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다시 피어나는 삶의 기록1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100일동안 체지방을 20kg 감량하는데 성공했다.
방법이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아주 심플하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것.
거창한 무언가가 있을 것 같지만 답은 하나밖에 없다. 우리는 그 하나의 답을 알지만 그것을 실행하기에는 유혹도, 방해하는 것도 너무 많다. 이것들만 잘 물리친다면 성공하지 못할 일이 없는데도 나는 매번 이것들에게 굴복하고 말았었다.
이번에는 정말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한숟가락 남기기를 시작으로 한 식사량 조절은 꽤 괜찮았다. 함께 시작한 PT는 자세가 엉성하기 그지 없었지만 처음에는 누구나 그렇지 않겠는가.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으며 하는 헬스는 상상이상으로 힘이 들었지만 은근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스피닝은 날이 지날수록 더 재미있어졌다.
처음에는 바이크 위에서 노래 한마디를 타는 것조차 힘이 들었는데, 조금씩 바이크 위에 있는 시간을 늘려나가자 드디어 한곡을 쉬지 않고 할 수있는 날이 찾아왔고, 그 뒤로 나는 자전거 위에서 누구보다 날아다녔다.
남들이 보면 그냥 자전거 타는 수준이었을지 모르지만, 나는 정말 자전거 위를 난다는 생각이 들만큼 내 자신이 가볍고, 멋있고 그 시간을 즐겼다.
트레이너 선생님은 헬스도 본격적으로 배우고 스피닝도 잘 타고 있으니 이참에 식단도 함께 도전해 보는게 어떻겠냐고 권했다. 운동이 재미있어지자 은근 욕심이 꾸물꾸물 솟아오르고 있었던터라 식단도 병행하기로 했다.
트레이너쌤의 식단은 엄격했다.
자신이 대회를 준비할때 체중감량시 하던 식단 그대로를 나에게 고스란히 적용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트레이너였기에 회원 각자의 나이나 성향을 고려하진 못했던 것 같다.
탄수화물을 대폭 줄이고, 저염식 식단으로 하루 3끼에서 4끼를 먹었다.
처음 2주는 지옥 같았다.
배고픔과의 전쟁, 운동 후의 근육통, 매일 밤 찾아오는 포기하고 싶은 유혹들. 하루에도 몇 번씩 '그냥 포기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포기하는 건 쉬운 일이지.
그냥 지금까지처럼 포기하면 되는거야.
나는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싶었다. 그래야만 했다. 이번에는 기필코 달라야했다. 그 마음으로 나를 다독였다.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큰 시련이 닥쳤다.
다이어트의 최고의 적 '명절보내기' .
올해는 온 가족이 처음으로 부산에 숙소를 잡아 함께 새해를 맞이하기로 했다. 명절때는 항상 아빠, 엄마의 집에서 모였는데, 오빠들과 일정이 맞지 않아 명절에 얼굴보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큰맘 먹고 다함께 명절을 보내기로 한 것이다.
나는 이 무시무시한 (무시무시하다는 표현은 다이트에 한해서.) 명절만 넘길 수 있다면 체중감량에 성공 할 수 있을 것 같은 확신이 들었다.
부산으로 출발하기 전에 도시락을 준비했다. 부산까지의 거리도 있었고, 휴게소에 적어도 한번은 들러야 하기때문에 그것을 대비한 것이었다.
휴게소 음식을 빼고는 휴게소를 논할 수 없다. 화장실을 다녀온 남편과 아이들은 각자 본인이 원하는 음식을 하나씩 샀다. 소떡소떡, 호두과자, 핫도그, 알감자, 평소라면 나도 하나는 꼭 사서 함께 먹고 출발했다.
남편과 아이들이 음식과 음료를 가지고 야외 테이블에 앉을때 나는 싸가지고 온 도시락을 꺼냈다.
"정말 그것만 먹을거야?" 라는 신기한 표정과 함께 의아스러운 눈빛으로 다들 나를 바라보았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사실 보는것만으로도, 스치는 냄새만으로도 "한입만"을 외칠것 같아 고개를 숙였다.
태연한 척 도시락을 멍하니 바라보며 고구마는 알감자, 방울토마토는 호두과자, 닭가슴살은 소떡소떡, 속으로 중얼거리며 입안에 음식들을 밀어 넣었다.
끝내 채워지지 않는 욕구에 먼저 차로 돌아와 가족들을 기다렸지만 무사히 휴게소를 빠져나왔고, 친정 가족들을 만나 저녁 식사시간이 되었다.
저녁은 내가 좋아하는 생선으로 된 코스요리. 코스요리들이 하나씩 등장했다.
나는 가족들의 눈치를 살피며 쭈뼛쭈뼛 도시락을 꺼냈다. 내 도시락이 테이블 위에 올려지는 순간, 15명이 넘는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를 나를 향했다.
누구 한사람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건 뭐야. 이렇게 맛있는 음식 앞에서 뭘 꺼내는 거지?" 하고 묻고 있었다.
나는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 더 당당하게 나가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 먹음직스러운 음식 앞에 스스로 무릎을 백번이고 천번이고 꿇어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저 다이어트해요. 저는 싸온 도시락을 먹을께요."
첫 단어의 목소리는 우렁찼는데 뒤로 갈수록 목소리가 기어들어가 무음처리가 되어버렸다.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모두가 나를 향해 한마디씩 했다.
"오늘만 먹고 내일부터 해." "어차피 먹을꺼 오늘부터 먹어." "생선은 괜찮아." "가족들이 다함께 모였는데 다함께 맛있게 먹자." "지금도 이뻐요." "뺄 살이 어디 있다고?" (엄마 눈에는 내가 항상 뺄 살이 없는 적정 몸무게다.)
무수히 많은 말들이 나에게 날아왔지만 나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악마의 속삭임을 묵묵히 견뎌냈다.
그리고 타협을 했다.
회 몇조각, 그리고 다시마 같은 해조류만 먹기로.
쏟아지던 무수한 말에 샤워를 마친 나는 딱 내 앞에 놓인 그것만 먹고 명절을 무사히 보냈다.
아침 저녁으로 하는 운동과 철저한 식단관리로 내 몸은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이중턱이 사라지면서 턱선이 살아났고, 볼살이 빠지면서 눈이 커 보였다.
목도 더 길어 보였고, 전체적으로 나이가 내 나이로 보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눈빛이 달랐다. 예전의 피곤하고 절망적인 눈빛 대신, 자신감 있고 생기 넘치는 눈빛으로 바뀌어 있었다.
내 인생이 바뀌었다
먼저 건강이 달라졌다. 무릎 통증이 사라졌고, 허리 아픔도 없어졌다. 두통도 사라져서 약을 끊을 수 있게 되었다.
체력도 완전히 달라졌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예전보다 쉬워졌고, 하루 종일 활동해도 피곤하지 않았다. 에너지가 넘쳤다.
마음이 달라졌다. 자신감이 생겼다. 거울을 보는 것이 즐거워졌고, 사진 찍는 것도 좋아졌다. 사람들과 만나는 것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용기도 생겼다. 다이어트를 성공했다는 자신감이 다른 영역에서도 "나는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갖게 해주었다.
인생은 이렇게 변할 수 있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