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쑥 찹쌀파이 레시피
갓 구워져 식힘망 위에서 식고 있는
비건 쑥 찹쌀파이는 마치 봄날의 나른한 오후처럼 편안하고도 깊은 감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찹쌀가루의 쫀득함, 쑥가루의 향긋함, 그리고 완두배기의 달콤함과 아몬드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모든 감각을 깨운다.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것은,
파이 위를 황금빛으로 물들인 아몬드.
흘러넘치도록 뿌려진 아몬드에 초록빛의 파이는 보이지도 않는다.
아몬드는 마치 햇살을 받은 나뭇잎처럼 반짝이는 윤기를 머금고 있다.
아몬드 사이를 살짝 비틀어보니 조각들 사이로 보이는 파이의 초록빛은 숲 속 오솔길을 걷는 듯한 서정적인 느낌을 준다.
칼로 잘라 단면을 보니,
쑥가루가 만들어낸 숲 속의 이끼같은 짙은 진녹색과,
사이사이 보이는 갓 돋아난 여린 새싹의 연두색을 띈 완두배기가 절묘하게 섞인 다채로운 녹색의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찹쌀가루와 두유, 유채유가 빚어낸 고운 입자의 진한 초록색 시트 속에 보석처럼 박혀있는 완두배기는 풋풋한 생명력을 더한다.
촘촘한 기공들이 파이 속의 쫀득함과 촉촉함을 미리 짐작게 한다.
화려하지 않고 깊이 있는 색감이 자연의 소박한 매력적을 그대로 보여준다.
갓 구워져 식어가는 파이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그저 묵묵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 고요함 속에 섬세한 청각만이 포착할 수 있는, 쫀득하고 고소한 속삭임이 숨어 있을 것이다.
아직 속을 드러내지 않는 파이가 향긋함과 촉촉함을 상상하게 만들며, 맛을 향한 기대감을 고조 시킨다.
아몬드는 닿는 순간 ‘바스락’ ‘뽀드득’ 경쾌한 소리를 낸다.
나이프가 쑥 찹쌀파이의 시트 속으로 파고들 때는,
약간의 저항감을 동반하며 '꾸욱, 찌걱' 하고 썰린다.
찹쌀의 찰진 특성을 청각적으로 드러내는 소리다.
파이 조각을 입안에 넣고 씹기 시작하자, 청각적 경험은 절정에 달합니다.
바삭하게 부서지는 아몬드, 씹을수록 '꾸득, 꾸득' 찰진 소리를 내는 파이,
중간중간 “오독” 하고 씹히는 완두배기.
파이를 씹어 삼키자 '음~' 하고 저절로 만족의 탄성이 나온다.
푸른 봄날 들판에서 캐낸 쑥의 쌉쌀하면서도 상쾌한 본연의 향이 흙내음과 살짝 섞여 대지의 기운을 느끼에 한다.
쑥 향이 지배적이지만,
그 뒤로는 따뜻하고 고소한 곡물 향이 따른다.
찹쌀 특유의 부드러우면서도 구수한 곡물 내음과 아몬드의
고소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은은한 잔향을 남긴다.
한입 베어 문 첫 맛은 은은하고도 싱그러운 쌉쌀함이다.
쌉쌀함은 결코 부담스럽거나 쓰지 않고, 오히려 혀를 상쾌하게 깨운다.
곧이어 온화하면서 부담스럽지 않은 단맛이 입안에 퍼진다.
파이 위에 흩뿌려진 아몬드를 씹으니 고소함이 퍼지고 그 뒤를 '쫀득~ 쫀~ 득한' 식감이 따른다.
혀와 입천장에 달라붙지 않을 정도의 찰기가 씹을수록 더욱 쫀득해져 입안 가득 즐거움을 선사한다.
간간히 씹히는 완두배기는 풋풋한 달콤함을 더한다.
이 모든 재료가 서로를 방해하지 않고 완벽하게 어우러진다.
쌉쌀함, 달콤함, 고소함, 그리고 쫀득함이 파도처럼 밀려오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왜일까? 이 파이의 향을 맡고 맛을 볼 때마다 나는 이 '아련함'을 느낀다.
'기억이 또렷하지 못하고 희미한 느낌이 있는 상태',
또는 '마음속에 아쉬운 감정이나 그리움이 어렴풋하게 남아 있는 상태'라고 사전적으로 말하는 이 감정.
그러나 이 단어가 품고 있는 감정의 깊이는 단순히 언어의 정의를 넘어선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후에는.
분명한 슬픔이나 기쁨과는 달리, 모호하면서도 강렬하게 존재하며 나의 마음을 끊임없이 흔들어 놓는 이 아련함을 나는 아빠를 떠나보내고 나서 처음 느꼈다.
언어로 완벽하게 표현하기 어려운, 오직 마음으로만 느낄 수 있는 미묘한 감정의 파장.
그런데, 왜 이 파이에서 유독 아련함이 느껴지는지는 사실 나 자신도 잘 모르겠다.
오래전 들었던 음악을 우연히 듣게 되면,
기억이 온전하게 재현되지 않고, 감정의 필터를 거쳐 재해석된 채로 나타나긴 하지만
어느 순간 그 공간으로 갈때가 있다.
그것과 마찬가지인것인가?
향인지, 맛있인지, 손끝의 감각인지, 짙은 녹색인지, 쫀득거림인지,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때로는 눈물처럼 촉촉하게 마음을 적시고, 때로는 마음 한구석을 간질거리게 하는 미묘함을 느낀다.
아빠의 장례식은 밝았다.
슬픔도 있었지만 웃음도 있었다.
웃음으로 우리는 서로를 위로했다. 아빠도 그렇게 위로하며 보내드렸다.
그때는 괜찮았다.
시간이 지날 수록 슬픔이 너무 강렬하게 밀려왔고 고통스러운 상실감을 직면하는게 힘들어졌다.
그래서 나를 방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 아픔을 희미하게 만들고, 날카로운 감정을 무디게 만들었나보다.
고통을 완화하고 싶었고, 현실을 수용하고 싶었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Elisabeth Kübler-Ross)의 애도 5단계에서는
'우울'과 '수용'을 지날때 여전히 남아있는 그리움과 사랑이 '아련함'이라는 형태로 나타난다고 한다.
완전히 슬픔을 극복한 것은 아니지만,
슬픔의 날카로움이 옅어지고 부드러운 형태로 남는 것, '아련함'
지금의 나는 이 '아련함'의 감정 속에 '과거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함께 담는 시도를 한다.
영원히 붙잡을 수 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과거의 존재가 남긴 희미한 잔상을 붙들려는 인간의 애처로운 노력일지 몰라도,
나는 과거의 사랑을 현재의 삶 속에 끌어와 재해석 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기억 속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며 아련한 존재감과 이를 통해 내 삶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려한다.
재료
가루 재료
찹쌀가루 250g
쑥가루 20g
베이킹파우더 3g
액상 재료
유채유 30g
두유 290g
원당 60g
아가베시럽 40g
소금 2g
부재료
아몬드슬라이스 80g
완두배기 150g
큰 볼에 찹쌀가루와 쑥가루를 넣고 체에 쳐서 곱게 내린 후 잘 섞어줍니다.
다른 볼에 유채유, 두유, 비정제 원당, 아가베시럽, 소금을 넣고 거품기로 원당이 녹을 때까지 잘 섞어줍니다.
액상 재료 볼에 완두배기를 넣고 고루 섞어줍니다.
가루 재료가 담긴 볼에 액상 재료를 모두 넣고 거품기로 덩어리 없이 부드럽게 잘 섞어 파운드케이크 반죽을 완성합니다.
준비된 파이 틀에 완성된 반죽을 평평하게 담아줍니다.
반죽 위에 아몬드슬라이스를 골고루 뿌려줍니다.
기호에 따라 시럽을 살짝 뿌려 먹으면 더욱 달콤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