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트롱사이다 Aug 14. 2020

#5.밥벌이의 지겨움(=노여움)

나는 왜 일을 하는가

 

'왜 일하냐?'

'뭐 별거있나. 그냥 맛있는거 먹고살려고 하는거지 ~' 

내가 자주하는 말이다.

이런말을 하면서 모든 문제를 삼시세끼 밥 먹는 일처럼 당연한 것이고

눈앞에 어지럽고 복잡한 일 자체를 '먹는다'는 행위로 단순화 시킴으로해서 잠시나마그 문제를

피해버릴수있다. 

물론 나는 먹는것을  좋아한다. 미식을 넘어 탐식. 더 솔직하게 말하면 과식.

내가 자주쓰는 아이디 '과식걸'도 '가쉽걸'이 되지못하는 나의 육체적(?) 한계도

있지만 ( 블레어가 하는 리본머리띠가 어울리려면 다시 태어나야 할것이다)

늘 음식은 남을 만큼 시켜야하고, 한번을 먹어도 이집이 어떤집인지 경건한 마음으로 각종 검색과 지인검증을 마친후 신중하게 선택하여 '과식'하는 나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다. 

내가 말하는  먹고 살려고 하는 '일'은 그 누구보다도 

더 맛있고  더 행복해지는 '일'이어야한다. 적어도 내 스스로에게 주문을 외는 말이기도 하다.

'맛있는거 먹으려고 일하는거야'

 내 직업은 예능국 PD다. 남들이 보면 연예인과 같이 일하고 늘 재미있고 웃기고

화려하고 겉으로 보이기엔 '있어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일주일에 며칠씩 편집실에서 상거지처럼 틀어박혀있고

혹시 내몸에서 냄새 나지 않아?라고 남녀불문 서로 물어보고

대부분은 부탁(이라고 쓰고 애원이라 읽는다) 하고 '미안하다죄송하다'의 연발.

K사 프로듀사에서 나왔던 한 장면. 

생방송 프로그램 OJT 중 신입피디 백승찬(김수현)의 전화벨이  울렸다.

백승찬은 "죄송합니다"라고하자 선배 PD 탁예진은

 "죄송합니다' 그런 말도 함부로 하지마. 우리는 PD니까 쉽게 비굴해지지마"

 라고  혼을 냈다.


결국은  최대한 우아하게 보이고싶지만 전혀 우아하지않는 상황들이

대부분이다. 

나도 우아하고싶다. 우아한 줄 알았는데...

대충 묶은머리. 운동화. 애둘낳고  안맞아서 못입는 청바지들. 

뭐  지금 현재는 치열한 일선에서 한발짝 물러나 있다. 

그전처럼 단내나게 일하고 있지는 않지만. 하루하루 노동자로서, 오늘의 밥벌이를 하는 중이다. 

(..ㅋㅋ 프로그램 안해도 우아하진 않다.)


 

(그리고 S사 예능국에는 김수현같은 피디는없다. 물론 공효진같은 피디도 없다. 끝)




작가의 이전글 #4.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