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를 기다리는 동안

by 글쓰는하루

드라마를 통해 변우석의 팬이 되어서 그런가. 광고 영상이나 화보를 통해 만나는 그도 멋지지만 드라마 속 캐릭터로 살아 숨 쉬는 변우석이 못내 그립다.


변우석의 차기작 편성이 원래 일정보다 지연되었다는 소식 이후로 별다른 업데이트가 없던 지난 수개월 간, 나 역시 어떤 의미에서 멈춰 있었다. 여전히 그의 팬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시상식이며 광고며 인터뷰며 빠짐없이 변우석의 흔적을 따라 다니는 건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나의 유니크한 덕질이라 할 수 있는 변우석 덕질 에세이 연재글을 쓰지 못하는 날들이 계속 이어졌다. 작년에 계약한 책 원고도 좀처럼 쓰지 못했으니 쓰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채 몇 달이 훌쩍 흘러 버렸다.


잇따른 팬미팅과 각종 브랜드 행사 참석, 광고와 화보 촬영으로 분주한 변우석만큼은 아니겠지만 나 역시 너무나 바빴다. 작년 하반기부터 쉴 틈 없이 이어진 회사 업무는 올해 줄어들기는커녕 더 큰 압박으로 다가왔다. 중요한 프로젝트들을 맡으며 어떻게든 좋은 성과를 내고자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나날이 피가 마르고 진이 빠졌고, 계약금을 받은 원고조차 손도 못 대고 있는 상황에서 글을 써야 할 금전적 의무가 없는, 순전히 개인적인 덕질 에세이는 우선순위에서 멀어졌다.


그 바쁜 와중에도 공동 저자로 참여한 나의 첫 에세이 집이 나오는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6231539)

막간 홍보- 저는 필명 '글쓰는하루'로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나 외에도 10명의 작가가 참여한 책이다 보니 글을 쓰는 작업은 에세이 한 편 뿐이어서, 쓰는 사람으로 오롯이 집중했다기보다는 공동 저자들의 원고를 취합하고 출판사와 커뮤니케이션하는 일의 비중이 훨씬 많았고 에너지 소모도 컸다. 책이 나온 기쁨은 컸지만, 본질적인 활동인 글쓰기에 들인 시간과 노력은 부족한 느낌이었다.


짧은 영상과 사진 한 장 속에 담긴 변우석도 멋지고 좋지만 긴 호흡으로 연기하는 그의 모습에 목마른 것처럼, 나의 글로 꽉 채운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고 싶다는 욕구가 마음 한 구석에서 솟아오른다. 계약한 실용 서적도 독자들이 실질적으로 도움받을 수 있도록 잘 써내고 싶고, 언젠간 오롯이 나의 상상으로 창작해 낸 세상과 이야기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변우석을 주인공으로 작품도 찍고 싶은데...... 원고는 한 자도 쓰지 못한 채 멈춰 있던 시간 동안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한때 즐거움이었던 이 덕질 에세이도 읽어주는 분들이 늘어나면서 감사하기도 했지만 더 잘 써야 한다는 부담에 글을 쓰는 게 망설여지기도 했다. 지인에게 내가 셀럽병에 걸렸다고 농담 삼아 얘기했는데, 지켜보는 독자가 하나 둘 늘어나면서 내가 그분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글을 쓰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됐다.


조회 수 얼마 나오지도 않는 이 무명작가도 이리 셀럽병에 걸려 혼자 슬럼프를 겪고 부담감에 글도 못 쓴다 난리인데, 글로벌 팬을 거느린 우주대스타 변우석은 차기작 공개를 앞두고 어떤 마음일지 궁금하다. 그도 무서울 정도로 늘어난 팬들과 높아진 기대로 걱정을 안은 채 촬영하고 있을까. 무명의 팬은 그가 어떤 마음으로 임하든 그저 응원할 뿐. 그리고 나의 스타도 드라마 촬영을 시작했으니 이제 바쁘다는 핑계는 그만두고 나 역시 작가 모드로 돌아가야겠다. 우리 둘 다 레디, 액션!






keyword
이전 14화다정한 그가 살아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