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다시 피어나는 삶의 기록1
나의 식단은 혹독했다. 탄수화물은 주로 고구마, 단백질은 닭가슴살, 채소와 간혹 과일 그리고 물이 내가 먹는 음식 대부분이었으니깐. 그것도 철저하게 무게를 체크해가면서 먹었다.
일반인이 이런 식단으로 생활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데다 오랜 시간 유지하기는 더 힘든 일이다.
그러나, 나는 절박했다.
체중감량을 못하면 앞으로 어떤 것도 해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강박적으로 스며들고 있었기에 나는 나를 더 물아붙혔다.
처음에는 너무 배가 고파 점심때 일반식을 먹었다. 그런데 일반식을 먹은 날이면 어김없이 저녁에 다시 일반식을 찾게 되었다. 한번 입에 대면 그 맛을 잊지못해 두끼, 세끼까지 일반식이 이어졌다.
나는 내가 일반식에 대한 식욕을 통제할 수 없다는 걸 점차 알게되었다.
한번 맛보면 멈출 수 없으니 차라리 먹지를 말자.
모임, 행사, 일, 가족들을 위한 저녁준비를 하며 일반식을 마주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했다. 나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있는 날이면 바나나 혹은 삶은 계란을 준비해 모임 장소에 들어가기 직전에 먹고 들어갔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식욕을 억제할 수 있었다.
자리에 앉아서는 내가 먹을 수 있는 샐러드 종류를 찾아 먹었고, 그것도 없을때는 물을 마셨다.
사람들이 이런 나를 보며 '다이어트 내일부터 하라고.' 놀리기도 했지만, 그럴땐 "언제 실패할지 모르지만 지금은 참고 싶어." 라고 솔직히 말했다.
저녁준비가 나에게는 모임보다 더 힘든 관문이었다. 우리 가족에게는 저녁 식사는 함께하는 가족 문화가 있다.
나는 요리를 하며 맡게되는 음식 냄새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 고구마나 계란, 과일, 채소등 눈에 보이는 내가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우선 입안에 채워놓고 저녁을 준비했다.
간을 본다며 입에 음식을 가져가면 그대로 식탁에 같이 앉아 저녁을 먹을 것 같은 불안감에 작은 아들을 불러 간을 보게 했다.
저녁 준비가 다 되면 가족들을 위한 식사를 테이블에 차리고, 나는 양해를 구하고 주방에 서서 식단으로 짜여진 저녁을 먹었다.
식탁에 앉는 것 부터가 위험한 행동이었기에 나는 최대한 음식을 피할 수 있음 피하는 쪽을 선택했다.
저녁을 먹는 시간이 길어지면 더 먹고 싶어질까봐 의자에 앉지도 않았다.
온 가족이 나의 다이어트를 응원해주고 있었기에, 나의 행동들을 이해해주었다.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배고픔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이어지고, 먹은게 적어서 화장실도 제대로 못가고, 차고 넘치던 탄수화물 섭취가 줄어드니 의욕도 사라졌다.
그러나, 1달정도 지나자 내 몸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저녁을 가볍게 먹자 수면의 질이 달라졌다. 깊고 편안한 잠, 그리고 상쾌한 아침을 맞을 수 있었다.
2리터 이상씩 마신 물 덕분에 거칠고 칙칙했던 피부는 윤기가 돌기 시작했고,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어야만 했던 만성 변비가 해결됐다. 민망한 말이지만 변의 냄새도 가벼워졌다.
그동안 자극적인 음식에 마비되어 있던 미각이 되살아나 단순한 고구마에서 달콤함을 느낄수 있었고, 생채소의 아삭함, 견과류의 고소함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거창하게 조리하지 않아도 자연 그대로의 맛으로도 식욕을 채울 수 있는 신비한 경험을 했다.
가볍고 자연 그대로의 음식만으로 내 몸은 만족할 수 있구나,
과하지 않음이 나를 깨어나게 하는구나,
이것이 몸이 내게 보내는 매력적인 신호구나.
식단을 지키는 건 내 몸을 돌보는 사랑의 표현이 되었다.
그러나 뭐든 과하면 튕겨나가게 되어 있다. 감량이 가능한 식단이었지만 멈추면 돌아가는 것 또한 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