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는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다섯 번 받았다

by harrymerry

나는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다섯 번 받았다.

홍콩, 덴마크, 스웨덴, 이탈리아 그리고 호주. 여기에 더해 약 35개국을 여행했다.

5개국의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서 세계를 돌아다니겠노라고 계획한 건 아니었다.

재미를 쫓아서 살다 보니 그렇게 됐다.

언젠가, 나는 어쩌다 해외생활을 하게 된 거지? 하며 스스로에게 물은 적이 있다.

그것은 아마 어린 시절에 생긴 서양 문화에 대한 동경이 아니었을까.


한창 중학교를 다니던 때 미국, 유럽권 영화를 즐겨보곤 했는데, 영화 속 로스앤젤레스의 트램 안이나 런던의 9와 4분의 3 승강장 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중학생 소녀에게 있어 세상의 전부였다.

그렇게 생긴 외국 생활에 대한 환상은 매일 밤 자기 전의 상상으로 이어졌다.

외국 친구들과 함께 파티를 즐기고, 베개 싸움을 하면서 파자마 파티도 하고, 친구의 아늑한 방에서 같이 영화를 보거나 tv 게임을 즐기고, 대학 캠퍼스에서 친구들과 같이 샌드위치를 먹기도 하며 연애도 하는 그런 거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일반 가정집에 장녀로 태어난 토종 한국인이었다.

호두과자의 도시 천안에서 평범한 중학교를 다니는 그런 평범한 중학생이었다.

"나 외국 보내줘!"라고 부모님께 떼를 쓰는 것은 k-장녀로서의 도리가 아니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해외 유학과 세계여행이 나의 큰 소망이 되었고

죽기 전에 외국 친구들을 사귀어 파티에 초대받고 싶었다.

하지만 언제 세계여행을 하게 될지, 어떻게 외국 친구들을 만들어야 할지 방법을 몰랐다.


그렇게 성인이 되고 알게 된 워킹홀리데이 제도.

워킹홀리데이 비자만 있으면 1년이나 해외에서 지낼 수 있다니!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다. 2년제 대학을 마치자마자 나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이 제도 덕분에 나는 세계여행도 하고(현재 진행 중) 외국 친구들에게 파티에 초대받아

버킷리스트의 5번째 항목에 빨간 줄을 그을 수 있었다.

단순 환상에서 시작됐지만 한국 밖에 있는 모든 것이 새로웠고, 배움 그 자체에서 오는 희열과

내 우주가 확장돼 가는 것에 중독되어 워킹홀리데이의 늪에 빠지게 되었다.


이 글을 시작으로 나는 나의 지난 10년간의 연대기를 적어보려 한다.

워킹홀리데이의 시작부터 끝까지, 여행을 하면서 겪었던 나의 이야기들과 인생 사건들.

웃고 울고 화내고 슬프고. 혼자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나와 참 많이 친해지고 나름 성숙해진 거 같은데, 어느 한 사람의 성장 스토리라고 불러도 될까?


책 출판은 내가 어렸을 때부터 간직했던 또 다른 꿈인데

이 꿈도 세계 여행을 하는 거나 파티 초대권을 받은 것처럼, 그렇게 어렵지 않을 거라는 믿음으로

노트북을 열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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