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말을 기록해두고싶은마음
엄마가 오랜만에 떠오른 건, 지극히 평범한 어느 아침이었다.
"엄마는 어렸을 때 어땠어?"
아들이 나에게 물었다.
잠시 말문이 막혔다. 내 어린 시절이라. 생각보다 쉽지 않은 질문이었다.
"흠... 글쎄, 엄마는..."
엄마는…
아침마다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떼를 쓰고, 머리 모양이 이상하다고 짜증 내던 아이였다.
엄마의 엄마를 못살게 굴던, 꽤나 고집 센 아이였던 기억이 있다.
입 밖으로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끝내 하지 못했다.
그 시절의 나는 기억 속에 또렷하게 남아 있는데, 정작 나를 키운 엄마는 지금 내 곁에 없다.
엄마가 나를 기억하고 있다면, 어떤 모습으로 떠올릴까?
어린 내가 엄마에게 어떤 말을 했었는지, 단번에 묻고 싶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게 되었다.
엄마와 나눈 수많은 대화들.
기억을 떠올려 보려 해도 조각조각 흩어져 있다.
그나마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는 건 병상에 누워 계시던 엄마와 나눈 몇 마디.
"애기 보기도 힘들 텐데 뭐 하러 왔니."
그때 나는 타지에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친정에 자주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큰아들을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엄마는 병상에 누워 계셨다.
그렇지만 나는 그 곁에서 이렇다 할 도움이 되지 못했다.
"엄마가 더 힘들지. 근데 있잖아, 아기 낳을 때 진짜 아프더라. 나 죽는 줄 알았잖아."
철없게도, 나는 암투병 중인 엄마 앞에서 ‘애 낳을 때 아파 죽을 뻔했다’는 농담 섞인 말을 했다.
엄마와 슬픈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리고 지금, 나는 아이를 키우면서 가끔 그때의 나를 돌아본다.
아이들이 내게 건네는 말들이, 하루하루 성장하는 모습들이 내 기억 속에서 언젠가 희미해질까 두렵다.
그래서 문득, 아이들의 말을 내 글에 담고 싶어졌다.
그렇다면, 어느 날 미래에 내가 없더라도
우리 아이들이 자신이 어떻게 컸는지, 어떤 말을 했고, 어떤 시간을 함께 보냈는지
내 글을 통해서라도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아이의 말들을 기록한다.
내가 엄마를 기억하는 방식과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엄마에게 다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이제는 내 아이들을 위해 남겨둔다.