하는 사람은 없다. 만약 자신이 크게 실패해본 적이 없는데 승승장구만 하고 있다고 느낀다면 지나치게 순수하거나 아직 실패의 시기가 오지 않은 것뿐이다. 눈을 크게 뜨고 자신과 세상에 대해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관찰하고 분석해보기를 추천한다. 혹시 주변의 누군가가 승승장구만 한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그 사람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을 확률이 99.99%다. 부러워할 필요가 1도 없다.


나폴레온 힐의 실패에 대한 정의에 따르면 나의 20대는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축복받지 받지 못한 인생이었다. 내 20대는 너무 평탄했고 이렇다 할 큰 실패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여느 평범한 4년제 대졸자가 그렇듯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직장인으로 살아왔다. 학교 다닐 때부터 스펙 좋고 공부 잘하고 성실한 학생이었던 나는 지극히 평범한 인생을 살아왔다. 조금 특이한 점이라고는 대학생활과 회사생활의 무대가 한국이 아닌 외국이었다는 점뿐이다.


하지만 나는 본질적으로 회사생활과 잘 맞지 않는 사람이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결국 회사생활은 화용론(화자가 말하는 대상의 사실여부나 본질이 아니라 시간, 공간, 상황적 맥락과 그 의도를 캐치하는 능력)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아는 정치적인 사람이 잘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회사생활에 있어서 "나는 누구이고 이 세상은 무엇인가?", "나는 왜 태어났을까?"라는 질문은 지나치게 쓸데없는 질문이다.


따라서 회사생활은 누가 더 삶의 의미 추구에 대한 본능을 억누르고 연기를 잘해서 한정된 자원을 가져가느냐의 싸움일 수밖에 없다. 대기업, 스타트업 심지어 사회적 기업까지 경험해본 나는 회사의 규모나 혁신성은 결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치나 관료주의는 인간의 본성이다. 그리고 싫어하는 것을 꾸역꾸역 참고하는 사람은 티가 날 수밖에 없다. 반면에 세상에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그런 것들을 잘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정치적인 것이나 어떤 개인적인 이익 추구의 의도를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들에게 환멸을 느끼는 지나치게 세상 물정에 어두운 사람이었다. 결국은 나 스스로를 정치적인 사람으로 정의하고 나머지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느냐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나의 가치를 증명하느냐 그 두 가지의 선택지 밖에 없었다.


그래도 5년이라니 참 오래도 버텼다. 생각해 보면 그동안 정신적 육체적으로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었던 만큼 나는 그동안 정말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백수생활 9개월 차에 접어든 지금 직장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마음의 갈등들은 모두 하루라도 빨리 회사를 그만두고 내가 더 잘하는 일을 시작하라는 자연의 신호였던 것 같다.


내가 조금이라도 불운했다면, 스펙이 안 좋았다면, 그 어떤 회사에서도 나를 받아주지 않았다면 나는 몇 년이나마 빨리 깨달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말로 실패는 변형된 형태의 축복이다. 나는 결국 자발적 백수가 되었다. 그리고 돈은 잘 못 벌지만 이렇게 책을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는 누구보다 행복하다. 드디어 나에게도 더 넓은 세계로 가기 위한 변형된 축복이 찾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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