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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하나 Jun 18. 2024

10년 차 다이빙 강사가 알려주는 올바른 트림 자세

스쿠버 다이빙의 꽃, 트림.

‘트림(Trim)’은 다이버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용어지만, 레벨이 높고 경험 많은 다이버들이 수중에서 유영할 때 자세를 보면 쉽게 감이 오죠. 


아래 사진은 제가 꼬따오에서 다이빙할 때 사진이에요. 사이드마운트 시스템에서 왼쪽 탱크 하나만 걸고, 다른 친구들에게 사이드마운트를 가르치고 있었어요. 이게 바로 올바른 트림 자세입니다. 제 머리 각도, 어깨의 위치, 가슴과 배 레벨, 다리의 위치와 핀의 앵글을 자세히 관찰해 보세요.


ⓒ 조하나



수중에서 다이빙할 때 다이버가 중성 부력과 트림 자세를 이해하고 실행하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지만, 막상 다이빙 코스에선 스킬을 진행하느라 등한시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 코스를 마쳤다면, 바로 다음 단계 코스를 진행할 게 아니라 펀 다이빙을 하면서 경험을 많이 쌓는 게 중요해요. 지난 10년간의 다이빙 티칭 경험을 통해 수많은 다이버를 만났지만, 오픈워터 레벨에 100 로그 경험을 가진 다이버와 레스큐 다이버지만 20 로그도 안 된 다이버를 물속에서 비교하면 확연히 다릅니다. 스쿠버 다이빙에서 가장 중요한 건 레벨이 아닌, 경험입니다.


올바른 트림 자세를 갖추면 다이버는 완벽한 부력 컨트롤은 물론, 물의 저항을 최소화하며 유영함으로써 공기 소모율을 줄여 효율적으로 다이빙할 수 있어요. 기본적인 다이빙 스킬을 충분히 연습한 후, 여러분이 계속해서 다이빙으로 경험을 쌓으며 집중해야 할 건 바로 부력 컨트롤과 트림 자세입니다.





스쿠버 다이버에게 트림이 중요한 이유


물속 세상은 공기 세상보다 무려 800배 더 밀도가 높아요. 그래서 물속에서 우리가 움직일 때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쓰게 됩니다. 수영장이나 바다에서 놀고 나면 훨씬 더 빨리 피곤해지고 배고파진 경험, 다들 있으시죠?


스쿠버 다이빙을 할 때 우리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쓸데없는 에너지 손실을 막는 거예요. 그래서 다이버들은 수중에서 유영할 때 크게 움직이지 않고, 불필요하게 손을 휘젓지도 않고, 최소한의 핀킥으로만 추진력을 만드는 게 좋습니다. 수중에서 다이버가 에너지를 낭비하면, 그만큼 공기 소모율도 증가해요.


또, 다이버가 트림 자세를 갖추지 못하고 어정쩡한 대각선 자세로 손을 휘저으며 다이빙하고 핀을 차면, 수중 바닥의 모래를 흩트려 시야가 안 좋아질 수 있어요. 이럴 경우, 함께 다이빙하는 일행들에게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수중 생물을 해칠 수도 있어요.


따라서 다이버는 수중에서 최대한 유체역학적인 자세를 유지해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물의 저항을 줄이며 천천히 침착하게 다이빙해야 합니다.





올바른 트림 자세를 보자


아래 이미지를 보며 수중에서 다이버의 자세, 즉 ‘트림’에 대해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해 드릴게요.


다이버의 트림 자세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


⏫다이버의 상체 레벨, 팔 레벨, 다리 레벨, 탱크의 위치와 무게, BCD의 공기 밸런스, 다이버 코어의 위치 및 밸런스 등 다양한 요소가 부력 컨트롤과 트림 자세에 영향을 끼칩니다.



상체가 올라가고 다리가 내려간 다이버


⏫다이버의 상체가 대각선 방향으로 올라가면, 다리가 자연스럽게 내려갑니다. 다이버가 핀킥을 시작하면 역시 대각선 방향으로 아래서 위로 밀어 올리는 추진력이 생겨 다이버가 수면 쪽으로 계속 올라가게 되죠. 동시에 수심이 얕아질수록 다이버의 BCD 안의 공기 역시 팽창하면서 상승 속도가 점점 빨라집니다. 이를 눈치채지 못한 다이버는 급상승에 당황하게 되고, 심지어 수면으로 튀어 올라가 버립니다.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에요. 보통 초보 다이버들에게 많이 일어나는 일입니다. 대부분의 초보 다이버들이 이런 자세로 다이빙을 하는데, 제가 그들의 사진을 찍어 보여주기 전까지는 자신이 그런 자세인 경우를 전혀 모르거나,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자신의 모습을 객관화하는 '시각화' 트레이닝이 중요합니다.



이상적인 다이버의 트림 자세 #1
이상적인 다이버의 트림 자세 #2
이상적인 다이버의 트림 자세 #3



⏫위 세 장의 이미지는 이상적인 다이버의 트림 자세예요.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사진을 찬찬히 보시면 미세한 차이가 있어요. 다이버가 풀 탱크로 다이빙을 시작할 때부터 다이빙을 마칠 때까지 몸의 중심점이 변화하는 걸 보여주고 있어요. 마지막 이미지를 보면, 다이버의 중심점이 골반 쪽으로 내려가면서 다리가 더 펴졌죠? 다이빙하면서 다이버가 호흡할 때 탱크의 공기가 줄어들며 가벼워지기 때문입니다. 그럼 탱크의 바닥 부분이 점점 가벼워지며 수면 쪽으로 들립니다. 그때 다이버는 다리를 더 길게 펴서 탱크 바닥 부분이 들리는 부력을 상쇄시켜 주는 거예요. 이처럼 다이버는 시작 시 다리를 좀 더 굽혀주고, 다이빙을 진행하는 동안 공기를 쓰면서 탱크 바닥 쪽에 부력이 더 생길수록 다리를 펴주며 트림 자세를 조정해야 합니다. 이렇게 탱크의 부력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겉으로 보이기에만 쿨해 보이는 트림 자세를 억지로 만드는 다이버는 다이빙이 끝날 때쯤 다리 쪽 레벨이 굉장히 올라가 있고 머리 쪽 레벨이 내려가 호흡에 무리가 가는 무리한 자세가 됩니다.



ⓒ 조하나



⏫위 두 장의 사진은 제가 오픈워터 코스를 가르칠 때 제한수역(풀장) 교육에서 중성부력과 트림 자세를 가르친 교육생들의 모습이에요. 아직 개방수역(바다)에 나가기 전입니다. 스쿠버 다이빙의 입문 과정인 오픈워터에서도 충분히 올바른 트림 자세와 중성 부력을 배울 수 있어요. 그래서 경험 많고 인내심 있고 배려 깊은 트레이너를 만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올바른 트림 자세 찾기



1. 다이버, 몸의 밸런스 찾기


트림의 기본은 밸런스예요. 다이버의 코어를 중심으로 왼쪽과 오른쪽, 머리와 다리의 체중 분포와 위치가 적절히 균형을 이뤄야 합니다. 이러한 몸의 밸런스를 위해 다이버는 평소에도 코어를 강화하는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하고요, 다이빙할 때 웨이트의 양과 위치도 잘 따져봐야 합니다. 수중에서 다이버가 적절한 밸런스를 가지면, 다이버는 핀킥을 하지 않고 손을 휘젓지 않은 상태에서도 중성 부력을 맞춰 일정한 레벨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게 바로, 트림이죠.


다이버가 자신에게 맞는 올바른 트림 자세를 찾는 건 개인마다 틀립니다. 어떤 이는 다리가 무겁고, 어떤 이는 머리 쪽이 더 무겁고, 또 어떤 이는 평소 바르지 않은 자세로 인해 한쪽으로 기울어지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다이빙의 기본적인 호흡법을 숙지하지 못해 위로 올라갔다 아래로 내려갔다 하죠. 먼저 다이버 신체의 자연스러운 부력이 어떤지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결국, 다이빙은 자신에 대해 점점 더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2. 적절한 웨이트 분배


늘 이야기하지만, 웨이트를 무겁게 착용하는 다이버는 좋은 트림 자세를 만들 수 없어요. 제가 지난번 포스팅한 ‘스쿠버 다이빙에서 나에게 적합한 웨이트는 얼마일까?’를 통해 자신에게 적절한 웨이트를 먼저 찾아보세요. 


웨이트 벨트를 착용하는 다이버라면, 웨이트 벨트를 느슨하게 차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스쿠버 장비를 착용할 때 불편하다고 웨이트 벨트를 느슨하게 착용하면 수중에서 벨트가 헐거워지면서 다이버의 무게 중심이 이동하기 때문에 트림 자세를 만드는 데에 방해가 될 수 있어요. 웨이트를 엉덩이 쪽에 가깝게 착용하는지, 가슴 쪽에 가깝게 착용하는지에 따라서도 트림 자세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자신에게 맞는 웨이트 착용 위치를 주의 깊게 알아보세요. 예를 들어, 수중에서 트림 자세를 잡을 때 다이버의 다리가 가라앉을 때는 웨이트 벨트를 좀 더 높이 착용해 무게 중심을 상체 쪽으로 옮겨줍니다. 반대로 다리가 뜬다면, 웨이트 벨트를 엉덩이 쪽에 가깝게 착용해 봅니다. 이 경우엔 좀 더 무거운 핀(핀도 무게가 각기 다르기에 다이빙 환경이나 다이버 개인의 트림 자세를 위해 특정한 핀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을 착용하거나 발목 웨이트를 착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대안으로 웨이트 포켓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어요. 어떤 BCD 모델은 아예 탱크 스트랩에 탈착이 가능한 웨이트 포켓이 장착되어 출시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되면 탱크 위쪽에 무게가 더해져 다이버가 트림 자세를 잡을 때 가슴 쪽에 무게를 더 가해줘요. 그래서 백플레이트 포켓에 웨이트를 분배해 넣을 수 있는 윙 타입 BCD가 재킷 BCD보다 트림 자세를 잡기 더 편하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사실 이건 다이버가 하기 나름입니다. 재킷 BCD로도 트림 자세 잘 잡는 다이버들 많아요 :)



ⓒ 조하나
ⓒ 조하나



3. 탱크와 공기의 무게 변화도 고려할 것


스쿠버 다이빙의 적절한 웨이트에 관한 지난 포스팅에서도, 또 위에서도 언급했듯 다이버가 다이빙을 시작할 때의 탱크 무게와 다이빙 도중, 또 다이빙이 끝난 후의 탱크 무게가 달라집니다. 수중에서 다이버가 호흡하는 동안 공기가 계속 줄어들기 때문이에요. 다이빙을 처음 시작할 때보다 1.5kg 정도 점점 가벼워진다고 생각하면 돼요. 하지만 탱크 밸브에 체결된 레귤레이터 1단계의 무게는 변하지 않죠. 그래서 다이버가 다이빙을 진행할수록 탱크 바닥 부분이 서서히 들립니다. 이는 다이버의 부력과 트림 자세에 영향을 주죠. 따라서 탱크를 BCD와 체결하는 위치나 높이, 밸런스 역시 꼼꼼하게 관찰해야 합니다. 




4. 올바른 트림 자세로 릴랙스, 깊고 천천히 호흡하기 


다이버가 트림 자세를 힘으로 억지로 만들려고 하면, 오히려 더 틀어집니다. 다이빙이 끝나고 몸 어딘가에 통증이 느껴지거나 근육이 뭉친다면, 여러분은 수중에서 힘으로 다이빙을 하고 있는 거예요. 최대한 이완한 상태에서 트림 자세를 찾아야 해요. 


트림을 억지로 잡는 다이버를 저는 개인적으로 ‘바나나 자세’라고 부르는데, 허리를 아치형으로 한껏 휘게 만들어 다리와 가슴이 모두 올라가 있는 경우 역시 과도하게 억지로 만든 트림 자세입니다. 저도 한때 이렇게 다이빙하면 좋은 건 줄 알고 멋모르고 따라 한 적이 있었어요. 그리도 모두가 제 트림 자세를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제가 꽤 잘하는 줄 알았습니다.




과도한 '바나나' 자세로 다이빙하던 시절 ⓒ 조하나


그러다 멕시코에서 케이브 다이빙과 사이드마운트 트레이닝을 다시 받으면서 이 과장된 트림 자세인 ‘바나나 자세’가 문제라는 걸 알게 됐어요. 보통 30-40분 정도 하는 레크리에이션 다이빙은 상관없겠지만, 케이브 다이빙은 기본 다이브 타임이 2시간 가까이 되는데, 바나나처럼 한껏 휘어진, 과장된 트림 자세가 좋을 리 없습니다. 


몸이 대충 수평 라인에 힘이 들어가 어깨가 한껏 솟고, 핀 끝 역시 위로 올라가는 건 굉장히 과장된, 안 좋은 트림 자세예요. 올바른 트림 자세는 최대한 상체를 수중 바닥과 수평으로 유지해야 해요. 어깨와 쇄골 – 가슴 – 배 – 골반으로 이어지는 라인이 최대한 수평, 일자가 되는 것이 좋습니다. ‘바나나 자세’ 트림인 경우 가슴과 등이 과도하게 휘어져 넓은 U자가 되는데요, 이 또한 안 좋은 트림 자세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다이빙 강사들이 이 바나나 자세로 트림을 잡아요. 저도 오랫동안 그랬고요. 제가 레크리에이션 사이드마운트를 꼬따오에서 처음 배웠을 때 사진(위)과 멕시코 케이브 다이빙 트레이닝을 6개월 간 받은 이후의 트림 사진(아래)을 보면, 그 차이가 확연해요.


저는 이 과장된 트림 자세를 고치는데 굉장히 고생했어요. 이미 오랫동안 그렇게 다이빙해서 나쁜 습관이 몸에 밴 거죠. 한동안 저는 팔과 다리를 제외한 상반신으로만 무게 중심을 잡으며 풀장에서 한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핀킥 없이 호버링 하기, 같은 수련을 했답니다. 



ⓒ 조하나



스쿠버 다이빙에서 중요한 올바른 호흡 테크닉에서 언급했듯 트림 자세에 호흡 역시 중요합니다. 부력 컨트롤의 마스터키인 호흡법을 꾸준히 연습하고 익혀야 해요. 폐를 순환하는 들숨과 날숨의 볼륨을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다이버의 호흡에 따라 과도하게 오르락내리락하지 않는 게 좋아요. 또한, 호흡을 통해 미세하게 다이버의 레벨을 조절할 수 있도록 꾸준히 트레이닝해야 합니다. 



5. 부력을 예측할 것


수심에 따라 주변압이 변하면서 다이버의 부력에 영향을 끼친다는 걸 유자격 다이버라면 잘 알고 있을 거예요. 좋은 다이버는 언제나 다이브 컴퓨터로 수심을 모니터링하며 미세한 수심 변화에 따라 BCD와 호흡을 통해 부력을 미리 준비합니다. 다이버가 천천히 올라가고 있다면 BCD에 공기를 살짝 배출할 수도, 호흡을 더 깊고 길게 내쉴 수도 있죠. 또 수심이 점차 깊어지고 있다면 BCD에 공기를 조금씩 더 넣거나 호흡을 더 깊고 길게 들이마실 수도 있고요. 다이버는 다이빙 내내 끊임없이 이를 예측하고 미리 부력 컨트롤을 해야 합니다.



6. 시각화 연습하기


현재 수천 번의 다이브 로그를 가지고 있는 저는 10년 전 10 로그, 초보 다이버였던 제 부력 컨트롤과 자세를 기억합니다. 제가 다이빙은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그리고 천천히 수련해야 한다고 늘 강조하는 이유예요. 


여전히 어떤 날은 좋고, 또 어떤 날은 안 풀려요. 다이빙은 인생과도 같습니다. 다이빙 한 번, 한 번이 모두 과정의 일부입니다. 좋아하면 잘하고 싶고, 잘하기 위해 연습하게 되니까요. 


트림 자세는 오랜 시간 꾸준히 다이빙하며 찾아나가야 해요. 저는 다이브마스터와 강사들 트레이닝할 때 시간만 나면 풀장이나 바다에서 트림 연습을 시켰어요. 버디와 서로 사진과 영상을 찍고, 수중에서 자신의 모습을 모니터링하며 피드백을 주고받고, 경험 많은 다이버나 멘토 강사에게 물어보세요. 


그리고 자신의 자세나 모습을 끊임없이 시각화하며 다이빙하세요. 생각보다 자신이 어떤 자세로, 어떤 버릇을 가지고 다이빙하는지 모르는 다이버들이 많아요. 스스로 자신을 객관화하면서, 자신의 자세를 비주얼라이징하며 꾸준히 다이빙하면 분명 실력이 늘어갈 거예요.


경험과 지식을 모두 갖추면 여러분은 정말 좋은 다이버가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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