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버튼
엄마는 내가 성인이 돼서야 과거의 일들을 천천히 풀어가기 시작하셨다.
충격적인 일화들을 들을 때마다 엄마가 그런 어마어마한 일들을 혼자서 감당했고 버텨냈다는 것에
대단함을 느낀 한편, 참으로 안쓰러웠다.
평소처럼 전화하던 어느 날,
자연스레 집안 얘기를 하다 엄마가 말씀하셨다.
"... 외할머니가 일찍 돌아가셨잖아, 근데 엄마는 ㅇㅇ이 옆에 오랫동안 있어주고 싶어."
그 말을 간신히 끝맺고 울먹이던 엄마.
마음을 추스르고 다음 말을 꺼내기까지의 시간이 마치 천년 같았다.
엄마의 엄마는, 엄마가 삼십 대 중반이었을 때 돌아가셨다.
그때 엄마는 참 철없고 부족한 청년이었을 건데, 외할머니는 왜 그리 빨리 가셨을까.
엄마도 나처럼 어렵고 힘든 일이 있었을 때마다 엄마를 찾았겠지.
엄마도 나처럼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었겠지.
그걸 잘 알기에, 엄마는 나의 담요가 돼주고 싶었을 거다.
그렇게 튼튼했던 엄마는 이제 늙어간다.
무릎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지만 정신은 그렇지 않나 보다.
걱정이 되어 혼을 내면
안 아프다며 오늘 저수지를 두 바퀴나 돌았고, 지금은 필라테스에 가야 해서 준비 중인데, 아, 맞다, 좀 있다 일 끝나고 모임에 가기로 했고, 모임이 끝나면 학교 과제를 해야 한다,며 오늘의 일정을 신나게 읊으신다.
항상 배우고, 남을 도우고, 사람을 포용할 줄 아시는 멋진 엄마.
그런 엄마가 밉다.
혼자 그렇게 늙어가시는 엄마가 밉다.
손등에 검버섯이 나서 밉고 그걸 상관 않아하는 엄마가 너무 밉다.
세월을 잡고 싶지만, 단호한 그것은 너무 매정하다.
작고, 약해 보이지만 강하고 멋진 엄마.
엄마, 다음 생엔 내 딸로 태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