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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공자, 콘텐츠 마케터가 되기로 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의 교집합 찾기

by 해리


"아무래도 콘텐츠 마케터가 되어야겠다."


사실 영상 일을 그만두기로 마음먹었을 때부터, 내 다음 스텝은 이미 ‘콘텐츠 마케터로 취업하기’로 정해져 있었다. 내가 잘하는 것(영상 편집)과 내가 하고 싶은 것(내 콘텐츠에 내가 넣고 싶은 메시지를 담는 것)의 교집합을 찾아나가던 중, 유일하게 눈에 들어왔던 직업이 바로 ‘콘텐츠 마케터’ 였으니까. 그래서 내 커리어에 다음 가설을 세우는 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보다 더 큰 고민은 따로 있었다.

“비전공자인 내가 과연 마케터로 취업할 수 있을까?”


영상 일을 그만두겠다고 말하던 날, 실장님이 내게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콘텐츠 마케터? 무슨 일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예쁜 그림 한 장 뽑아서 텍스트 넣는 거 아니야? 여기서도 너 얼타고 하는데, 거기 가선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진짜 네가 걱정돼서 하는 말이야.”


콘텐츠 마케터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이미 마음이 떠난 내게 그런 저주 같은 말을 퍼붓다니. 도대체 왜 그런 말을 해야 했는지 어이없고 화가 났다. 하지만 더 답답했던 건, 그 말이 정말 ‘내 미래의 모습’이 될까봐 순간 자존감을 잃었다는 거였다. 동시에 이를 바득바득 갈며, "어떻게든 내가 꼭 콘텐츠 마케터가 되어야겠다" 고 결심하게 된 순간이기도 했다.




비전공자의 콘텐츠 마케터 취준기 시작



나는 제대로 된 마케팅을 알기나 하나?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콘텐츠 만드는 걸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마케터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던 것 같다. 경영학이나 광고홍보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었고, 마케팅 관련 유관 경험도 거의 없던 나는 일단 무작정 “비전공자로 콘텐츠 마케터 취업하는 법”부터 검색하기 시작했다. ‘비전공자의 마케터 취준기’라고 적힌 블로그나 브런치 글은 거의 다 읽어본 것 같다. 물론 쉽지 않을 거라는 건 예상했지만, 다른 사람들의 경험담을 읽다 보니 ‘생각보다 더 어렵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하나같이 말한다. 마케터에게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고.
지금은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그땐 의외로 마케터에게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도 많았다. 그래서 포트폴리오를 만들기에 앞서, 우선 내가 지금까지 해온 경험들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내가 했던 것 중에 마케팅과 관련 있는 게 있나..?”


... 오? 그런데 머리를 쥐어짜내다 보니, 의외로 있었다.



정리해보면 이렇다.

학창 시절부터 싸이월드, 네이트온, 인스타그램,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등등 모든 SNS를 즐겼던 나는 SNS에 대한 관심이 유난히 높았다.

: 매체별 콘텐츠 특성이나 소통 방법(문체)들을 나름대로 분석해본 적이 있어서, 이걸 포트폴리오에 녹여 어필했다.


대학생 때는 ‘감성카페/여행지 소개’를 컨셉으로 한 인스타그램 계정을 (어쩌다 보니 재미있어서) 꾸준히 운영하게 되었고, 어느새 팔로워 3천명 이상이 모였다. 그 계정을 통해 협찬이나 광고 콘텐츠를 제작하며 수익화를 해본 경험도 있다.

: 당시엔 몰랐는데, 돌이켜보니 이게 바로 콘텐츠 마케터가 하는 일이더라. 정보를 담은 유익한 콘텐츠로, 컨셉과 타깃이 명확한 계정을 꾸려나가는 일 말이다.


대학교 시절, 대외활동은 물론 동아리나, 과 집부 활동에서도 늘 ‘홍보부장’ 역할을 맡아왔다. 각종 SNS 계정을 운영하고, 이벤트나 부스 기획도 도맡아 하며 조직을 알리는 일을 해왔다.

: 당시엔 그저 ‘좋아서 늘상 맡아왔던 역할’이었지만, 돌이켜보니 이것도 콘텐츠 마케팅의 일환이었다. 그래서 이 경험도, ‘조직을 알리기 위한 콘텐츠 마케팅 활동’으로 포트폴리오에 정리해 담아봤다.


그때 처음 느꼈다. 역시, 의미 없는 경험은 없다는 걸.


혹시 지금 경험 정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내가 했던 활동 중 지원하고자 하는 직무와 결이 비슷하거나, 접점이 있을 만한 경험들을 먼저 나열해보자. 그리고 그 직무가 요구하는 역량과 하나씩 매칭시켜 보다 보면, 내가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보이기 시작한다. 여기에 내가 느꼈던 인사이트를 더하면, 그건 분명 나만의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내게 부족한 건 분명 있었다.



내가 구직하던 때가 "경험 중심, 경력 중심"의 채용이 점점 보편화되던 때였다. 내가 가진 경험만으로 콘텐츠 마케터로서의 역량을 어필하기엔 확실히 부족했다. 그래서 일단은, 무료로 단기 인턴 경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찾아다니면서 최대한 많이 지원했다.


하지만 가장 막막했던 건, 자기소개서도 쓰고 포트폴리오도 완성했지만, ‘이걸 어떻게 더 보완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일단 내가 만든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로 닥치는 대로 서류를 넣었다. 그리고 어디서든 연락이 오면 무조건 면접은 다 나갔다. 어차피 현업 실무자에게 내 포트폴리오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는 면접뿐이니까.


그러던 중 한 면접에서, 면접관 분이 이런 말을 했다.

“지금 해리님 포트폴리오를 보니 콘텐츠 제작 역량은 충분히 잘 보여요. 그런데 콘텐츠 기획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부족해 보여서, 직접 이야기 나눠보고 싶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서야, 내가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할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면접을 거듭할수록 내 경험 정리도 더 명확해졌고, 취업 준비 중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할지 방향도 점점 또렷해졌다.


만약 지금 비전공자 신입으로 마케터 직무에 도전하고 있다면, 나는 꼭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일단 면접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무조건 가보자.”


다만, ‘불러줬으니 간다’는 마인드보다는, ‘이번 면접에서 나는 무엇을 얻어갈 수 있을까’라는 목적을 가지고 가보면 더 좋다. 이런 마인드로 면접을 복기하다 보면, 내가 직무에 대해 부족한 부분이나 포트폴리오에서 더 보완할 점을 훨씬 더 뚜렷하게 알 수 있다.




3개월, 숨 참고 취준에 몰입한 결말

콘텐츠 마케터 인턴 경험을 할 수 있는 단기 인턴 프로그램에 합격했다.

신입 & 비전공자로 콘텐츠 마케터에 지원한 회사들 중, 서류 합격률이 30% 이상이었다. (중견/중소/스타트업 모두 있었다.)

이전에는 연락이 없던 곳에서 다시 연락이 와, 면접 제의를 받았다.




그렇게 나는, 가장 마음이 끌리는 회사에서
콘텐츠 마케터로 첫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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