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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트롱사이다 Apr 01. 2022

#26. 둥글게 둥글게.

마음의 법칙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었다. 1학년.

특수교육대상자로 도움반이 있는 일반 공립학교에 들어갔다.

미국에서 2월에 귀국한 이유도 아이 입학에 맞춘것이었다.

좀더 미국에 머물수도 있었지만, 계속 그곳에서 살것도 아니고

제일 중요한건 공립학교에서 아이의 적응이 제일 우선순위였다.


알겠지만, 자폐스펙트럼인 아이는, '적응'하는데 남들보다 많이 걸린다.

남들이 시작할때 같이 시작해도 몇배는 느릴것이고, 힘들어할것이다.

학기도중에 적응한다는 건 상상하지 못하겠더라.


요 2주간 나는 너무 긴장을 했다.

입학부터 학교 적응기간까지, 밤에 잠을 설쳤고, 악몽을 매일매일 꿨다.

잠을 자도 잔것 같지 않았고 소화도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애써 태연한 척, 의연한척, 강한척 하며 누구에게도 티내지 않았다.

힘듦 조차 공유할 여유가 없었다.


지난달, 캘리포니아 햇살 속에서 유유자적 수영을 하고

아이와 평온한 하루하루를 보냈던 사실들은 마치 철지난 옛 영화처럼

과거가 되어버렸다.

그 안에서 이너 피스 하던 나의 여유는

혹여 아이에게 무슨 문제가 있지 않을까 벌벌떠는 쪼그라든 내 모습으로 대체되었다.


그래도, 입학식 전, 도움반에 미리 가서 선생님과 상담을 했고, 반을 둘러보았지만

담당 도움반 선생님의 6개월 휴직사실을 알게되면서 불안은 증폭되었다.

다행히 새로오신 도움반선생님도 매일매일 피드백도 잘 주시고, 아이의 입장에서

많은 조언을 해주고 있다.

가장 중요하다는 '담임선생님' 역시, 좋으신분 같아 또 한스푼의 걱정은 덜었다.

정신승리하자면,

그래도 미국에서 1학년을 미리경험해본 것이라서,

교실에서 친구들과 규칙대로 행동하는것, 착석하는것 등은

미리 여러번 연습은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 잘한다는'건 아니라는게 문제지.


하루하루 매일 선생님의 피드백 속에서

일희일비가 이런거구나 느끼고 있다.


어떤날은 너무 잘했고

어떤날은 앞으로 어떡하지 막막해져버리고


혼자서 울고 웃고 난리도 아니다.


어떤날은 기뻤다가 어떤날은 한없이 우울해진다.

이럴땐.........

더 침잠해지면 안된다.

더 바닥을 치기 전에 올라와야 한다.

어린이집에서부터 내가 작성해온 아이에 관한 모든 것들!!

<서포트북>을 업데이트 하고 수정하여

선생님들에게 전해드렸다.

그리고 도움반선생님께서 통합반 아이들에게 장애이해교육을 하시는데 필요한

자료들도 만들어서 전달했다.

1학년이니까, 우리아이의 다름에 대해서 이해시키는 동영상들이다.

예전 병설 유치원시절에도

"건우는 왜 말을 못해요?"

"건우는 왜 같이 놀고 싶어 하지 않아요?"

라고 궁금한건 해맑게  물어보고, 장애이해교육 이후에는 오히려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건우를 챙겨주고 건우를 친구로 자연스럽게 대해주었다.

하지만, 늘 남을 배려하는 행동을 하기 힘든 우리 아이는 친구의 블럭을 부수기도 했고

놀이에 참여하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었다.

그때마다 일주일에 한번 순회교육 나오시는 특수교사 선생님과 담임선생님의 도움 덕에

그나마 가위바위보가 가능해지고, 아이들의 대집단 놀이에 조금씩 관심이라도 보이게 되었다.

참...

느리고도 천천히..

하나씩...조금씩 ....

 


그리고 지금...

아이는 하교할때 하품을 할정도로 피곤한 모양이다.

갑자기, 얼마나 애도 힘들까...

온갖 감각들을 통제하며, '참고'있는게 보이는데..

정말 '장애'인건데......

내가 너무 많은것들을 요구하고 있는건아닐까.

이건 내 욕심인것일까...

말로는 공부고 뭐고 다 필요없다고 말하며서

그래도 일반학교에서 잘 적응해줬으면 하는 나의 마음들.

그래서 못할때마다 뭔가 하나씩 좌절될때마다 크게 실망하고 말이지.


그러다가...

<우리가 통제하고 할수 있는 일에 집중하라> 라는 문장이 눈에 확 들어왔다.

 그렇지..내가 또 바꿀수 없는것에 일희일비 하고 있구나 .

또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마음에 집착하고 있구나.

깨달았다.

참..잘까먹어 ^^;;

다시. 좋아하는 말들을 조용히 되내어 본다.

둥글게 둥글게..

말만해도 입도 마음도 둥글둥글 해진다.


둥글게 둥글게.......이렇게 닳고 달아서

나의 뾰족한 마음들이 가루가루가 되고, 다듬어져 둥글어졌다.

뾰족해져있다면  남을 찌르고,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있기만 할것이다

박혀서 썩어갈뿐.....발전도 진전도 없다.

둥글게 생각하면

미운 마음도, 속상한 마음도, 이리저리 굴러다닌다.

그러면서 조금씩, 단단해진다. 치이면서 더 맨들맨들해지겠지.


모든일들을 애써서 둥글게 둥글게..맨들맨들해질때까지...

둥글게 둥글게 잘 굴러가보자.

둥그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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