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를 배운 나
휴직을 하면 나도 쉬는 거지만, 아내도 쉬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집안일은 내가 먼저 해보기로 했다.
사실 나는 집안일을 싫어하지 않는 편이다. 오히려 좋아하는 쪽에 가깝다. 2년 전 코로나가 한창일 때, 아내를 제외하고 나와 아이들이 모두 확진됐던 적이 있었다. 우리는 다행히 무증상이었고, 아내만 혼자 방에 격리된 채 지냈다. 그 일주일 동안 나는 자연스럽게 집안일과 식사를 맡게 되었다.
생각보다 즐거웠다.
세탁기를 돌리고, 거실을 정리하고, 아침을 차리고, 빨래를 건조기로 옮기고, 설거지를 하고, 다시 점심을 준비하는 반복된 하루가 이상하게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아이들과 아내가 밥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았다. 그 시간은 나에게 힐링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비슷하게 해보기로 했다.
집안일을 내가 맡으면, 아내도 좀 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름대로는 배려였다.
그런데 어느 날, 아내가 말했다.
“오빠, 오빠가 집안일을 다 하니까 오히려 내가 할 일이 없어서 좀 이상해. 내 루틴이 깨진 느낌이야.”
처음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는 아침에 청소하면서 몸을 깨우고, 그 흐름으로 아이들을 맞이하는데.. 계속 쉬다 보니까 오히려 힘이 빠지는 것 같아.”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알았다.
나는 쉬게 해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내 기준이었다.
누군가에게 ‘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익숙한 루틴을 지키는 시간일 수도 있었다.
마냥 쉬고 싶지 않은 나와, 마냥 쉬게 해주고 싶었던 나.
그 사이에서, 나는 또 하나를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