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열등감은 대통령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책을 읽지 않고 유튜브만 보는 대통령
책을 읽는다는 건 타인의 조리 있게 정리된 생각을 듣고 공감하며 자신의 생각을 더 단단하게 하는 과정이다. 독서라는 행위 자체가 다른 이와의 의견을 조율해 더 나은 합의로 나아가는 정치 행위와도 같다. 그리고 자신의 조그만 인생으로는 미처 닿을 수 없는 이 세상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간접 경험하고, 그 사정을 이해하는 것이 바로 책을 읽는 의미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 알다시피 윤석열은 책을 전혀 읽지 않는다.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실에서 ‘대통령이 휴가 때 읽은 책 목록’을 발표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항상 수많은 책을 읽기에 새삼 목록을 발표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를 내놨지만, 대통령이 평소에 쓰는 언어나 말하는 태도, 연설문의 내용과 읽는 방식을 봐도 우리는 그의 인문학적 미천이 풍요롭지 않음을 안다.
책을 읽지 않는 대통령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타인의 다른 생각과의 의견 차이를 조율할 수 없다.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 구조와 칸칸이 나눠진 계층을 메꾸는 수많은 인간 군상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들 간의 갈등을 조율하거나 타협하는 등의 정치적 행위를 해낼 능력이 없다.
유연하지 못하고 뻣뻣한 태도로 제 의견만 고집하는 건 대통령의 자리에 요구되는 덕목이 아니다. 대통령은 강직한 공무원뿐 아니라 입법, 사법, 행정부터 경제, 사회, 노동, 복지, 외교, 문화, 한반도 평화 등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합의와 타협, 정치적 협상 등을 통해 모두 품어야 하는 사람이다.
윤석열은 대통령으로서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강직한 검사에서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으로의 역할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윤석열이 맞닥뜨린 혼란과 불안은 수많은 정책 결정에 있어 일관성의 부족과 비합리적인 결정을 초래했다. 너그러운 국민의 마음으로 아무리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도 집권 2년째, 여전히 그 혼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게 문제요, 또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이 스스로 얼마나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윤석열이 책을 많이 읽어도 문제가 될 것 같다. 그의 책을 고르는 기준과 시각은 확고할 것이기 때문이다. 윤석열은 수많은 삶의 직간접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깊은 가치관과 정제된 철학을 가진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말하는 책을 편향적이라고 미뤄놓고는 인류의 보편적인 기준을 자신의 개인적인 기준과 혼동하는 사람, 그래서 다른 이의 생각을 듣기보다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 60분 동안 59분을 혼자 떠드는 사람이 현재 대한민국 대통령의 객관적인 모습이다.
대통령의 열등감은 대통령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 미국, 러시아, 중국, 그리고 북한. 한반도를 둘러싼 국가들과의 외교관계에서도 윤석열의 열등감은 여지없이 드러난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윤석열의 열등감이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의 열등감으로 독버섯처럼 퍼져 나가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이 싸우지 않고 잘 지내는 게 자국에 이익인 미국, 그런 미국을 ‘큰 형님’으로 모시며 ‘무엇이든 분부만 하십시오’라는 태도로 일관해 온 윤석열 정부는 미국이 시키는 대로 러시아, 중국과 원수가 되어 막대한 경제적 손해를 입고 북한을 있는 대로 자극해 놓고는 결국 언제나 미국에 뒤통수만 맞는다. 갈등이 있는 나라와도 유연성 있게 타협하고 경제적 실리를 챙기며 주권 국가로서의 철학과 가치관을 동시에 내세우는 것, 그것이 바로 외교이다. 자고로 외교는 뱀처럼 하는 거라는 말이 있다.
대한민국이 미국과 일본에 비해 얼마나 못났기에 핵을 달라 떼쓰고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가 들어와도 좋다는 정책을 옹호하며 일제의 강제 동원과 위안부 문제에 면죄부를 주고 일본의 전쟁범죄 역사 왜곡과 삭제에 앞장서며 우리 주권을 스스로 포기하는가.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와 갈등을 덮고 넘어갈 정도로 대한민국이 일본의 힘이 간절히 필요한 나라인가? 그만큼 현재 일본의 경제력과 세계적인 영향력이 한국보다 월등한가?
2024년에도 “벚꽃 휘날리던 아름다운 일본 거리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는 대통령의 기억은 1980년대, 일본의 버블 경제 호황기에 멈춰있어 여전히 일본은 한국이 따라가야 하고, 닮아가야 하는 나라라 여기고 받들고 있다. 그때 일본의 돈으로 일본에서 공부했던 한국의 지식인들은 뉴라이트가 되었고, 역사 인식이 허약하고 빈틈 많은 윤석열 정부에서 득세하고 있다.
일본의 보수 신문은 윤석열의 독립관장기념장 임명을 열광적으로 환호했다. 문재인이 일본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대통령 1위로 뽑혔는데, 윤석열은 일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 1위로 기록되기도 했다. 기념관장 면접에서 “일제강점기, 조선인의 국적은 일본이었다”라고 말하고 1등으로 뽑힌 김형석이다. 역사적 사실이 어떤가 살펴봤다.
“제국주의국가 일본이 일본 국적을 부여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은 국적법을 적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제국일본은 조선에 국적법을 시행하지 않았다. 이유는 독립운동가들을 수사 관할 안에 묶어두기 위해서였다. (…) 제국일본이 모호하게 조선인을 일본국민으로 규정하거나 규정하지 않은 이유는, 헌법상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기 위해서, 즉 제국헌법이 정한 권리를 부여하지 않기 위해서다.”
[윤석열의 해석 개헌] ⑥ 일제강점기 조선인의 국적은 일본인가
윤석열 주변에 이런 허약한 논리와 야만적 이성, 무도한 신념을 가진 사람들로 가득한 건 윤석열이라는 사람 스스로 단단한 철학과 가치관의 중심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석열은 이미 자신이 설정한 외교 방향이 옳다고 믿으며 정책을 스스로 주도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윤석열의 ‘내가 옳다’라고 맹신하는 확증 편향은 그에게 “당신이 옳습니다”라고 달콤한 말만 하는 사람들에게 더 집중하게 한다. 결국 그는 나라를 배신하고 유린한 친일 매국노들의 후손들과 그 잔재 속에서 서서히 질식해 가고 있을 뿐이다.
열등감은 높고, 자신감은 없는데 자존심은 또 엄청나게 센 사람 윤석열은 결국 자신의 생각에 고집을 꺾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의 조언은 적극 수용한다. 윤석열은 대인 관계에서 상당한 자기 확신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자기애적 방어 메커니즘(Narcissistic Defense Mechanisms)과 연관이 있는데, 자기애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이미지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에 대한 비판을 외면하고 자기 방어를 위한 행동을 취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그의 주변엔 이를 알아챈 하이에나들이 득실거린다. 김건희, 뉴라이트, 밀정, 서울대 동기, 충암고 출신, 정치 검사들이 들끓는다. 본인은 죽어도 아니라 하겠지만 그는 아주 요리하기 쉬운 사람이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