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의 변화

"아, 나도 잘 살 수 있구나."

by 마리 담다

2015년 나는 죽고싶었다.

가을즈음이었는지 여름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살고있는 아파트 옥상에 위태롭게 서서 지상의 시멘트 바닥을 유심히 내려다 보았다.

난 죽을 용기가 없었다. 아무것도 할 용기가 없었다.

난 무기력했다.


지금생각해보면 그 무기력함이 얼마나 나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쳤는지 모른다.

그 옥상으로 올라갔던 날 이후 몇개월이 지나고도 하고 싶은 것은 많은 욕심 많은 마음과 뭘해야 겠는지 모르겠다는, 할 수 있을까라는 불확실한 현실이 더욱 나를 또 무기력하게 했다. 여러가지 가능성을 염두해 두었다. 직업학교를 갈까, 호주로 워홀을 떠나서 간호대를 준비해볼까.

여러 생각을 했다. 그리곤 모두 포기해버렸다. 내가 했던 일은 책상위 열심히 미래를 위해 서칭해본 흔적이 남은 노트북을 앞에두고 엎드려버린 일이다.

그리곤, 이듬해가 왔다.


난 살을 빼기로 결심했고 베이커리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스피닝을 열심히, 미친듯이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하지만 불확실한 미래라는 것은 항상 같은 위치에서 나를 노려보았고난 스물여섯이라는 나이에도 취업을 못하고 있는 누나, 사촌언니, 사촌 동생, 딸이라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때 내가 겉모습과 남의 이목에 집중하는 대신 내 자신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았다면, 무엇을 원하고 있었는지 알고 싶어했다면 지금쯤은 좀 달라진 삶을 살고 있었을까.


난 우상을 쫓았고 동경했고 너무도 지나치리만큼 의존했다. 그건 사람이었다. 신적인 존재로까지 생각했다. 그 사람만이 나를 이 버러지 같은 인생에서 구원해줄 것이라 착각했다. 그것은 잘못된 믿음이었다.


난 나의 그를 믿었던 십년의 세월을 보상받고 싶다.

물론 좋은 점도 있었다. 그러나 내가 그를 만나지 않았다면 선택했을 수많은 미래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난 무엇이 되고 싶었던 걸까.

그 사람이 내게 심어놓은 꿈들이 아직도 내 수많은 꿈들 중 하나로 아니, 메인으로 자리잡고 있는 걸 보면 한숨이 나온다. 되고 싶은 게 없었고 꿈이없었던 대학 새내기의 나는 방황을 많이 했다. 그리곤 그를 만나게 되어 열정이란 것을 보았고 배웠고 꿈을 다시 꾸게 되었다.


그 사람은 내게 그 실수를 하지 말았어야 하지만 나도 너무 순진하게 그 사람만을 바라보지 말았어야 했다.


난 무엇이 되고 싶었던 걸까.


지금 나는 다음주부터 일주일간 학원에 출근하기 위해 나름의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면서 최근에 수료한 제과제빵 학원에서 배운 것이 아까워 일단 실기시험 신청을 해놓았다.


한가지만 하고 싶지만 그게 잘 되지 않는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 다 하고 싶은 걸까?


교육이 하고 싶었지만 그 동안 사람들과(아이들 포함) 엇살려 일하는 게 두렵고 싫었던 나는 계속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피해왔다.


내 부족한 실력에도 꿈이 있었고 성실하다는 나의 자기소개서를 마음에 들어한 학원 원장님 덕분에 출근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내 삶이 아이들에게 영감이 되길 바라며 잘 살아야지. 열심히 포기하지말고 살아야지.


그런 생각을 하며 이 글을 마치고 싶다.


2022년 11월 10일.



2년 반 전에 써놓은 글을 핸드폰 메모지에서 찾아 적어보았다.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던 건 사실이다.

나는 한 직장에서 근 3년간 일하고 있다. 내 인생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내가 기특하기도, 어떻게 보면 슬프기도 하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내 심정은 내 마음이 전보다는 많이 편안해졌구나, 단단해졌구나, 건강해졌구나, 외로움에도 즐거움을 찾으려 하는구나 를 알려주는 지표가 되었다.

예전에는 벽을 바라보는 내 책상에 앉아 어려운 책만을 읽으려고 애쓰고 힘들이고 읽히는 건 없이 졸기만 했다면 이제는, 나에게 좋은 것들을 많이 보여주고 여기저기 직접 탐방하려 한다. 이편이 내가 좋아하는 일이고

나를 답답함에서 한 발자국 멀어지게, 한꺼풀 답답함을 벗겨주는 일이라는 것을 나도 조금은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함께하면 즐겁겠지만, 혼자서도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니는 것, 그리고 감성있는 장소에 가서 어떻게 생겼는지 잘 보고, 느끼고 가볍게 책을 읽어주는 것. 행동한지 얼마 안됬지만, 일요일마다 나에게 챙겨주는 작은

선물이라고 생각하면 한 주를 또 잘 버틸 수 있게 해주는 힘이 된다. 그리곤 일상에 감사함이 넘치게 된다.

내가 나를 챙겨주니, 힘들어도 잘 버틸 수 있는 것 같다.


요새 애씀과 노력의 차이를 느끼려고 노력중이다. 참 감사하다.

이 차이를 느끼려고 하는 나에게도 고맙고 진정한 노력으로 가는 길을 찾으려 하는 것 같아서.

나는 내가 아닌 것을 가지려고 아무것도 안하고 많이 애쓰기만 했다. 뭔가 쉬운 일만 찾아서 하려했고,

사람들과 부딪치는 일은 엄두가 안나서 관련된 일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직장을 다니면서 시간이 축적되니 처음에는 안될것 같던 나도, 변하지 않을 것 같던 나도 점점 변화하게 되었다. 답답하기만 했던 시간들이 지나고 뭔가 나도 사람들과 얽혀 일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고, 시간의 축적만으로도 해결되는 일이 있구나 라는 것을 느꼈다. 자연스럽지 못했던 내 표정도 한결 편안해졌고 자신감까지 조금 생긴 것 같다.


아 한가지를 꾸준히 하는 건 정말 중요하구나. 부모님 말씀이 맞았구나.

내가 도대체 무슨 일을 나중에 할지, 계속 이 일을 하고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지금 직장에서의 일을 놓지 않으려 할 것이다. 일과 시간은 나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 주었다. 그리고 나를 챙겨주는 나도 나에게 많은 것들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물론 약한 체력과 간헐적으로 종종 오는 현타는 어쩔 수 없지만 요새는 스쿼트 100개 , 매일 하려 노력한다.

아주 작은 행동이지만 스스로를 위해 하는 운동도 좋은 것 같다.


많이 힘들었지만 결국, 해내고 있다.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조금씩 앞으로 걷고 있다.

과거의 자신을 안아줄 수 있는 힘도 조금은 생겼다.

그렇게 나는 잘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고 있는 것 같다.


또 다른 현타 시간과 슬럼프, 번아웃이 찾아 오겠지 언젠가 다시. 그래도 나는 스스로 챙김없이도 근 3년을 버텼으니 이런 방식으로 나를 주기적으로 챙겨주면 나는 더 잘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잘 할 수 있을거야.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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