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싱을 했다

by 작가이유리

다시 뚫는 귀, 다시 찾는 나


거의 15년 만인가. 마지막으로 피어싱을 한 게.
한때는 피어싱을 참 좋아했다. 거울을 보다가 심심하면 하나씩 귀를 뚫었고, 매번 새롭게 자리 잡는 작은 금속 조각들이 신기하고도 설렜다. 피어싱을 하면 왠지 모르게 자유로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내 몸을 꾸미는 작은 반항 같은 느낌도 있었고, 한편으로는 나만이 아는 작은 만족감도 있었다.

그런데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그렇게 바쁘게 살다 보니 어느새 피어싱의 재미도, 그 짜릿함도 잊고 살았다. 아침이면 허겁지겁 아이들을 챙기고, 하루 종일 일과 집안일에 치이다 보면 거울을 볼 시간조차 없었다. 예전에는 새로운 피어싱을 할 때마다 어떤 스타일로 할지 고민도 하고, 디자인을 골라보는 설렘도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귀걸이를 끼우는 것조차 사치처럼 느껴졌다.


그러다 문득, 피어싱을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히 언제부터 그 마음이 생긴 건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점점 나를 돌보고 싶어진 순간부터였을지도. 엄마로서, 아내로서, 누군가의 가족으로서 살아가다 보니 정작 ‘나’라는 사람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그래서 다시 귀를 뚫었다.

피어싱을 하면 사람들이 종종 묻는다.


"왜 굳이 아픈 걸 해?"
"그런 건 젊을 때 하는 거 아냐?"
"고통을 즐기는 거야?"

사실, 피어싱이 그렇게 아픈 것도 아니다. 찰나의 따끔함이 전부다. 물론 고통의 무게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지겠지만, 나는 두 아이를 자연분만으로 낳은 사람이다. 피어싱 따위가 그에 비할 바는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피어싱을 할 때 느껴지는 짜릿한 감각이 좋다.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통증이 마치 온몸을 다시 깨우는 느낌이랄까.


스트레스가 쌓일 때마다 작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누군가는 여행을 떠나고, 누군가는 새로운 취미를 시작한다. 내 경우에는, 피어싱이 그 역할을 해준다. 거울을 보며 "이제 하나 더 추가할까?" 고민하는 시간이 설레고, 그 작은 변화가 내 삶에 새로운 기분을 불어넣는다.

물론 여전히 피어싱을 이상하게 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내게 피어싱은 단순한 장신구가 아니다. 그건 내가 나를 위해 하는 작은 의식 같은 것.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롯이 나 자신을 위해.

그리고 다음 달에는 반대쪽 귀에도 하나 더 해볼까 한다.


한쪽만 뚫으면 뭔가 균형이 안 맞는 느낌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그 순간의 짜릿한 감각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다시 뚫는 귀, 다시 찾는 나.


아마 나는 앞으로도 몇 번이고 이렇게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반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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