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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하나 Apr 07. 2023

인류의 인내심, 최대 3년

그래서 우리는 얼마나 달라졌나.


COVID-19.


2023년에 바라보는 ‘19’라는 숫자가 어색하다. 태어나 처음 겪은 글로벌 팬데믹 기간에도 다이버로 태국-한국-멕시코-한국-태국을 잇는 여정을 강행했던 나다. 각 나라와 문화권 사람들의 다른 대처와 자세를 경험했다. 팬데믹을 말 그대로 참 글로벌하게 느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여전히 바이러스는 들끓고 있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모든 것이 예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코로나를 외면하기로 작정한 듯하다. 글로벌 팬데믹으로 알게 된 인류의 최대 인내심은 3년이 채 안 돼 끝났다. 


코로나만 끝나면 보자, ‘준비, 탕!’을 외치던 뭍사람들이 섬으로 모여든다. 섬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 집을 나설 이유를 다시 찾았다. 팬데믹에 문 닫은 사업장이 많다 보니 갑자기 넘치는 손님에 과부하 된 상점들은 신축에, 증축에 정신이 없다. 가난한 사람은 팬데믹으로 더 가난해졌고, 돈이 있는 사람은 팬데믹에도 건재함을 과시했다. 꼬따오 커뮤니티엔 구인 광고 포스트가 부쩍 많아졌다. 


이렇게 사람들이 모여들다간 언젠가 이 섬이 터질 것 같단 생각을 한 적도 있는데, 내가 여기 살기 시작한 2015년 이후로 지금껏 그런 일이 실제 일어난 적은 없다. ‘꼬따오 총량 법칙’이다. 들어온 이가 있으면 나가는 이가 있다. 들고 나는 절묘한 시간차로 이 섬은 균형을 맞춘다. 너무 과하지 않게, 바빠도 적당히 여유 있게, 섬은 알아서 중심을 잡는다. 그래서 내가 이 섬을 좋아한다.


갑자기 많아진 사람들로 분위기가 확 바뀐 꼬따오. 옆 섬 풀문 파티에 가려 항구에 늘어선 인파를 봤다. 한국의 이태원 참사 영상이 눈에 어른거려 숨이 가쁘고 심장이 벌렁거린다. 섬을 통틀어 제대로 된 신호등 하나 없는 이곳에서 관광객은 술과 대마에 취해 스쿠터를 몰다 사고를 낸다. 자기만 다치는 것도 아니다. 상대방 누군가도 다친다. 팬데믹 이후 관광 산업 회복 작전에 ‘신의 한 수’를 둔 태국 정부는 암암리에 유통되던 대마를 합법화했다. 요즘은 어딜 가도 대마를 먹을 수 있고, 마실 수 있고, 피울 수 있다. 이걸로 한국에선 실형을 받는다. 


팬데믹에 전쟁을 시작한 나라 러시아는 여전히 전쟁 중이다. 얼마 전, 이 섬의 러시안 강사와 우크라이나 강사가 조촐한 결혼식을 올렸다. 팬데믹 이후 자국 우월주의가 꼬따오 역시 덮쳤다. 다국적 문화가 정점을 이루는 이 섬에서도 러시안은 언제나 조롱과 회피의 대상이다. 유럽 각국에서 온 백인 남성은 태국 외딴섬에서 그 어느 때보다 백인 특권을 자랑스럽게 드러낸다. 남성 여행자의 비율이 훨씬 높아졌고, 소외되고 억압받는 여성도 많아졌다. 


지난 3년간 우리는 뭘 했나. 과연 ‘대안’을 생각해 봤나. 이 푸른 별 지구는 이대로 절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걸 경고했는데, 우리는 팬데믹에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멈췄던 공장을 더, 더, 더 돌리고 있다. 


우리가 지난 3년간 갈아 썼던 수천 장의 마스크는 모두 바닷속으로 침잠해 더 이상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럼 된 건가. 이대로는 아무것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걸 자연이 친절히 예고까지 하며 단 한 번의 기회를 더 주겠노라 하는데도 우리는 이를 또 뭉개고 모른 척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고 있다. 인류의 트라우마가 된 팬데믹, 눈에 보이지 않아도 우리 안에 남은 상처는 어떻게든 곪아 터진다. 결코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모르는 채 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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