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다시 피어나는 삶의 기록1
거울 앞에서 절망적인 내 모습을 마주한 다음 날 아침, 나는 침대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몸이 무거운 게 아니라 마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내가 아는 한가지는 분명했다.
'나는 이 몸으로 100세까지 살고 싶지는 않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체중계 앞으로 갔다. 발을 올릴까 말까 한참을 망설이다가 체중계 위에 올라섰다.
앞자리는 예상했던대로 7이다. 8이 아닌 것에 안도하면서 70kg가 넘는 숫자를 두 눈으로 확인하자 참담했다.
이것이 지금껏 내가 외면해 온 진실이자 현실이었다.
나도 나름 육아를 하며 다이어트를 했다.
방탄커피 다이어트- 커피를 워낙 좋아해서 좋아하는 걸로 다이어트 하고 싶은 마음에.
원푸드 다이어트 - 효과가 바로 나타난다길래 다이어트의 초조한 마음을 달래고자.
식욕억제제 다이어트 - 잘 참고 있다 한번 터지면 걷잡을 수 없이 폭발하는 식욕을 약의 힘이라도 빌려 억제시키고 싶은 마음에.
한방 다이어트 - 3개월만에 많으면 10kg까지 감량할 수 있다는 말에 기대감을 품고 시작.
연예인 다이어트 - 자극 사진들을 보다 연예인 다이어트를 하면 나도 연예인만큼은 아니더라고 근접하게 뺄 수 있을 것만 같은 착각으로.
간헐적단식 다이어트 - 단식이 좋다고 하길래 간헐적으로라도 단식을 해보려는 마음으로.
고탄저지 다이어트 - 탄력있는 몸매를 원하십니까? 그래서 시작.
저탄고지 다이어트 - 고탄저지 안되서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칼로리 계산 다이어트 - 계산이라도 하면 덜 먹을까 하는 막연한 마음으로.
6시이후 금식다이어트 - 전통적인 방법이 나에게 맞는 방법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운동도 틈틈히 했다. 지속적으로 오래 하지 못하고 몸무게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어쩔땐 더 심하게 늘어날때도 있는 날의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하기는 했다.
나도 나름 노력을 했단 말이다. 그 노력이 매번 실패로 돌아가는게 문제이긴 했지만.
나는 핸드폰을 들고 다이어트를 검색했다. 화려한 광고 문구들로 가득한 수십 개의 다이어트 방법들이 보였다.
"30일만에 10kg 감량!", "운동 없이도 살 빠지는 마법!", "먹으면서 빼는 다이어트!"
헛웃음이 나왔다. 이런 방법으로 실패했것만 나는 또다시 똑같은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방법이 달라야해, 그래야 결과도 달라질꺼야.
나는 요즘 타는 재미에 푹 빠져있는 스피닝 선생님께 연락을 했다.
스피닝은 색다른 운동을 해보고 싶은 욕심에 시작한 운동이었다. 칼로리 소모가 엄청나니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꺼라 생각하고 상담을 받으러 간 날에 3개월 등록을 하고 나왔다.
다음날 운동화를 챙겨 센터를 찾은 나는 기본 자세를 배우고 잠시 자전거 위에서 발을 굴렸을 뿐인데, 다음날부터 계단을 기어다녀야했다.
하루 타고 3일을 기어다니고 다시 하루 타고 3개월을 쉬었다.
분위기가 신이나서 재미는 있었지만 이건 도저히 내가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3개월이 지나 재등록 연락을 받았지만 무시했다. 그러나 몇일 뒤 무슨 이유에서인지 나는 스피닝 센터를 찾아가 3개월을 또 등록했다.
경쾌한 음악에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그 공간의 기운을 나는 놓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일주일에 하루만 나오자. 그걸로 충분해.'
그렇게 시작된 스피닝이었다.
"선생님, 제가 올해는 꼭 체중감량을 하고 싶은데, 혹시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이것이 처음이었다. 누군가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이.
선생님은 스피닝을 하면서 옆에 있는 헬스장에서 PT를 가르치고 계신다고 했다. 나는 PT를 받기로 했다.
운동은 스피닝과 헬스로 결정을 하고, 그 다음은 폭식을 조절하는 것이 남았다.
아빠는 항상 딱 밥 한숟가락을 남기셨다.
소식가셨던 아빠는 드시는 양이 정해져 있었고, 식사를 다 하시고 나면 꼭 한숟가락이 밥그릇에 남겨져 있었다.
엄마는 그것이 아빠의 오랜 습관이라고 했다.
그 한숟가락 더 먹는게 뭐가 그리 힘드냐고, 가끔 아빠에게 핀잔을 주는 엄마였지만 엄마는 그 남은 한숟가락을 꼭 본인이 드셨다. 이건 엄마의 오랜 습관인지도 모른다.
나는 아빠처럼 밥 한숟가락을 남겨보기로 했다. 처음부터 덜어서 먹는 방법보다 밥그릇에 남아 있는 밥 한숟가락이 '내가 오늘도 절제하는 한끼를 했구나.' 하는 뿌듯함을 주었다.
아직 갈 길은 멀고,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도 없었지만 왠지 이번만큼은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희망이었지만, 내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시작이었다.
다이어트는 살을 빼는 것이 아니라,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었다.
나는 가슴을 펴고 그 첫 걸음을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