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방광암인 남자로 결혼했다.
아무것도 없는 땅에 건물을 짓고, 기계를 설치하여 사업장을 만드는 일은 삶에 있어 커다란 그것도 우리에게는 어마무시하게 커다란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그때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간단하고 단순한 일인줄 알았다.
그랬기에 땅을 계약할 당시만해도 우리는 황당한 계산법으로 정미소를 완성하는 계획을 세웠었다.
크게 3개로 나뉜 땅, 건물, 정미소에 돈을 적절하게 분배하여 최대한 금액을 절약하면 지어질줄 알았으니.
하기사 우리가 정미소를 하기로 결심한 것 자체가 아주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그 방법도 그리 어렵지 않을거라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 시작은 지금의 수입으로는 생활이 어렵고, 현재 일하는 곳에서는 수입을 늘릴 수 없었고, 그래서 독립을 결심했고, 그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서 최선의 선택이 정미소라는 최종 선택지가 남았기에 그것을 선택한 것뿐이다.
무슨일이든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은 없다. 아니 계획 자체가 허술했으니 순조롭게 진행될 리가 없었다.
일이 진행되는 동안 수많은 변수가 일어났고,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번번히 생겼다.
한번도 이런 일을 해보지 않은 우리는 모든 것이 허술하고 실수투성이었다.
땅을 구매할 때만 해도 우리 앞에 이렇게나 험난한 고생길이 펼쳐질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우리 머릿속은 처음하는 일에 대한 두려움과 어느정도의 힘겨움 그리고 마냥 밝은 미래만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미소를 향해 한발짝 내딛을때마다 우리가 벌인 일들이 점점 더 거대한 파도가 되어 우리를 덮쳤다. 숨을 쉴 수도 , 발버둥을 쳐도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거칠고 무섭게.
땅을 계약하고 그 곳에 건물을 짓기 위한 설계도면과 용도변경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우리는 농사를 짓던 땅에 건물을 지어야했기에 땅부터 메워야했다. 낮은 땅에 돌과 흙을 부어 땅을 메우는 작업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돈도 많이 들었다. 한차례 땅을 메우고 나면 그 땅을 다져서 자리를 잡을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다시 메우고, 다시 다지고 자리를 잡을때까지를 반복하며 논이었던 땅을 단단한 땅으로 만들어나갔다.
그 반복된 작업중에 우리는 꽤 여러번 민원이 들어와 불려다녔다.
민원은 공사가 끝이나고 정미소가 들어서고 나서도 한동안 이어졌다.
땅을 메울 때 민원은 큰 차들이 지나다니니 땅이 울려서 농작물에 피해를 주니 공사를 그만두라는 것,
도로에 물을 뿌리며 일 처리를 하는데도 먼지가 일어서 힘드니 공사를 중단하라는 것,
큰 차들에 사람들이 놀라니 낮에는 차들이 지나다니지 못하게 하라는 것,
조용한 동네가 공사로 시끄러우니 공사를 그만두라는 것,
그냥 동네에 공장이 들어서는 것이 싫다는 민원등등 말이 되는 민원부터 말이 되지 않는 민원까지 우리는 공사가 진행되는 내내 불려다니며 민원을 해결했다.
타지에서 온 낮선 사람에 대한 불안감이 마을 사람들을 변하게 만들었다.
민원접수가 되면 공무원들은 민원을 처리해야만 한다. 우리가 불려다닌 만큼 담당 공무원들도 수없이 불려다녔다.
나중에는 공무원이 마을 사람들과 친해져 보라는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의령은 지리적으로 다른 군들에 둘러싸여 오랜시간동안 고립된 곳이었다. 지금은 교통이 발전해 타지역을 지나는 중간 지점이라 어디를 가도 편리하다. 고립된 곳에서 오랜시간 생활을 하다보면 잘 모르는 것에는 불안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마을분들은 서로가 서로를 잘 알았다. 다른 동네에서 이사를 온 사람이 있다고 한들 몇몇 사람에게 물으면 그 물음이 돌고돌아 그 사람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분들은 우리가 누구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
아무리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우리의 정보를 알수가 없었던 것이다.
‘마을의 뚝방 아래에 있는 땅에 정미소를 지으려고 하는 도시에서 온 젊은 부부’ 이것이 그분들이 알고 있는 정보의 전부였다.
우리가 좋은 사람인지 나쁜사람인지, 지금 하려는 이 사업이 자신들에게 이로운 사업인지 해로운 사업인지, 우리가 마을로 이사를 온다면 마을 사람들과 잘 어울릴 사람인지 아닌지, 성격은 좋은지 나쁜지, 알고 싶어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시골 사람들은 옆집 숟가락 개수까지 다 안다고 하지않는가? 아무런 정보가 없어 불확실한 사람을 마을에 들이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 막아야 한다고 마을 어르신들은 결론 내린 듯 했다.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 모르니 사전에 차단하기로 마음을 모으신 것 같았다.
얼토당토한 억지를 부릴때면 목청껏 그분들게 호소하고 싶어졌다.
“내 땅에, 제발 공사 좀 하게 해주세요!” 라고.
하지만 그 말은 정미소가 완공될때까지 목구멍 밖으로는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