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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트롱사이다 Aug 04. 2020

#1. 오늘밤 주인공은 없다.

상상속의 너.

어떤사건들을 받아드릴때 인간의 심리상태는 다음과 같다고 한다.

분노- 부정- 우울-타협- 수용.

특히 장애아를 키울때는 분노첫단계를 제외하고, 나머지 네단계를 계속 순환하며

겪는다고 한다. 2017년 부터 2020년 지금 까지 , 3살부터 6살까지의 오건우와 나를 생각하면

이 상태를 무한 반복하고 있다.


치료 하면서 아. 정말 이제 길이 보이는구나,  할때쯤, 또다시 텐트럼과 문제행동이 많아지면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기분.

죽자고 백미터를 뛴것 같은데 계속 제자리인것같고, 아니 더 뒤로 간 그런 막막한 상태들.

그때는 한없이 우울해졌다.

생각해보면, 분노와 부정의 단계보다 , 우울-타협- 수용. 그 세단계를 계속 오가고 있다.


왜 하필 나에게....라는 분노는 수많은 자기계발서와 종교를 통해.

깨달았다.

'왜 하필 나에게'라는 생각이 얼마나 오만하고 , 이기적인 말인지를 말이다.

'내가 뭐라고!'

신 앞에 서있는 인간이 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다시한번 깨달았다.

누구에게나 일어날수있고 겪을수 있는것들이었다.

정신승리하자면, 하필 나에게 일어난 일들은, 그  의미가 있을것이라 생각한다.

그 의미를 찾아내어, 깨닫는것 또한 나의 몫이리라.



얼마전 누군가가 내게 이런 질문을 했다.

"스트레스 받을때 어떻게 풀어?"

굉장히 단순한 질문이었는데 나는 한참을 생각했다.

뭔가 딱히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러이렇게 하지.."라고 말할만한게 없었던것이다.

어쩌면 '스트레스를 받고있다'라는 사실 조차도 '회피'하고 있었나 싶다.


여러해 걸쳐 건우에 대한 부담감들과, 동시에 이런저런 사회적인역할 안에서

어떠한 문제를 깊이, 그리고 심각하게 생각하는것들을  의식적으로 '피해왔다'

그 질문에 한참을 머뭇거리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 좀 놀랬다.

그러면서 지금 세달째 계속 하고 있는 '아침 달리기'와 '분노의 독서'

가 떠올랐다.


힘들때마다 나는 늘 서점으로 숨곤했다. 아니 현재형. 숨곤 한다.

대학시절, 힘들때마다 나는 도서관에 가곤 했다. 빽빽한 책장 사이에 요리조리 걷다가

제목이 눈에 맘에드는 책을 골라 펼쳐서 그 자리에서 읽는것이 나의 힐링방법이었다.

책 사이사이 오래된 특유의 냄새가 좋았고, 도서관의 적막하고도, 서늘한 그 느낌이 좋았다.

그 안에 있노라면, 수심깊은 걱정들도 다 멈추었다.

그런게 계속되어, 요근래에는 대형서점들이 그 역할을 해준다.

요즘 잘팔리는 매대말고, 한때 그 자리를 차지 하다가 이제 밀려난(?) 서가들이 빽빽하게 있는 곳

사이사이에서 철지난 책들을 발견(!)하며 20대의 내가 그랬듯 40대의 나 역시

다시 책을 펴든다. 주제도, 저자도 상관없다. 그것이 바로 나의 오늘의 힐링책이 된다.


인간은 늘 주인공이고 싶어한다. 아 , 물론 주인공이 부담스러워 나서지 않은 인간들도 있을테지만,

보편적으로는 소심한 사람이라도 자기가 돋보이고 주목받는것은 그리 싫은 일은 아닐것이다.

프듀에서는 아예 노래로 <오늘밤 주인공은 나야나!>라고 외치기 까지 하고.


아이를  처음 낳았을때, 자기가 생각하는 <꿈꾸는 아이>상이 있다.

우리 아이는 성격도 좋고, 반달눈으로 웃고, 공부를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너무 잘하고,

뭐든 척척 해내고,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그런 아이 ...

우주비행사, 대통령, 의사, 축구선수, 농구선수.....

다양하게 꿈꾸게 되는 내 아이의 미래. 누가봐도 오늘밤 주인공인 당연한 내 아이!

<자폐아들과 아빠의 작은승리 - 이봉루아 작>


자폐를 마주하면서 힘든점이 바로, 이런 꿈꾸는 아이를 지워나가는 일이다.

주인공이아니라는 사실을 알게되는 과정이다.

상상과 다른 현실을 마주하며 내가 너무 바라는게 많았구나,

그리고 더 나아가,이 모든게 나의 <욕심>이었구나..

그냥 내 아이는 그냥 아이일뿐인데 거기에 나의 욕망을 투영시켰구나...

왜 당연히 주인공이라고 생각했을까. 부터 가장 낮은곳부터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그덕분에, 욕심과 욕망의 계단에서 내려와 다시 계단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되었다.

이는 정상발달인 첫째를 바라볼때도 마찬가지다.

아.......다. 나의 욕심이구나. 다시 마음을 고쳐먹는다. 내려놓는다. 

기본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나도 덜된 인간이라 이 모든 과정을 계속 반복한다 . 하하하.


하지만. 

멈추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연습하다보면 어느순간 어느 지점에도달하지 않을까.

마음도 근육같은거라 하던데,  이러한 마음근육이 어느 순간 단단해지고 나의 것이 될때가 있을것이다.

힘이 들때마다 지금 나는 마음근육을 만드는 중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몸에도 없는 근육인데...마음이라도 만들어보자는 심산.ㅋㅋ)

이것이 바로 정신승리라면 정신승리리라.


오늘밤 주인공은 엄마인 나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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