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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하나 Jun 06. 2024

스쿠버 다이빙의 시작과 끝, 이퀄라이징에 관한 모든 것

다이빙의 시작과 끝, 이퀄라이징. 다이버는 제대로 배울 권리가 있다.


스쿠버 다이빙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이퀄라이징(Equalizing, 압력 평형). 하강을 시작할 때 이퀄라이징이 제대로 안 되면 다이빙 자체가 진행이 안 되죠. 제 주변엔 이퀄라이징을 제대로 못 해 상해를 입어 결국 영영 다이빙을 못 하게 된 친구도 있어요. 특히 초보 다이버들이 이퀄라이징에 실패하면 함께 다이빙하는 버디나 팀메이트에게 미안한 마음도 생기고, 다른 이의 다이빙마저 망쳐버렸다는 죄책감에 힘들어해요. 이퀄라이징에 대한 공포는 후에 심각한 심리적 불안으로 이어져 다이빙을 제대로 즐길 수 없게 만듭니다. 그런 심리적 요인을 무시하고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 집단에서 받는 압력이나 압박)에 의해 다이빙을 지속하다 안전 문제까지 이어질 수도 있어요. 


하강하며 이퀄라이징 하는 중 ⓒ 조하나



이퀄라이징, 이것 때문에 말도 못 하고 마음고생하는 다이버들 꽤 많아요. 다이빙 처음 하는데 이퀄라이징이 안 돼서 쎄-게 했는데, 눈이 빠질 것 같았다, 그래서 다이빙은 아니다 싶어 그만뒀다, 하는 분들도 많고요. 안타까워요. 다이빙 처음 할 때 이퀄라이징, 잘 배우고 강사가 컨트롤만 제대로 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제가 늘, 다이빙 급하게 배우지 마시라, 꼼꼼하게 브리핑 듣고 물속에서 강사와 충분히 커뮤니케이션하고 안전하게 진행하시라, 하는 거고요. 


이퀄라이징이 안 되는 여러 가지 이유에는 찬물 다이빙, 다이버의 신체적 컨디션부터 심리적 요인까지 다양하지만, 의외로 생각보다 이퀄라이징 테크닉을 다이빙 코스 할 때 제대로 배우지 못한 유자격 다이버들이 정말 많았어요. 지난 10년간 레크리에이션 다이빙을 가르치면서 이미 유자격 다이버가 되어 다음 코스를 배우기 위해 저를 찾은 교육생이나, 펀 다이빙을 즐기러 온 다이버들의 사례를 통해 직접 경험했어요. 그래서 저는 다른 곳에서 이미 다이빙을 배우고 온 다이버들에게도 저만의 이퀄라이징 테크닉 브리핑을 반드시 짚고 넘어갑니다. 


이번 시간엔 스쿠버 다이빙의 시작과 끝, 중요한 테크닉 중 하나인 이퀄라이징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이퀄라이징의 정의부터 다양한 이퀄라이징 테크닉을 소개하고, 주의 사항과 팁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은 다이빙을 제대로 배울 권리가 있습니다.


ⓒ DAN



이퀄라이징이란?


이퀄라이징은 스쿠버 다이빙에서 귀와 부비동, 마스크 안의 공기 공간과 주변의 수압이 동일하게 유지되도록 하는 압력 평형을 말합니다. 기체의 온도가 일정하면 기체의 압력과 부피는 반비례한다는 보일의 법칙을 통해 설명할 수 있는데요, 수면의 주변압인 1 Bar를 기준으로 다이버가 매 10미터 하강할 때마다 기체의 부피는 반비례로 줄어들어요. 10미터의 주변압은 2 Bar, 20미터의 주변압은 3 Bar, 30미터의 주변압은 4 Bar가 되는데, 수면에 공기를 가득 채워 입구를 묶은 풍선의 크기(부피)가 1이라고 할 때, 10미터에서 1/2, 20미터에서 1/3, 30미터에서 1/4로 줄어듭니다. 스쿠버 다이버, 인체의 공기 공간에도 역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데요, 그래서 다이버는 반드시 다이버를 둘러싼 주변압과 인체 내부의 공기 공간 압력을 평형시켜줘야 하고, 이걸 ‘이퀄라이징, 또는 압력 평형을 한다’라고 해요.


ⓒ 조하나




다양한 이퀄라이징 방법


1) 발살바 테크닉(Valsalva Maneuver)

스쿠버 다이빙에서 이퀄라이징 방법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테크닉이에요. 코를 푸는 방법과 비슷해 누구나 할 수 있고 연습이 따로 필요치 않을 정도입니다. 뺨 안에 공기가 들어차지 않게 오물이고 입을 닫은 상태에서 코를 막고 공기를 코로 나가게 하듯 (코를 풀듯이) 내쉬면 폐에서부터 부비동까지 높아진 공기 압력이 유스타키오 관을 열어 공기가 중이로 밀려 들어갑니다. 이를 통해 압력 평형이 이뤄지죠.


발살바 테크닉을 제외한 나머지 이퀄라이징 테크닉은 일반적으로 닫혀 있는 유스타키오관을 열어 외이와 내이 사이의 압력 차이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가장 안전한 개방 방법은 목의 근육을 사용하여 이관을 여는 것인데요.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다이버가 배우는 발살바 테크닉은 이러한 근육을 활성화시키지 않고 폐로부터의 공기를 목구멍을 통과시켜 유스타키오 관으로 밀어 넣습니다.


발살바 테크닉은 자칫 잘못하면 다이버가 공기를 너무 세게 불어내 중이와 내이에 상해를 입을 수 있어요. 이관이 완전히 잠긴 상태에서 발살바를 강하게 하면 중이와 내이를 분리시키고 있는 정원창이 파열될 수 있으며, 이 상해는 현기증은 물론 영구적 청각 상실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고막 천공을 유발할 수도 있고요. 또 발살바 테크닉은 유스타키오 관을 여는 근육을 활성화하지 않으므로 관이 이미 압력 차이로 잠겨 있는 경우에는 효과가 없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발살바 테크닉으로 이퀄라이징을 할 땐 너무 세게 불어내지 말고 젠틀하고 부드럽게 불어내세요. 또한, 5초 이상의 압력을 유지하면 안 됩니다. 


발살바 테크닉은 배우기 쉽고 또 가르치기 쉬워 스쿠버 다이빙에서는 가장 대중적인 이퀄라이징 방법인데요. 이외에도 다양한 이퀄라이징 테크닉이 있으니 다이빙할 때 적용해 보면서 자신에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해요.


2) 목에 힘을 주고 턱을 앞으로 밀기 

하품을 시작하듯 턱을 앞뒤로 밀면서 입천장과 목구멍 근육을 긴장시킵니다. 이때 근육의 움직임이 유스타키오 관을 열어주는데요. 많은 연습이 필요하지만, 익숙해지면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이퀄라이징 방법이에요. 


3) 코를 막고 침 삼키기

코를 막고 침을 삼키면 유스타키오관이 열리고 코를 막은 상태에서 혀의 움직임이 공기를 압축하여 유스타키오관에 압력을 가하는 원리인데요, 비교적 쉬운 방법으로 다른 이퀄라이징 테크닉과 함께 사용하면 더 좋습니다.


4) 코를 막고, 숨을 불어내고 삼키기

발살바 테크닉, 즉 코를 막고 숨을 불어내면서 동시에 침을 삼키는 방법이에요. 


5) 코를 막고, 숨을 불어내고 턱을 앞으로 밀기

입천장(입천장 뒤쪽의 연한 조직)과 인후 근육을 긴장시킨 상태에서 턱을 앞뒤로 밀면서 발살바 동작을 합니다. 


6) 프렌젤 테크닉

코를 막고 ‘ㅌ’ 혹은 ‘ㅋ’ 소리를 내는 방법인데요. 역기를 들 때 목에 힘을 주든 목 뒤쪽(성대)을 닫습니다. 그런 다음 ‘ㅋ’ 소리를 내는데요. 이렇게 하면 혀 뒤쪽, 뿌리가 위로 올라가면서 유스타키오 관의 입구에 공기를 압축해 압력 평형을 합니다. 


7) 고개를 양쪽으로 가볍게 늘려주고, 수면을 올려다보며 기도를 충분히 이완시키기


8) 마스크 압착도 반드시 풀어주기

다이버는 귀와 부비동은 물론, 반드시 마스크 안의 공기 공간의 압착도 풀어야 합니다. 보일의 법칙에 의해 마스크 안의 공기 공간 역시 다이버가 하강함에 따라 주변압이 증가하면서 부피가 줄어드니까요. 생각보다 많은 유자격 다이버가 마스크 압력 평형을 하지 않아 눈 주변에 멍이 들거나 충혈이 되기도 해요. 마스크 압착을 제대로 풀지 않으면서 하강을 계속하면 눈 주변에 엄청난 통증과 압박이 느껴집니다. 마스크 압착은 이렇게 하면 돼요. 호흡기를 통해 숨을 들이마신 후 내쉴 때의 공기를 이용해 발살바나 삼키지, 하품하듯 턱 움직이기, 목 스트레칭하기 등등 귀 이퀄라이징을 한 후 조금 남은 숨을 코로 가볍게 마스크에 불어넣으면 됩니다. 





이퀄라이징 할 때 주의사항


1) 다이빙 전 ‘뽁’ 소리 듣기

다이빙 보트에 오르기 전, 침을 삼길 때 양쪽 귀에서 가볍게 ‘뽁’ 소리가 나는지 확인하세요. 양쪽 유스타키오관이 모두 열려 있다는 뜻으로 다이빙 전 다이버의 이퀄라이징 컨디션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2) 이퀄라이징 일찍 시작하기

다이빙을 시작하기 몇 시간 전부터 몇 분마다 귀를 부드럽게 이퀄라이징 하세요. <다이빙 메디슨 온라인>의 어니스트 캠벨 박사는 이 방법이 “다이빙 하강 시 생기는 이퀄라이징 문제를 줄이는 데 좋은 예방법”이라고 했어요. 또한, 다이빙 사이 껌을 씹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3) 하강 전 수면에서 미리 이퀄라이징 하기

다이빙 하강 직전 수면에서 미리 이퀄라이징을 하고 수면 아래로 하강하면서 본격적으로 이퀄라이징을 지속합니다. 이는 미리 유스타키오 관을 부풀려 말 그대로 귀를 준비시키는 건데요. 반드시 부드럽고 젠틀하고 가볍게 이퀄라이징을 하되, 절대 세게 불어 내지 마세요.


4) 머리는 위로, 발은 아래로 

유스타키오 관은 공기가 위로 올라가는 경향이 있고, 점액과 같은 액체는 아래로 배출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고개를 숙인 자세에서 발살바 동작을 할 때 고개를 들고 있을 때보다 50% 더 많은 힘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프리다이버가 발살바 테크닉보단 프렌젤을 선호하는데요. 발살바 테크닉을 주로 쓰는 스쿠버 다이버는 프리다이버와 반대의 자세로, 머리는 위로 두고 발은 아래로 두고 하강하는 게 좋습니다


5) 하강하면서 수면 쪽을 바라보면서 목 스트레칭하기

하강할 때 수면을 올려다보는 자세를 취해 목을 쭉 펴면 유스타키오 관이 열리는 경향이 있어 이퀄라이징을 수월하게 할 수 있어요.


6) 하강 라인을 사용하며 조절된 속도로 하강하기

하강 라인을 이용하면 하강 속도를 천천히 조절하는 데 큰 도움이 돼요. 라인이 없으면 초보 다이버일 경우 하강 속도를 통제하기 어려워 생각보다 훨씬 빨리 하강하게 됩니다. 하강 라인이 있다면 하강 시에 이퀄라이징 문제가 발생해도 신속하게 하강을 멈추고 바로 대응할 수 있어 훨씬 안전해요. 


7) 자주, 먼저 이퀄라이징 하기

하강 시 절대 귀에 압력이 느껴질 때까지 기다렸다 이퀄라이징 하지 마세요. 귀에 어떤 느낌이 생기기 전, 미리, 자주 해야 하는 게 이퀄라이징입니다. 특히 압력에 따른 부피의 변화가 가장 큰 수면에서 10미터까지는 다른 수심에서보다 더 자주 이퀄라이징을 해야 합니다. 1미터 내려갈 때마다 이퀄라이징을 하라고 하는데, 이보다 좀 더 자주 하는 게 좋아요.


8) 다이빙 전 마스크 디포깅(서리 방지)을 잘하고 마스크에 물이 들어가지 않게 주의하기

마스크 관리만 잘해도 다이빙이 훨씬 산뜻해져요. 다이빙 전 미리 마스크에 비눗물이나 치약, 침 등을 발라두고 서리 방지를 해주세요. 다이빙할 때 이물질을 잘 씻어내고 깨끗해진 마스크를 사용해야 합니다. 또한 마스크에 물이 들어가지 않게 다이버의 얼굴에 잘 맞는 핏도 중요합니다. 코에 물이 들어가면 코의 점막을 자극해 이퀄라이징에 방해가 될 수도 있으니 마스크 관리 및 유지를 잘해야 합니다.


9) 코를 제대로 막을 것

마스크를 쓴 채로 콧구멍을 제대로 막지 못해 이퀄라이징 문제가 생기는 다이버가 의외로 많아요. 제가 만난 교육생 다이버들과의 경험을 비춰볼 때 네일아트 예쁘게 받는 건 다이빙할 땐 피하는 게 좋아요. 긴 손톱이 코를 막는 데 장애물이 될 수도 있더라고요. 코 피어싱은 이퀄라이징과 전혀 관계없습니다.


10) 물 자주 마시고 건강한 컨디션을 유지할 것

감기에 걸렸을 땐 절대 무리하게 다이빙하지 말고 쉬세요. 평소에도 물을 자주 마셔야 하지만 다이빙할 땐 특히 더 물을 자주 마셔야 합니다.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건 좋은 다이버의 책임입니다. 


11) 흡연과 음주는 피할 것

다이빙 전 흡연이나 알코올 섭취는 코의 점막을 자극해 유스타키오관을 막을 수 있는 점액 분비를 촉진시켜요. 이퀄라이징 때문만이 아니라도 다이빙 전 음주는 금물입니다. 최근 프리다이빙 커뮤니티에서 흥미롭게 읽은 기사가 있는데, 유제품 섭취가 이퀄라이징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고 해요. 이퀄라이징 문제로 속앓이 하는 다이버라면, 다이빙 하루 이틀 전부터는 유제품 섭취를 자제해 보세요. 


12) 아프면 반드시 멈출 것

하강 시 이퀄라이징에 문제가 생겨 통증을 느낀다면, 절대 하강을 계속하지 마세요. 이미 유스타키오관이 압력 차이로 인해 닫힌 경우엔 아무리 발살바 테크닉으로 이퀄라이징을 해도 소용이 없어요. 이는 심각한 압력 외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귀가 아프면, 가장 먼저 버디나 팀메이트에게 올바른 수신호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천천히 조금씩 상승을 합니다. 수면으로 끝까지 올라갈 필요는 없어요. 조금 상승하면 귀의 통증은 사라질 거예요.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천천히 조금씩 하강하며 이퀄라이징을 시도해 보세요. 



이퀄라이징 문제 수신호 ⓒ Nat




13) 이퀄라이징이 안 되어 조금 올라갈 때는 상승 시에는 절대 이퀄라이징을 하지 말 것

이퀄라이징이 안 되어 하강을 멈춘 후 조금 올라갈 때에는 절대 이퀄라이징을 하지 마세요. 상승할 땐 다이버 신체의 내부 압력보다 주변압이 커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이버의 공기 공간에서 팽창된 공기가 귀와 기도를 통해 빠져나갑니다. 다이버가 상승 시 이퀄라이징을 하면 역압착에 걸려 더 고통스러워질 수 있어요. 놀랍게도 상승할 때도 이퀄라이징을 해야 한다고 알고 있는 다이버들이 꽤 많아요. 아닙니다. 상승할 땐 천천히 침착하게 조금씩 상승하면, 이퀄라이징을 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 다이빙은 단거리 스프린트가 아닌 장기 마라톤이에요.


호흡을 길게 두고, 한 번 보고 말 강사가 아닌 여러분이 좋은 다이버로 성장하는 길을 이끌어줄 수 있는 멘토십 관계를 만들 수 있는 다이빙 트레이너를 찾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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