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 체크 · 세이프티 체크
진중하고 디테일한 성격 때문인지 저는 2015년 프로페셔널로 다이빙을 시작한 이후로 지금까지 늘, 다이빙 준비에 진심입니다. “재밌자고 하는 건데 뭘” 하는 다이버 친구들과 동료 강사들 속에서도 저는 늘 저만의 체크리스트를 빠짐없이 따져봐야 해요. 바로 그 “재밌자고 하는 건데 뭘” 때문에 안일하게 다이빙하다 끔찍한 사고가 나는 걸 본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다이빙을 오래 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안전하게 해야 하구요. 그래서 지난 10년간 제 관리 감독 하의 다이빙 코스 교육이나 펀 다이빙에선 어떤 안전사고도 없었습니다.
때론 제 교육생이나 손님 다이버들도 다이빙 사전 준비를 대충 하고 빨리 입수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있지만, 저는 늘 그분들 붙잡고 설득합니다. “다이빙은 인간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는 자연, 바다에서 하는 거예요. 아무리 준비하고 체크해도 과하지 않아요. 인간의 부족함을 알기에, 기계의 오작동 가능성을 알기에,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저랑 함께 준비하고 가세요.”
그 와중에 옆에선 ‘버디 체크’도 제대로 안 하고 물에 뛰어들고 보는 다이버들을 있어요. 심지어 동료 강사들도요. 수면에 뛰어들고 나서 보트를 향해 소리를 지르며 “어, 나 웨이트 차는 걸 깜박했어. 웨이트 좀 건네줘!” 하는 강사, 그리고 그걸 곁에서 지켜보는 교육생을 보며 ‘나는 절대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하고 배웁니다. 버디 체크 없이 입수 후 하강하다 탱크가 잠겨있어 다이버가 패닉된 경우도 많이 봤구요, 레귤레이터 마우스피스가 찢어져 있는데 미리 체크를 안 해 다이빙 시작과 함께 바로 끝내야 했던 다이버도 많이 봤어요. 이건 절대 ‘프로페셔널’이 아닙니다. ‘아마추어’이지요. 제가 만약 교육생이라면 그런 사람에게 절대 다이빙을 배우지 않을 겁니다.
여러분, 입수 전 ‘버디 체크’ 혹은 ‘안전 점검’, 절대 가볍게 넘기지 마세요. PADI에서 BWRAF라고 가르치는 사전 다이빙 점검은 대부분의 스쿠버 다이빙 단체가 비슷한 내용으로 진행합니다. 반드시 순서대로 진행하고, 각 단계에서 세세한 부분을 체크합니다. 여러분이 아무리 경험 많은 다이버라도 상관없어요. 다이버 본인의 장비 체크는 물론, 버디의 장비 체크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버디는 다이빙마다 바뀔 수도 있고, 버디의 장비 역시 여러분에게 익숙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시간을 들여 꼼꼼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BWRAF 쉽게 기억하기
다음은 영미권 친구들과 다이빙을 주로 하는 제가 쓰는 BWRAF를 좀 더 쉽게 기억할 수 있는 약어(Acronym)예요.
BWRAF (Acronym)
Begin With Review And Friend
Because We Really Aren’t Fish
Blue Whales Really Aren’t Fish
Big Whales Really Are Fine
Bruce Willis Ruins All Films
Burger With Relish and Fries
Breathing Water Really Ain’t Fun
다이빙 사전 안전 점검
BUDDY CHECK · SAFETY CHECK
Step 1.
B(BCD) - 버디의 부력 조절 기구(BCD)의 공기 넣는 부분과 공기를 배출하는 부분, 퀵 덤프 등을 확인하세요. 공기를 넣는 버튼이 눌어붙거나 실린더에 공기가 없을 경우, 입으로 불어 공기를 넣을 수 있는 부분 역시 작동이 잘 되는지 확인하세요. 다이빙 전후, 도중 버디가 부력 관련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Step 2.
W(Weights) - 버디가 얼마의 웨이트를 어디에 착용했는지 확인합니다. 또한 웨이트가 벨트형인지 포켓형인지, 또 어떻게 하면 비상 상황에서 이를 빨리 제거할 수 있는지 익숙해질 수 있도록 체크하세요. 만약 버디가 벨트형 웨이트를 차고 있다면 벨트의 끝부분을 잡고 재빨리 웨이트를 풀어 버려야 하는 상황이 생길 때 반드시 오른손으로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Right Hand Quick Release’라고 하는데요. 나는 왼손잡이라 왼손이 편해, 하면 안 됩니다. 이는 국제적으로 모든 스쿠버 다이버들이 약속한 방식이에요.
Step 3.
R(Releases) - 버디의 부력 조절 기구를 재빨리 제거해야 하는 레스큐 상황에 대비해 버클 제거 부분을 모두 체크합니다. 버디의 BCD 타입과 형태에 따라 다르니 시간을 갖고 천천히 꼼꼼하게 확인하세요.
Step 4.
A(Air) - 버디가 프라이머리 레귤레이터(주호흡기)로 호흡할 때 본인은 버디의 얼터너티브 에어 소스(예비 공기 공급원)을 물고 동시에 들숨/날숨으로 천천히 깊게 호흡해 봅니다. 두 다이버가 하나의 호흡기로 호흡해야 하는 비상 상황에서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거예요. 이때 버디는 자신의 SPG(잔압계) 바늘을 주시해야 하는데, 바늘이 움직인다면 탱크가 다 열리지 않았거나 호흡기에 문제가 있을 수 있어요.
* 여기서 잠깐: 왜 스쿠버 다이빙 실린더 밸브를 다 열지 않을까?
제가 다이빙을 가르치는 동안 다른 곳에서 다이빙을 배워온 분들이 가끔 탱크 밸브를 모두 열고 안쪽으로 살짝 감아 돌려놓으라는 말을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그렇게 다이빙하는 분들을 심심치 않게 봤습니다. 심지어 주변 다이브마스터나 강사들도요. 그래서 왜 탱크 밸브를 끝까지 열지 않고 반을 다시 감아놓느냐고 했더니, 다이빙 배울 때부터 자신의 강사에게 그렇게 배워서라고, 이유는 자신도 모른다고 하더라구요. 프로페셔널 다이버라면, 다이빙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적어도 본인이 하는 방식에 대한 이유와 장단점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고민 없이 질문 없이 발전하는 다이버는 없습니다.
호기심이 앞선 저는 시간을 갖고 수많은 다이버를 관찰했어요. 대체 왜 탱크 밸브를 끝까지 열었다가 살짝 감으라고 할까? 제가 내린 결론은 이래요. 탱크 밸브를 다 열고 수중에서 다이빙을 마치면 주변압의 변화에 영향을 받은 밸브가 뻑뻑해져 다이빙을 마치고 보트로 올라오면 가끔 잘 잠기지 않는 경우가 생겨요. 염분이 많은 바닷물에서 레크리에이션 다이빙을 하다 보면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데, 다이빙 강사들이 이를 대비해 아예 다이빙 시작 전에 탱크 밸브를 살짝 감아놓으라고 하는 거예요. 그러면 다이빙 마친 후 탱크를 잠그기 쉽거든요.
하지만 다이빙 센터에서 주기적으로 실린더를 체크하고 관리한다면 이런 문제는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사실 탱크 밸브가 뻑뻑하거나 다이빙을 마친 후 밸브를 잠그기 힘들다면, 그 다이빙 센터에선 다이빙을 피하길 바라요. 그만큼 실린더 관리와 점검에 게으른 센터라는 뜻이고, 생명과 안전이 결부된 다이빙 산업계에선 하나를 보면 열을 아니까요.
실린더 밸브는 100% 열어두는 게 맞습니다. 살짝 반을 감아놓으면 수중에서 주변압이 커졌을 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요. 유자격 다이빙 코스의 입문 과정인 오픈워터에서 실린더 외부에 표시되는 비주얼 인스펙션(육안검사), 하이드로스태틱 테스트(수압검사) 날짜 확인법을 배우니 이 또한 반드시 확인하세요. 육안검사는 1년에 한 번, 수압검사는 국가, 주의 지역법에 따라 다른데, 대부분 5년에 한 번인 경우가 일반적이고 일부 국가나 주는 7년에 한 번, 10년에 한 번인 경우도 있어요.
Step 5.
F(Final Check) - 모든 단계의 점검을 마쳤다면 마지막으로 마스크와 핀, 컴퓨터, 컴퍼스 등 본격적인 다이빙 시작 전 모든 걸 다시 한번 체크합니다.
다이빙 사전 안전 점검은 입수 전 항상 해야 합니다. 다이빙 자격증 입문 과정인 오픈워터 코스에서 배우게 되는데, 이후 유자격 다이버로 펀 다이빙을 즐기거나 다음 코스를 진행할 때에도 입수 전 매번 진행해야 하는 절차예요. 여러분의 강사나 다이빙 가이드가 버디 체크 없이 다이빙을 진행하려 한다면, 그 다이빙 센터와 다이빙을 진행하는 것을 다시 한번 고려하길 바랍니다. 다이빙에서 안전은 다이버 스스로 챙겨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