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산 넘어 산

나는 방광암인 남자와 결혼했다.

by 쌀방언니

우리의 사업 계획서는 3억이라는 금액에 맞춰 크게 세가지로 나눴다.

땅, 건물, 정미기.

땅은 매매할 땅과 금액이 정해져 있으니 지금 당장은 별로 크게 신경쓸 것이 없었다.

다음은 건물인데 건물은 우리가 한번도 공장을 지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정미기는 새것을 구매하기에는 금액이 너무 비싸서 중고를 알아보기로 했다. 우리는 주위에 공장을 지으시는 분이 계시는지, 또 정미기를 중고로 내 놓은 곳은 없는지 알아보았다.


타지에서 아는 사람도 별로 없는데 이 모든 것을 하려니 생각했던 것보다 힘들었다.

알아보는 동안 '참 우리는 대책없이 일을 저지른다' 는 생각에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마땅한 땅을 찾으면 한고비 넘기는줄 알았는데 그건 시작한 것도 아니었다. 이제부터 넘어야할 산이 어무마시하게 많았다.


그렇다고 지금와서 포기할 수는 없다.

그럴꺼면 시작하지를 않았겠지. 시작하고 여기까지 왔으니 더 이상 뒤로 물러설 수 없다.

쓸 수 있는 돈이 한정되어 있는 만큼 우리의 선택 또한 한정되었다. 그 한정된 선택권 안에서 우리는 최선을 선택하려 노력했다.


가장 먼저 정미기를 결정했다.

정미기가 정해져야 그 정미기에 맞춰 공장의 높이와 넓이를 확정지을 수 있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도면대로 공장을 지었다가 혹여나 정미기가 설치되지 않으면 다시 건물을 허물수가 없으니 일의 순서상 정미기를 먼저 선택하는 게 맞다.


중고 정미기를 수소문했고 아무리 먼거리라도 우리는 직접 가서 정미기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가격이 저렴한 것은 너무 오래되었고, 괜찮아 보이는 것은 턱없이 비쌌다.

우리는 사용할 수 있는 금액 안에서 모을 수 있는 정보를 최대한 모았고, 그 중에서 가장 괜찮아 보이는 것을 골랐다.

정미기는 낡고 오래된 것이었지만 재정비를 하면 한동안은 별문제없이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중고라서 고장이 나는 건 감수해야만 했지만.


정미기 다음은 공장이다.

땅과 정미기를 구입하면 남은 금액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적은 금액에 일을 진행하려는 업체는 별로 없었다.우리는 몇 안되는 견적서 중에서 금액적으로 맞는 업체를 선정했다.


우리는 겨우 겨우 업체과 금액을 맞추어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사업계획서는 서식이 있었고, 세부사항까지 작성해야했다. 우리는 3억이란 돈이 왜 어디에 어떻게 쓰여질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작성했다.

그리고, 완성된 사업계획서를 들고 농업기술센터를 다시 찾았다.


여러 절차를 걸치고 부족한 부분은 채워가며 우리는 ‘귀농귀촌정책자금’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가 되었다. 사업계획서는 최대 3억으로 금액을 맞췄고, 모지란 돈은 부모님께 빌려보기로 했다.

우리는 확인서를 가지고 은행을 찾았다.

이제 대출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까지 대출을 받아 계획한 대로 공장을 짓고 정미기를 들이면 된다는 마음으로 이제는 한숨 돌렸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일인가?

우리가 찾은 은행에서는 대상자로 선정이 되어도 지금 당장 대출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만 전해들었다.

우선은, 계약금을 걸고 계약서를 작성한 다음에 그 계약서를 들고 은행에 와서 필요한 서류 작성과 서류를 제출하면 심사를 거쳐 대출금액이 정해진다.

심사 기준에 적합하면 그 다음 대출이 진행되었다. 우리가 하려는 모든 대출은 용도에 따라 같은 절차를 걸쳐 진행된다는 것이다.


정말 하나 끝나면 하나가 시작되었다.

끝과 함께 시작이 반복되는 무한 반복의 산 넘어 산인 고달픈 내 사업장 만들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우리는 당장 땅부터 계약했다.

땅 주인에게는 대출이 진행되는 절차를 알려드렸고, 다행히 주인분은 급하게 처리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 가진 돈이 별로 없었던 우리는 정말 적은 금액으로 계약금을 지불했다.

매도인 분이 땅 근처 마을에 사시는 분이라 우리의 편의를 많이 봐주셨다.

우리는 그 땅 계약서를 가지고 은행을 다시 찾았다.

그렇게 우리는 첫 대출을 시작으로 처음으로 내 땅을 소유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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