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살 낚시 하는 법을 아십니까

바다사람들

by harrymerry
빵이 고소하니 계속 손이 갔다

약속된 8시에 아침을 먹으러 다이닝룸에 들어가니 비나가 보온병에 담긴 물, 커피가루와 티백, 그리고 튀긴 빵과 가벼운 설탕맛이 나는 단호박으로 아침을 내어줬다.

아침배를 채우고 있는데 배티가 내게 와 계획했던 선셋 크루즈 일정에 작살 낚시를 구경해보지 않겠냐고 물었다.

액티비티 목록에 있어서 해보고 싶다고 말해뒀는데, 오늘 마침 하러 간다기에 보고 싶다고 했다.


부엌 쪽에선 이미 작살낚시를 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한 명이 투바(tuva)라는 나무의 뿌리를 망치나 돌로 내려쳐 납작하게 만들고 다른 한 명이 짚처럼 뭉개져버린 뿌리를 한 손 크기로 묶고 있었다.

뿌리의 역할에 대해 설명해 주는데 나는 본 적이 없어 당최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오리발이 없으면 수영을 할 수가 없어 구명조끼를 입고 물안경 너머로 낚시하는 과정을 지켜보기로 했다.


숙소 앞에 정착되어 있는 배로 갔다.

그 배는 어제 나를 픽업했던 크기의 모터보트였다.

배를 타기 전에 바다를 둘러보는데 윤슬이 반짝반짝 빛나는 잔잔하고 푸른 바다를 보니 기분이 다시 묘해졌다.

너무 조용해서 다시 다른 행성에 온 기분이었다.

너무 잔잔해서 기분이 묘했던 풍경

감상도 잠시, 대장 에디(6남매의 아버지)가 배를 몰고 비나, 다른 집에서 온 친구, 에디(베티의 남편), 막내 라인인 로버트와 브라카, 그리고 베티 아들 에디(4세)와 함께 배에 올랐다.

배가 속력을 내고 오른쪽으로 향하다가 대장 에디가 거뭇한 곳을 가리키며 피지어로 뭔가를 얘기했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아버지 에디는 물결만 봐도 생선이 어디 있는지 아는 바다사람다운 면모를 보였다.

비나와 베티 아들 에디, 그리고 아버지 에디를 제외하고 모두 길고 얇은 쇠창살을 손에 든 채 주저 없이 뛰어들어 생선이 어디 있는지 찾기 시작했다.

이따금 비나가 긴 나무막대기로 바다를 쳐댔는데, 이는 가만히 있는 생선을 깨우기 위함이었다.

아버지 에디가 나에게 들어가 보라고 신호를 보내자 액션캠을 들고 바다로 들어갔다.


그렇게 깊지 않은 곳, 바다 내부는 바깥에서 본 그대로 맑았다.

시야가 맑고 깨끗했는데, 먼저 들어가 있던 남자 넷이 잠수를 해서 아까 내려친 뿌리덩어리를 바위 틈새로 비벼댔는데, 그 뿌리의 성분으로 인해 어지러움을 느껴버린 작은 물고기들이 내 근처에서 떠다니고 있었다.

낚시하는 법을 좀 더 자세히 지켜보니 아까 손에 쥐고 있던 고무를 이용해 방아쇠처럼 작살을 쏘자 정신을 못 차리는 생선들이 작살에 꽂혔다.

여기저기 포인트를 옮겨 다니며 낚시를 했는데 남자 넷은 최소 6번씩 바다에 빠졌다.

모두 낚시 실력이 타고났지만 그중에 제일 좋은 사람은 베티 남편 에디였다. 그는 이따금씩 코코넛만 한 큰 생선을 잡기도 했다.

작살을 들고 낚시하는 친구들
뿌리 덩어리를 손에 쥐고 있다

추위를 잘 타는 나는 바다에 들어갔다오면 추울 거라 예상했지만 수온은 낮지 않았고 바람도 살살 불어 그렇게 춥지 않았다.

문제는 바다에 빠지고 난 후 다시 보트에 올라타는 데 애를 먹었다는 거다.

운동신경이 있는 편이라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두꺼운 구명조끼가 올라타는데 방해가 돼, 매번 올라갈 때마다 남자들의 힘겨운 도움을 받아야 했다.

비가 오기 시작하고, 추위를 타고 모두 슬슬 지쳐할 때쯤 우리는 숙소로 되돌아갔다.


숙소에 도착하고 얼마 기다리지 않아 점심으로 바로 잡은 생선 요리가 나왔다.

피지는 모든 것을 낭만적이게 만들었다.

아직 마르지 않은 머리, 비를 맞고 있는 바다, 옆에서 부드럽게 기타를 치며 속삭이는 에디의 노래 덕분에 수영을 끝내고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따끈한 생선에서 단맛이 느껴졌다.

포크와 나이프가 이 분위기에 맞지 않다고 생각해 식기류를 저리로 치우고 손으로 먹었다.

오늘도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오늘도 행복했던 하루!


2025.08.06 수요일

검은 바닷소리를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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