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통해 변우석의 팬이 되어서 그런가. 광고 영상이나 화보를 통해 만나는 그도 멋지지만 드라마 속 캐릭터로 살아 숨 쉬는 변우석이 못내 그립다.
변우석의 차기작 편성이 원래 일정보다 지연되었다는 소식 이후로 별다른 업데이트가 없던 지난 수개월 간, 나 역시 어떤 의미에서 멈춰 있었다. 여전히 그의 팬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시상식이며 광고며 인터뷰며 빠짐없이 변우석의 흔적을 따라 다니는 건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나의 유니크한 덕질이라 할 수 있는 변우석 덕질 에세이 연재글을 쓰지 못하는 날들이 계속 이어졌다. 작년에 계약한 책 원고도 좀처럼 쓰지 못했으니 쓰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채 몇 달이 훌쩍 흘러 버렸다.
잇따른 팬미팅과 각종 브랜드 행사 참석, 광고와 화보 촬영으로 분주한 변우석만큼은 아니겠지만 나 역시 너무나 바빴다. 작년 하반기부터 쉴 틈 없이 이어진 회사 업무는 올해 줄어들기는커녕 더 큰 압박으로 다가왔다. 중요한 프로젝트들을 맡으며 어떻게든 좋은 성과를 내고자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나날이 피가 마르고 진이 빠졌고, 계약금을 받은 원고조차 손도 못 대고 있는 상황에서 글을 써야 할 금전적 의무가 없는, 순전히 개인적인 덕질 에세이는 우선순위에서 멀어졌다.
그 바쁜 와중에도 공동 저자로 참여한 나의 첫 에세이 집이 나오는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6231539)
하지만 나 외에도 10명의 작가가 참여한 책이다 보니 글을 쓰는 작업은 에세이 한 편 뿐이어서, 쓰는 사람으로 오롯이 집중했다기보다는 공동 저자들의 원고를 취합하고 출판사와 커뮤니케이션하는 일의 비중이 훨씬 많았고 에너지 소모도 컸다. 첫 책이 나온 기쁨은 컸지만, 본질적인 활동인 글쓰기에 들인 시간과 노력은 부족한 느낌이었다.
짧은 영상과 사진 한 장 속에 담긴 변우석도 멋지고 좋지만 긴 호흡으로 연기하는 그의 모습에 목마른 것처럼, 나의 글로 꽉 채운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고 싶다는 욕구가 마음 한 구석에서 솟아오른다. 계약한 실용 서적도 독자들이 실질적으로 도움받을 수 있도록 잘 써내고 싶고, 언젠간 오롯이 나의 상상으로 창작해 낸 세상과 이야기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변우석을 주인공으로 작품도 찍고 싶은데...... 원고는 한 자도 쓰지 못한 채 멈춰 있던 시간 동안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한때 즐거움이었던 이 덕질 에세이도 읽어주는 분들이 늘어나면서 감사하기도 했지만 더 잘 써야 한다는 부담에 글을 쓰는 게 망설여지기도 했다. 지인에게 내가 셀럽병에 걸렸다고 농담 삼아 얘기했는데, 지켜보는 독자가 하나 둘 늘어나면서 내가 그분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글을 쓰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됐다.
조회 수 얼마 나오지도 않는 이 무명작가도 이리 셀럽병에 걸려 혼자 슬럼프를 겪고 부담감에 글도 못 쓴다 난리인데, 글로벌 팬을 거느린 우주대스타 변우석은 차기작 공개를 앞두고 어떤 마음일지 궁금하다. 그도 무서울 정도로 늘어난 팬들과 높아진 기대로 걱정을 안은 채 촬영하고 있을까. 무명의 팬은 그가 어떤 마음으로 임하든 그저 응원할 뿐. 그리고 나의 스타도 드라마 촬영을 시작했으니 이제 바쁘다는 핑계는 그만두고 나 역시 작가 모드로 돌아가야겠다. 우리 둘 다 레디, 액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