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잃고, 나를 잃다.
어떤 종이든 하얀 면만 보이면 모아놓았던 엄마
종이쪼가리, 이면지가 지저분하게 쌓여있던 방
엄마의 원고지가 되어야했던 그 많은 종이들은 모두 쓰레기가 되었고,
엄마는,
결국 엄마의 삶을 글로 적지 못하고 나와 이별했다.
쓰지도 않을 종이를 모아놓기만 하는 엄마가 답답하고 싫었었는데,
엄마는 엄마의 인생을 글로 쓰는 대신,
그 시간을 자식들을 위한 기도로 온전히 써버리셨다.
얼마전 40년 동안 틈틈히 쓰셨던 일기를 모아 지인의 어머님이 책을 출간하셨다.
사인본을 받고,
'엄마도 글을 쓰고 싶어 하셨는데...' 하면서 책을 펼쳤다.
첫장,
살포시 눈을 감고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을 상상해 보세요.
고마워요, 행복하세요.
작가 송옥례
그 순간 눈에 들어 온 자음 'ㅁ'(미음).
손글씨의 'ㅁ'자가 엄마가 쓰시던 필체와 똑같다.
어떻게 이렇게 같을 수 있지.
나는 'ㅁ' (미음)자를 눈이 쓰라릴정도로 바라보았다.
이깟 'ㅁ'(미음) 자 하나에.....
나는 다시 무너져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