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실리콘밸리 PM에게 직접 들은 찐한 창업스토리

하이아웃풋클럽(HOC)_Nathan Meetup 후기

by 해리

메타 (전)Product Director, Nathan의 이야기

지난 목요일, 하이아웃풋클럽 멤버 특전으로 특별한 자리에 다녀왔습니다. 바로, 인스타그램 스토리 기능을 만든 장본인이자 전 메타(Meta)의 Product Director였던 Nathan의 오프라인 밋업이었는데요.

Nathan은 구글 인턴으로 커리어를 시작해, 인스타그램 스토리, 페이스북 데이팅, 메타버스 등 수많은 굵직한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실력자입니다. 말 그대로, 실리콘밸리 한복판에서 찐으로 성공한 PM이죠.

그날 밋업에서는, 메타 시절의 비하인드부터 시작해 안정된 커리어를 내려놓고 다시 창업에 도전하게 된 이야기까지. 그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실리콘밸리의 이야기와 인사이트들이 쏟아졌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몇몇 순간들을 정리해 보려고 해요.




1. 인스타그램 스토리, “그냥 작은 개선일 줄 알았다”


Nathan이 메타에서 APM(주니어 PM) 시절 처음 맡은 프로젝트가 바로 ‘인스타그램 스토리’였다는 사실에 다들 엄청 놀랐어요. 저 역시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역시 실리콘밸리는 떡잎부터 다르ㄷ..(ㅎ) 하지만 Nathan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프로젝트가 그렇게 커질 줄 알았으면, 아마 저한테 안 줬을 거예요. 그냥 점진적인 개선이라고 생각했죠. 근데 알고 보니, 호랑이 꼬리를 잡은 거였어요.”


결과적으로, 2달이라는 빠듯한 일정 안에 팀원 모두가 진심을 다해 달렸고, 스토리 기능은 엄청난 성공으로 이어졌다고 했습니다. 역시.. 팀원들 모두가 Align되어 원팀으로 움직여야 하는 이유와 그 가치에 대해서 다시금 알 수 있었달까요.




2. “운이 좋았어요” 라는 말 속의 진짜 의미


Nathan은 큰 프로젝트를 맡게 된 것도, 빠른 승진도, 다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겸손하게 말했습니다. 그런 그에게 가영님이 물었어요. “그게 운만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였죠 솔직히?”


그랬더니 그는 이렇게 답했어요. “기회는 누구에게나 오는 게 아니에요. 하지만 왔을 때 잡을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내 몫이죠. 저는 원래 맡은 일 외에도 ‘이건 꼭 해보고 싶다’ 싶은 걸 스스로 실험해봤어요. 그게 신뢰로 이어졌고, 결과적으로 운과 노력이 잘 맞물렸던 거죠.”


이 말을 들으며 느낀 건, 진짜 실력자들은 기회가 ‘운’이 아니라 ‘준비된 태도’에서 온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다는 겁니다. (1) 작은 아이디어를 행동으로 옮기는 힘, (2) 정해진 일 외에 스스로 움직이는 습관, 결국 이게 기회를 만드는 바탕이 되는 것 같아요.




3. 카피캣? 그럼에도 해야 했던 이유


인스타그램 스토리가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스냅챗을 따라한 거 아니냐는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사실 기능만 보면 맞는 말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Nathan은 조금 다른 관점으로 이 기능을 바라봤습니다. 단순히 남을 따라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이 “자연스럽게 올릴 공간이 사라지고 있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였다고 말했거든요. 그는 “스토리 기능은 결국 모든 소셜 앱이 가지게 될 것이다”라는 확신이 있었고, 그렇다면 “열 번째 카피캣이 되느니 두 번째 카피캣이 되는 게 낫다”는 판단으로 과감히 도입을 결정했다고 합니다.


특히 인스타그램만의 감성에 맞게 스토리를 재해석한 점이 인상 깊었어요. 예를 들어, 콘텐츠 위에 점으로 몇 개의 사진이나 영상이 있는지 보여주는 UI, 사진을 가리지 않으면서도 현재 위치를 알려주는 방식, 스토리를 하이라이트로 남길 수 있게 한 기능 등은 단순히 따라한 게 아니라 인스타그램의 사용자 경험에 맞춘 Nathan 팀만의 해석이었습니다.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 해결책을 브랜드 정체성에 맞게 풀어낸다는 것이 실력자의 진짜 ‘센스’라는 걸 느꼈습니다.




4. RETRO의 탄생 : 광고 없는 SNS가 필요해


그렇게 대형 프로젝트를 이끌던 Nathan은 결국 메타를 나와 다시 창업을 선택합니다.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어요. 조직 안에서 높아질수록 ‘사람 관리’나 ‘보고 체계’처럼 회사 안에서만 통하는 기술에 시간을 더 쓰게 되는데, 그는 그보다는 밖에서 더 새로운 걸 해보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만든 것이 ‘광고 없는 SNS’, RETRO입니다.


RETRO를 만든 배경에는 지금의 SNS가 너무 퍼포먼스 중심이라는 문제의식이 있었어요. 콘텐츠는 점점 더 잘 찍어야 하고, 뭔가를 자랑하거나 웃겨야만 할 것 같은 압박이 있는 시대. 그는 실제로 인스타그램 재직 당시 “친구 간 공유가 줄어드는 데이터”를 직접 봤고, 친구한테 일상 사진 하나 올리는 것도 눈치 보이는 현실이 싫었다고 해요. 그래서 오직 가족과 친구만을 위한 공간, 꾸미지 않고 자연스럽게 일상을 나눌 수 있는 ‘진짜 나를 위한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고 합니다.



5. 스타트업 초기엔, 리텐션과 참여에 올인하세요.


창업자 Nathan이 말하는 스타트업의 초기 생존 전략은 명확했습니다. 바로 “리텐션(재방문율)과 참여율”입니다. RETRO 역시 초반에 가장 집중한 건 ‘성장’이 아니라 ‘리텐션’이었어요. 그는 “사용자가 매주 한 번 이상 들어오는가?”, “들어올 때마다 사진이나 영상을 올리는가?”라는 질문을 기준으로 트래킹을 했다고 합니다. 초기에 여러 명이 함께 가입하게 만드는 이벤트를 통해 이 기준을 채우는 실험도 많이 했고요.


이런 철저한 집중 덕분에 RETRO는 안정적인 시작을 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처음으로 구독 모델을 도입했는데, 무려 일주일 만에 서버비용 전체를 충당할 정도로 성과가 나왔다고 해요. 물론 앞으로 이 모델이 지속 가능할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사용자 중심’이라는 철학이 실험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였던 것 같습니다.




6. 실리콘밸리 창업자가 말하는 성장하는 제품의 3가지 원칙

마지막으로 Nathan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사용하는 제품’에는 몇 가지 공통된 원칙이 있다고 말했는데요. 우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어야 하는 건 당연하고, 무엇보다 만들고 있는 나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사람들이 함께 이야기하고, 자랑하고, 나누고 싶어져야 한다고 했어요. 그 제품이 자신의 정체성과 맞닿아 있거나, 친구들과의 공동 경험을 만들 수 있거나, 아니면 단순히 너무 좋은 경험이라서 스스로 퍼뜨리고 싶어지는 경우죠. 말하자면, ‘입소문이 날 수밖에 없는 경험’을 디자인해야 한다는 얘기였습니다.



하 진짜 이것의 5배는 더 좋은 이야기가 넘쳐나는데요… 글이 너무 길어져서 ..
개인적으로 여운이 너무 길었던 Nathan 의 멘트로 마무리를 해봐야겠습니다.

“거창한 제품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작은 아이디어도 좋고, 실험적인 무언가도 좋아요. 중요한 건 ‘내가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경험이에요. 완성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시작하고 부딪혀보는 것 자체가 진짜 자산이 됩니다.”
“사람이 80살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우리가 가진 주간은 약 4,000주예요.
그렇다면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내 삶이 어땠는지’ 남겨야 하지 않을까요?”



Nathan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이렇게 묻고 있네요.
“여러분은 지금 이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나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