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에서 막 나온 새는 날지 못한다 (그 둥지는 매우 비좁았다)
방 구하기는 의외로 수월했다. 내가 단순했는지도 모른다.
방을 고르는 기준점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첫 자취라니!!
당시 홍콩 워킹홀리데이에 대한 정보가 정말 없었지만
입국 전에 인터넷을 뒤져 간신히 홍콩 부동산 사이트를 찾을 수 있었다.
홍콩에 입국 후 임시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사이트에 접속해 중심가(홍콩은 웬만하면 다 중심가였지만)에 위치한 방을 위주로 찾아봤는데
괜찮은 방을 하나 발견하여 바로 연락을 하고 다음 날 중개인을 만났다.
그녀는 내가 쓸 방과 부엌, 화장실을 보여주면서 가격과 위치를 논하며 나에게 어필을 했는데,
나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그 자리에서 계약 희망을 밝히고 다른 방은 보지 않고 다음 날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글을 쓰기 위해 계약했던 집 사진들을 찾아봤는데, 그 당시 방을 보는 기준점이 얼마나 낮았는지 사진을 보면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방에는 침대 하나와 학교 책상 하나, 부직포로 된 옷장뿐이었지만
방문을 열면 바로 참대 위로 올라가야 했을 만큼 정말 비좁았다.
그때 내가 어려서 그랬는지 아니면 내 인생 첫 독립의 성공에 취해서였는지 모르지만 그 방에서 지내는 게 정말 개의치 않았다.
2014년도에 홍콩의 집값은 전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고, 특히 내가 사는 지역이었던 코즈웨이 베이는 홍콩에서 집값이 제일 높았다.
당시 5000 홍콩 달러(25년 3월 기준 약 93만 원)를 지불하고 지냈던 걸로 기억하는데, 방의 크기를 생각해 보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내가 살던 집엔 총 4개의 방이 있었는데 그중 3개의 방이 가벽을 세워 만들어진 방이었다.
그 가벽은 얇은 나무판자를 세워 올린 것으로 방음이 전혀 되지 않아 옆 방에서 새어 나오는 소리가 선명히 들릴 정도였다.
입주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내 방 바로 옆에 연예인 뺨치는 브라질 커플이 들어오게 되었는데 얼마나 이쁘고 잘생겼는지 나 스스로가 다 위축이 됐을 정도였다.
당시 부끄럼이 많았던 나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준 그 브라질 언니는 가까이서 보니 더 예뻤고 그래서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친해지기는 개뿔. 그들은 낮, 밤, 새벽 할 것 없이 지나치고 적나라한 애정행각의 소음으로 나는 그만 이성을 잃고 말았다.
처음에는 설마 설마 하는 마음이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불쾌한 감정이 들었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일하는데 지장 받기 일쑤였다.
'아, 해외구나'하는 생각이 처음 들었던 시기도 이때였다.
마주하는 벽을 세게 치거나 '너네가 뭐하는지 나는 지금 다 들린다'라는 감정을 나도 소음으로 맞받아쳤다.
그러나 그들은 계속해서 소리를 냈고, 당시에 나는 얼굴을 마주 보고 그 얘기를 직접 꺼내는 게 너무 어려워 결국 중개인에게 그들이 무슨 짓거리를 했는지 불만을 표출하는 한 편, 다른 방이 비었으니 그 방으로 옮기고 싶다고 이메일을 보냈다.
중개인은 고맙게도 내 의사를 들어주었는데 이메일을 보낸 며칠 후 옆 방으로 초고속 이사를 할 수가 있었다.
두 번째 방은 첫 번째 방과 같은 가격을 지불했지만 내 방과 붙어 있는 방 사이가 시멘트 벽이어서 소음이 덜 했고 조금 더 넓어 만족하며 지냈다.
후에 그 브라질 커플은 어떻게 됐냐고? 쫓겨났는지 다른 곳을 떠났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내가 이사한 지 몇 주 되지 않아 그 집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