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방광암인 남자와 결혼했다.
공장은 설계도면대로 진행하면 별문제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그것 또한 이래저래 문제가 발생했다.
축사를 지으셨던 사장님은 정미소는 처음 짓는거라 일의 진행 속도가 느린데다, 다른 업체보다 견적 금액이 낮은 이유가 인건비 때문이었다.
단가를 맞추기 위해 인부를 부르는 대신 부부 둘이서 나와서 일하는 날이 많았고, 그에 따라 공장을 짓는 시간은 길어졌다.
계약서를 작성할 때 일을 하다보면 비가 오거나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 완공 기간을 넉넉하게 잡자고 하셨다.
우리는 기간을 넉넉하게 잡는건 만일의 하나를 대비하는 그냥 형식적인 절차로만 여겼다. 그런데 이렇게나 길어질 줄이야.
공장은 아주 느리게 그러나 설계도면의 모습으로 지어지고 있었다.
그 다음은 정미기였다.
기존에 설치되어 있는 정미기를 분리하여 다시 우리 공장으로 가지고 와서 재설비를 해야했다. 꽤 오래된 중고라 손볼곳이 많았고, 교체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 좀더 괜찮은 정미기를 구입하고 싶었지만, 정미기 철거와 재설치 비용이 엄청나서 금액에 맞추려니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중고 정미기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가 이 철거와 재설치 비용때문이란 걸 구매하면서 알게 되었다.
우리는 하나의 계약서를 작성하면 그것을 가지고 은행으로 가서 심사를 받고, 모든 것이 완료되면 완료된 서류를 다시 은행에 제출 후에 대출을 완료했다.
정미기는 공장이 마무리되고 완공 허가를 받고 나면 설치를 진행하기로 했다.
공장이 점점 모양을 갖추어가자 우리는 가정용 정미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정용 정미기를 능가하는 무언가가 있어야만 했다.
가정용 정미기의 가장 큰 장점은 집에서 바로 쌀을 찧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금액도 다른 농기계들보다 저렴해서 거의 집집마다 가지고 있었다.
단점이라면 쌀을 찧는 속도가 느리며, 쌀만 깨끗하게 분리되어 나오지 않는다.
쌀은 마트에서 구입할 때처럼 흰쌀만 있어야 한다. 그런데 가정용 정미기는 깨졌거나 상처가 나서 까맣게 변한 쌀, 간혹 쌀이 아닌 다른 것들이 함께 들어있어도 걸러내지를 못했다.
속도 면에서는 당연히 우리 정미기가 빠르다. 속도만으로 사람들이 굳이 무거운 벼를 싣고 우리 정미소를 찾을 것인가? 그것 하나만으로는 경쟁력이 없었다.
하지만 가정용 정미기가 하지 못하는 깨끗한 쌀로 분리가 가능하다면 게임은 우리에게 유리해진다.
우리는 색체선별기라는 기계를 구입하기로 했다.
색체선별기는 센서를 이용하여 색이 다르거나 깨졌거나 하는 쌀들을 모두 밖으로 튕겨내 깨끗한 쌀만 선별해 내는 기계다.
정미기에 거의 맞먹는 고가의 기계였지만 우리는 구매를 결정했고, 결론적으로 이 색체선별기가 다른 정미소들과도 차별화를 만들어 주어 깨끗한 쌀이 나오는 정미소라는 입소문을 순식간에 내 주었다.
공장이 지어지고 호이스트가 천장에 설치되고, 정미기가 투입구부터 현미기, 분리기, 색체선별기를 거쳐 쌀로 나오는 공정까지 설비를 마쳤다.
부수적으로 1톤 트럭도 구입하고 지게차도 구입했다. 물건들을 보관할 작은 콘테이너도 앞마당에 가져다 놓았다.
그렇게 우리는 많은 문제들과 부딪히며 우리의 일터를 마련했다.
공장이 모든 준비를 끝내자 우리는 현수막을 걸었다. 그리고 정미소 앞 마당에서 개업식을 열었다.
천막과 테이블과 의자를 빌리고, 각종 음식과 음료와 주류를 준비했다. 가족, 형제, 친구들, 마을분들, 그리고 어느 누구라도 현수막을 보고 찾아오는 이들은 모두 반기는 개업식을 열었다.
어렵게 어렵게 하나를 완성한 우리를 보고 부모님들은 뿌듯해 하셨다. 우리 앞에는 우리 손으로 일군 번듯한 사업장이 있었고 희망으로 가득한 삶이 펼쳐져 있었다.
1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완공한 우리의 일터는 앞으로 승승장구 할 날만 남았다. 모두의 축하 속에 우리는 행복한 미래만을 그렸다.
시골에서의 새로운 삶이 다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