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우리의 철학을 담은 예술

40대, 다시 피어나는 삶의 기록2

by 쌀방언니
헬리오(helio)
그리스어 hēlios(ἥλιος, ‘태양’)에서 온 말이다.

빛, 따뜻함, 생명력, 긍정적인 에너지의 의미를 담고 있는 '헬리오'는 동생이 선택한 이름이었다. '헬리오'는 내 마음에도 쏙 들었다.

'헬리오' 이 공간에서 우리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우리는 그것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집안 내력인지, 집 분위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남매는 웃음이 많고 꽤 긍정적인 편이다.


'그래, 헬리오를 찾는 모든 이들이 태양처럼 빛나면 좋겠어.

환한 미소를 띄면 좋겠어.

우리처럼 웃음이 넘치면 좋겠어.'

우리는 많은 대화 끝에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찾았다. 그리고는 헬리오의 모든 메뉴에 우리의 뜻을 담기로 했다.




동생은 카페 메뉴에 나는 비건 디저트 메뉴에 우리의 생각을 담았다.

기분이 우울할때 이쁜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듯 동생은 모든 음료를 최대한 이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단순히 보기에만 이쁜 것이 아니라 이쁘면서 맛있는 음료를 만들기 위해 애썼다. 음료 한잔이 마음의 평온과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게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었다.


카페에서 가장 중요한 원두를 찾기 위해서는 원두 박람회부터, 시음까지 철저히 준비했다.

기본적으로 카페는 커피 맛이 좋아야 한다. 수많은 테스트 과정에서 카페인 과다 복용으로 쓰러지기도 하고 심장이 심하게 요동쳐서 테스트를 중단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동생은 세심하게 테스트를 거처 원두를 선택했다.

원두가 정해지자 이번에는 우유가 이어졌다. 선택한 원두랑 우유의 맛이 조화로워야 카페라떼의 맛이 좋다.


나는 카페라떼를 카페 음료중에서 가장 좋아하기에 테스트에 동참했다. 카페라떼의 농도, 온도, 거품의 쫀득함, 거품층의 지속 시간등을 꼼꼼히 따졌다.


다음은 시그니처 메뉴.

카페 앞에는 국가에서 지정하여 관리하는 소나무가 자라고 있는 '신포숲'이 있다. 사계절 내내 푸릇푸릇한 소나무와 작은 숲에는 요즘 꽃무릇이 한창이다.

동생은 아이스크림과 우유에 헤이즐럿향을 더하고 헬리오를 연상키는 봉긋함을 더한 뒤 푸른 잎으로 그 위에 장식한 '신포숲라떼'를 만들었다.

두번째 시그니처는 '헬리오라떼' 로 아몬드향 가득한 쫀득한 크림을 우유 위에 살포시 얹었다.


https://naver.me/5IiQYERt






나는 비건 디저트에 집중했다. 디저트를 맛본 고객에게서


'이거 비건이에요?'

라는 반응을 원했다.

비건 디저트라고 해서 건강에만 좋고 맛이 없는 건 나부터 선호하지 않는다. 맛있으면서 건강에도 좋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입안의 즐거움을 선물하고 싶었다.


그래서 새벽 2시에 일어나 물을 한잔 마시고는 바로 작업실로 가서 디저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진하고 다크한 초코의 맛이 나는 커피랑 잘 어울리는 디저트는 뭘까?

다양한 디저트를 매일 만들었다.


스콘을 종류별로 만들어 보고 모양도 이리저리 바꾸어 보았다. 파운드, 휘낭시에, 마들렌, 쿠키, 브라우니, 케익, 타르트, 크레놀라 등등을 만들고 또 만들며 테스트를 반복했다.

들어가는 재료의 종류를 달리 해보기도 하고, 브라우니의 꾸덕함을 단계별로 만들어보기로 했다.


눈을 뜨면 디저트를 만들고 잠들기 전까지 디저트 생각을 했다. 사람들이 내가 만든 디저트를 맛있게 먹고 기분 좋아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모든 순간이 즐거웠다.

내가 행복하게 만드는 비건 디저트는 분명 먹는 사람도 행복하게 만들어 줄 거라는 믿음이 마음속에 피어났다.


나는 최종적으로 스콘을 메인 디저트로 선택했다.

단호박무화과스콘, 흑임자스콘, 초코피칸스콘, 말차마카다미아스콘, 토마토올리브스콘, 오렌지 마들렌, 초코마들렌, 레몬파운드, 초코파운드, 찹쌀밤파운드, 그리고 그날그날 만들고 싶은 메뉴들을 추가했다.



예술이란 표현적인 창작활동이다.


너무 많은 디저트를 만들다보니 손가락 마디마디가 아프고, 다리는 퉁퉁붓고, 몸에서는 디저트 냄새가 씻어도 씻어도 사라지지 않았지만 마음은 늘 설레고 흥분되었다.

내가 만드는 비건 디저트, 동생이 만드는 음료가 우리의 철학을 담고 새롭게 태어났다. 나는 매일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창착활동을 한다는 마음으로 디저트를 만들었다.


누군가의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철학이며, 그 철학을 담은 예술 활동을 우리는 헬리오에서 마음껏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